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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물을 만들었다" 이어지는 교원대 미투

피해자 A씨 "일상적인 폭언, 언어적 성추행 이어져"

등록|2018.08.14 17:20 수정|2018.08.14 17:20

▲ ⓒ 충북인뉴스


한국교원대학교 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세 번째 피해자가 등장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자신을 이 대학 대학원 ㅇㅇ 학번이라 밝힌 A 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B 교수란 사실을 알고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B 교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해당 분야에 명망 있는 교수였다"라며 "많은 고민 끝에 진학했지만 B 교수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B 교수의 성추행은 연구실은 물론 대학원생과 함께 다니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뤄졌다.

A 씨는 "혼자가 아닌 2~3명이 함께 들어간 논문 지도에서도 B 교수는 자신의 바지 안에 손을 넣고 지도를 했었다. 당시에는 직접적인 성추행은 없었지만 지도목적 이상의 폭언과 자신의 성생활을 끊임없이 얘기하는 등 언어를 통한 성추행은 일상적이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A 씨는 B 교수가 성추행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에게 운전을 시키고 모닝콜을 시키는 등 갑질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B 교수가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대학원생들이 그를 데리러 가야 했다"라며 "아침마다 돌아가면서 교수 모닝콜을 해줬다. 일어날 때까지 전화를 해야 해서 무척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B 교수가 수업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혼을 내던 중 갑자기 얼굴에 물건을 던져 맞았었던 적도 있다"라며 "'돌대가리', '못생겼다' 등 각종 폭언에도 시달렸다"라고 토로했다.

"일상적인 폭언과 언어적 성추행"...도움받을 곳은 없었다

우수한 교원들이 전문성 신장을 위해 한국교원대로 파견됐지만 파견된 소기의 목적도 이루지 못한 채 학교는 물론 교육청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홀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용기를 냈다는 A 씨는 "후배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교수 아래 대학원생들은 을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선배들이 무지해서 B 교수를 괴물로 만들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지는 피해사례에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대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 내 상담소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라며 "학교 내 상담소는 외부인사가 포함된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문제해결과정에서 피해자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어지는 성추행 피해사례에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는 "성실히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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