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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재판거래' 이번에도 박근혜 있었다

김기춘 "박근혜 보고"... 검찰, '윗선' 소환 검토

등록|2018.08.17 12:03 수정|2018.08.17 12:06

▲ 2014년 3월 4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는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농단' 정점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 검찰 수사 역시 국정농단으로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지난 14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지 8일 만이다. 

검찰은 2013년 12월 김 전 실장이 자신의 삼청동 공관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차한성 대법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불러 모아 '비밀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대법원에 계류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관련 민사소송 선고를 지연시키려 했다고 본다.

이날 검찰청사 앞에 도착한 김 실장은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그러나 이후 16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는 그의 입이 열렸다. 김 전 실장은 회동 사실 뿐만 아니라 당시 회동이 박 전 대통령 뜻에 따라 열렸으며 논의 결과 역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16시간 조사에서 열린 '입'... "박근혜에게 보고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거래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두 번째 소환에 응했다. ⓒ 이희훈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당시 회동에서 언급된 재판은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각각 2005년, 2000년에 제기한 소송이다. 하급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돼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후 부산고등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은 1인당 8천만 원, 신일본제철은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런 경우, 통상 대법원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한다. 파기 환송으로 이미 한차례 판단을 내렸고, 고등법원이 이를 그대로 따랐기에 다시 들여다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에서 이 소식을 보고 받은 박 전 대통령은 "판결이 확정되면 큰일 나겠다.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역시 김 전 실장의 진술이다. 한일 관계 냉각뿐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도 배치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그리고 며칠 뒤 '삼청동 비밀회동'이 열렸다.

대법관이 참석한 이 회동에서 윤 전 장관은 이 소송이 확정됐을 경우의 외교적 파장 등 각종 '애로 사항'을 전달했다. 일본 측도 판결이 최종 확정될 조짐이 보이자 강하게 반발하던 시기였다. 회동 두 달 전에는 이병기 당시 주일 한국대사가 청와대와 외교부에 해당 판결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다시 파기환송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대법원은 선고를 기약 없이 미뤘고,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자 9명 중 7명이 사망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선고를 미룬 건 청와대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의심한다. 또 이런 내용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밀 회동 참석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한편,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오는 2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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