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 먹는 초등생-주부들 청와대에 '보 수문 개방' 호소
"낙동강 수질 6등급이래요"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계속 올라와
▲ 창원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제가 낙동강 사진을 봤을 때 놀랐어요. 이렇게 더러운 물이 우리가 먹는 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떻게 더러운 물이 우리의 식수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리고 그뿐만 아니에요.
물고기도 살 수 없는 물이래요. 엄마 말로는 낙동강 보를 열면 낙동강이 살아난대요. 낙동강 좀 살려주세요. 저도 제 동생도 깨끗한 물 먹고 싶어요. 대통령 할아버지 낙동강을 살려주세요."
경남 창원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이 초등학생은 "낙동강을 살려 달라"는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한테 우편으로 보냈다.
최근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면서 수질이 매우 나빠지자 이 초등학생처럼 낙동강 물을 원수로 해 수돗물로 사용하는 주민들이 청와대에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고 있다.
낙동강에는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으로 생겨난 8개의 보가 들어서 있다. 보로 인해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대해 '조류경보 경계' 단계 발령했다. 그리고 8월 6일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무려 71만 5993cells/㎖로 나타났다.
낙동강 녹조는 중상류뿐만 아니라 부산시민의 취수원이 있는 하류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낙동강 수질은 일부 지역의 경우 음용수로 부적합한 '6등급'이라는 주장도 있다.
8월 17일 창원에 사는 한 주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여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염원했다.
"창원에서 낙동강 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한 이 주부는 "낙동강 수질이 6등급이라는 뉴스보도가 나왔어요. 3등급까지만 먹는 물로 쓸 수 있고 4등급부터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해도 공업용수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라며 "여름만 되면 낙동강은 녹조로 범벅되어 '녹조라떼'로 불린 지도 몇 해가 지났어요. 의례적인 일로 생각하기도 했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저 물로 아이들이 먹고 씻고 다 해요. 정수를 해도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라고 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해요. 녹조가 심해질수록 더 많은 양이 검출되고 있어요"라며 "생수를 먹을 수도 있죠. 그러나 어린이집, 학교 급식은요? 출근한 남편들 식당은요? 다 수돗물 써요. 낙동강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요"라고 했다.
이 주부는 "환경부에서는 10월에 낙동강 보를 열어보겠다고 해요. 그리고는 농업용수 부족을 핑계로 다시 닫겠죠. 작년에도 그랬어요. 올해도 그러겠죠. 예산이 없다네요. 4대강 공사 할 때는요? 기가 찹니다"라고 했다.
이어 "물 안 먹고 살 수 있나요? 낙동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낙동강 물 안 먹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니 이렇게 방치하는 거겠죠. 1등급 낙동강으로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제발 낙동강 보를 열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한 사람은 "낙동강 물 좀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금강에서의 결과를 보더라도 상시 수문을 개방하니 수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라며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농업용수 타령만 하고 앉아 있으니 한심하기만 합니다"라고 했다.
다른 사람은 "낙동강 취수원 6등급"이란 글에서 "대구 시민입니다. 낙동강 취수윈이 6등급이라고 합니다. 정수해도 공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뉴스가 사실이면 대구, 부산 시민은 공업용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규명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물을 끓여먹어도 정수를 해도 공업용수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낙동강 외에 다른 강들은 괜찮은 것인지. 4대강의 문제점을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데도 이러한 부분들은 (이)명박이한테 책임 안 묻나? 뭔가 하나라도 명쾌히 해결이 되면 좋겠네요. 이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너무 과했던가요?"라고 했다.
이밖에 청와대 게시판에는 "낙동강 보 수문을 열어주세요", "환경부는 녹조밭인 낙동강 보 개방을 당장 시행하라", "낙동강 보를 하루빨리 철거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 8월 13일 촬영한 낙동강 달성보의 녹조. ⓒ 생명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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