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돈 좀 벌었다는 이들 살던 동네, 전망이 으뜸일세
[써니's 서울놀이 31] 지역주민이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열린 공간, 종로구 창신소통공작소
▲ 창신소통공작소 앞에 심어 놓은 철제 나무 작품 '천년의 바람' ⓒ 김종성
한일은행 설립자 조병택, 전위 예술가 혹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아버지인 한국 최초의 재벌 백낙승, 고리대금업으로 큰돈을 번 임종상 등이 도심과 가깝고 경치 좋은 창신동에 큰 집을 짓고 살았다. 낙산이 깊은 산이었던 조선 시대엔 비운의 임금 단종을 떠나보낸 어린 부인 정순왕후가 돌아가실 때까지 60여 년간 홀로 지낸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공유도시 사업과 더불어 낙후된 지역을 새롭게 재단장하는 도시재생 사업에 힘쓰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오래되고 낙후된 지역에서 꼭 필요한 부분들을 재정비하고, 마을의 전통과 특색을 새로운 시설과 잘 접목해 도시를 매력적인 지역으로 재단장하는 사업을 이른다.
무엇이든 예술이 되고 누구든지 예술가가 되는 곳
▲ 창신동 마을, 낙산 성곽, (바위)절개지 등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창신소통공작소. ⓒ 김종성
▲ 창신소통공작소 앞에 있는 텃밭. ⓒ 김종성
창신동은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가 남아 있어 때때로 들르게 되는 동네다. 낙산 성곽이 품은 동네 풍경이 정겹고, 일제 강점기 채석장으로 쓰였던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절개지 모습이 이채롭기만 하다. 해질녘엔 노을이 물들어가는 남산과 서울N타워 야경이 펼쳐진다. 하늘과 가까운 산동네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 혹은 선물일지도 모를 풍경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좋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미생>과 <시크릿가든> 등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창신소통공작소는 지역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역주민 누구나 예술을 배우고 재능을 나누면서 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림부터 목공예, 봉제, 폐목재를 활용한 가구 리폼까지 누구나 원하는 대로 배우고 창작할 수 있는 곳이다. 담당자에 의하면 손재주가 없는 것을 뜻하는 '곰손'도 금손이 될 수 있단다.
▲ 다양하고 흥미로운 공작 프로그램. ⓒ 창신소통공작소 제공
▲ 목공예에서 가구 리폼, 유리공예까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 김종성
전하고 알려주고 싶은 내용과 소재가 있다면 주민이 직접 전문가가 되어 강의를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수십 년간 봉제사로 활동한 창신동 주민도 난생 처음 수업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신소통공작소는 '소통', '창작', '자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창신소통공작소는 단순히 빈 공간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재능까지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창신동 도시재생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소통공작소에 적혀 있는 공작소에 담긴 여러 의미가 재밌고 뜻깊다.
- 공작소(工作所) ; 뚝딱뚝딱 만들고 도모하는 곳.
- 공작소(空作所) ; 주민이 채워나갈 지금은 비워진 곳, 비움을 세우는 곳.
- 공작소(公作所) ; 함께 하는 곳, 나누고 돕고 공유하는 곳.
▲ 생활공구들이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는 공구도서관. ⓒ 김종성
▲ 창신동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한 창신소통공작소. ⓒ 창신소통공작소
이곳은 대중교통편으로 갈 수도 있지만 창신동 마을을 걸어서 찾아가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더욱 좋다. 서울 전철 동대문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창신골목시장, 창신제2동 주민센터, (바위)절개지 옆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오르면 창신소통공작소가 보인다.
* 프로그램 및 행사안내 : https://www.facebook.com/changsindong.story/
* 문의 : 02-2088-1270
* 운영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월요일 휴무)
* 대중교통편 : 동대문역 2번 출구에서 종로03번 마을버스 - 낙산 삼거리에서 하차 후 도보 10분
덧붙이는 글
지난 8월에 여러번 다녀왔습니다. 서울시 '내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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