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정원 기부하다니, 대단한 공작부인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12] 황금의 탑, 마리아 루이사공원에서 스페인광장까지
▲ 웅장하고 우아한 세계에서 세 번째 큰 세비야 대성당.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마차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 전갑남
상상을 뛰어넘는 세비야 대성당의 장엄함과 우아함에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였습니다. 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성당 밖으로 나왔습니다.
빛나는 태양, 파랗고 높은 하늘, 가끔 불어오는 바람까지! 여행하기 좋은 한낮의 날씨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어때요? 여름 초입에 여기 오길 참 잘했죠?"
"더울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요! 꽃도 만발하고!"
"그렇죠! 지금부터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진면모를 마차를 타고 좀 더 느껴보죠."
우리는 가이드 안내에 따라 기분 좋은 날씨에 세비야 마차투어를 시작합니다. 가톨릭과 이슬람문화가 곳곳에 숨 쉬는 거리를 중세의 귀족이라도 되는 기분으로 마차에 올랐습니다.
세비야를 더욱 아름답게 한 마리아 루이사 공원
▲ 마차투어로 편안하게 즐기는 세비야 거리 관광. ⓒ 전갑남
따그닥 따그닥! 경쾌한 말발굽 소리에서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출발한 마차는 좁은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나왔습니다.
"저게 '황금의 탑'이에요. 1220년 무어인들이 과달키브르 강을 지나는 배를 검문하기 위한 망루입니다. 세비야 전성기를 상징하는 탑이죠."
▲ 또레 델 오로. '황금의 탑'입니다. 현재 이 탑에는 해양박물관이 있습니다. ⓒ 전갑남
'황금의 탑'이라는 이름은 탑을 건축할 당시 금 타일로 탑의 바깥을 덮었다는 설과 16~17세기에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을 이곳에 보관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습니다. 밤에 불이 켜졌을 때 강물에 비친 황금빛 조명이 무척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해양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황금의 탑에 오르면 세비야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마차에 몸을 싣고 세비야 거리를 둘러보는 것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새로움을 선사합니다.
이어서 마차가 안내하는 곳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 스페인에서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공원에 도착합니다.
▲ 마리아 루이사 공원. 세비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고고학박물관, 토속박물관이 있고, 과달키비르 강가 쪽에는 아쿠아리움도 있습니다. ⓒ 전갑남
▲ 마리아 루이사 공원은 연못, 폭포와 분수, 꽃밭과 수목 등 아름다운 정원으로 세비야 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 전갑남
아름답게 피어난 꽃밭과 연못, 수목으로 우거진 녹지로 잘 다듬어진 공원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리, 백조, 참새, 비둘기 등 다양한 새들이 노니는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에르난 코르테스'와 '피사로'라는 2개의 가로수길이 십자형으로 교차하며 공원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은 세비야 시민들이 운동 삼아 걷는 산책코스로 인기 있는 명소입니다. 가족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좋은 장소일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예술성이 뛰어난 솜씨로 제작된 많은 조각상과 여러 모양의 분수대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광활한 공원은 원래 산텔모 궁전의 정원이었는데, 1893년 궁전의 주인이었던 마리아 루이사 페르난다 공작부인이 세비야시에 기부하면서 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아무리 재력이 뛰어나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땅을 공원으로 내놓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비록 자기 이름의 공원을 후세에 남겼다지만! 우리나라 돈 많은 재력가들도 이런 것은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은 이베로 아메리칸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재단장을 해 지금의 아름답고 예쁜 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보, 여기 타일의자가 멋져요. 저기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 한방 부탁!"
▲ 아내가 박물관을 배경으로 인증샷 하나를 남겼습니다. ⓒ 전갑남
아내의 멋진 기념사진을 찍고, 마차는 종착점인 스페인 광장에 멈춰섭니다. 마차에서 내려 우리를 태워준 고마운 말을 쳐다보는데, 아니 이게 뭐람! 눈이 가려져 있는 게 아닌가. 말의 양 옆 눈을 가리개로 가렸습니다.
"아니! 옆을 보지 못하도록 한 거예요? 앞만 보고 가라구!"
"그렇지요. 혹여 스트레스로 날뛰는 사고를 방지하려는 것 같아요."
▲ 말 옆눈에 가리개를 하여 앞만 보고 가도록 하였습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 전갑남
가이드의 설명에 이해는 가지만, 인간의 편안함을 추구하다 동물은 제 눈으로 마음대로 볼 수 없도록 한 이기심이 못마땅합니다. 곁눈질도 못하고 사람이 시키는 대로 앞만 보고 걸었을 동물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페인을 스페인답게 한 스페인광장
▲ 스페인광장은 반달모양의 광장을 둘러싼 건물 양쪽에 탑이 있고, 광장 쪽 벽면에는 스페인 58개 도시의 역사적 사건들이 타일모자이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 전갑남
▲ 세비야 스페인광장. 근대식 건물이지만 고풍스런 맛이 납니다. ⓒ 전갑남
계속하여 공원으로 들어가자 확 트인 스페인광장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스페인은 여러 도시에서 스페인광장을 만들었는데,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광장이 가장 멋지다고 합니다. 채색 타일과 갈색 벽돌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궁전 못지않은 분위기와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디자인이나 건축소재는 옛 방식을 따른 것 같은데, 100년이 안 된 근대 건축물입니다.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은 1929년에 열린 이베로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가 만들었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반달 모양의 건물이 독특합니다. 건물 양쪽에 탑이 있습니다.
▲ 스페인광장에는 운하가 만들어져 있어 작은 배를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전갑남
광장 주위에 운하가 흐릅니다. 운하에서는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한낮의 여유를 즐긴다고 합니다. 운하 위의 공원과 광장을 연결하는 다리가 멋들어집니다. 다리 난간에 타일로 장식한 게 참 인상적입니다.
건물 앞쪽으로 가까이 가봤습니다. 이슬람풍 타일로 58개의 벤치가 있습니다. 모자이크 타일을 이용하여 58개의 지도와 역사가 그려놓았습니다. 각기 다른 스페인 도시들의 색깔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모양입니다. 그림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타일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나 사진 촬영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이곳을 찾은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도시를 찾아 인증 샷을 찍는다고 합니다.
스페인광장은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기에 참 아름답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려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부릅니다.
"저쪽에 기타소리와 노래가 크게 들려요?"
"무슨 공연이 있나?"
▲ 건물 한쪽에는 스페인 전통춤 플라멩코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전갑남
우리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옮겼습니다. 플라멩코 공연이 한창입니다.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 무희들의 춤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잠깐 공연을 보고 있는데, 가이드가 우리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이따 플라멩코의 정수를 보게 되니까 어서 저녁을 드시러 가자구요."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무희들의 춤사위가 저녁에 관람할 플라멩코 공연에 기대를 한층 부풀게 합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보면 저녁노을이 질 즈음인데, 세비야 하늘은 아직도 높고, 태양은 붉게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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