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바로잡자는 헌법재판관은 단둘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 "긴급조치 국가배상책임 부정한 대법 판결 취소 마땅"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단둘 뿐이었다. 나머지 일곱 명의 헌법재판관은 양승태 대법원의 문제적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호소에 눈을 감았다.
30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9호 발령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53건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각하했다. 긴급조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 안보 등을 내세워 국민의 자유를 빼앗았던 악법이다. 이 가운데 1호는 유신헌법 반대를 금지한 긴급조치의 '뼈대'며 집회나 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금지한 9호는 수많은 국민을 범죄자로 만든 '결정판'이었다. 헌재는 이미 2013년 3월 21일 1호와 9호, 그리고 2호를 위헌이라 선언했다.
피해자들의 간절한 청구서, 그리고 두 재판관의 답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사단법인긴급조치사람들 회원들이 ‘긴급조치 등 과거사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2016년 4월 28일 한정위헌 결정문)
백 소장 등은 헌재가 이미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본 만큼 자신들의 사안이 '재판소원' 대상이라고 했다. 이들의 절박함이 담긴 청구서는 몇 년 동안 헌재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 사이 문제의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이 은밀히 작성한 사법농단 문건에 '박근혜 정권 협력 사례'로 기록됐다.
30일 김이수·안창호 두 재판관은 이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 대상"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 판결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긴급조치가 당시 유효했던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여도 유신헌법 기준으로도, 현행 헌법 기준으로도 위헌이라 판단한 헌재의 2013년 결정에서 시작했다. 긴급조치 자체는 결국 위헌이란 뜻이다.
또 이들은 긴급조치를 대통령이 발동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긴급명령의 발령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또한 국가긴급명령은 최고 권력자 1인의 행위인 만큼 일반 입법의 경우보다 남용의 위험이 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가능성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2018년 8월 30일 결정문)
단 두 명뿐이었지만, 수십 년 동안 고통받아온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귀 기울인 결론이었다.
▲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 ⓒ 권우성
반면 다수 의견은 '대법원의 해석'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이진성·김창종·강일원·서기석·조용호·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반하여 긴급조치들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긴급조치를 적용한 바가 없으며, 나아가 긴급조치를 합헌으로 해석하는 취지의 설시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판결들에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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