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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와 촬영금지, 익숙한 불편함

카메라로 구현된 감시사회

등록|2018.09.01 17:43 수정|2018.09.01 18:53

어느 건물옥상에 설치된 안내문CCTV 가 설치되어 있어 당신의 모습을 찍을 수 있지만 그러나 당신은 함부로 사진촬영을 하지 마십시오 ⓒ 서윤영


어느 건물의 옥상에 있던 표지판이 눈길을 끕니다.

CCTV는 설치돼 있지만, 개인은 사진촬영을 함부로 하지 마라는 뜻입니다.

시각은 언제나 대칭성을 원칙으로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있으면 그도 곧 나를 봅니다. 우리가 서로 마주볼 때 우리의 시각은 서로 대칭적이며 또한 평등합니다.

그런데 내가 숨어서 누군가를 몰래 훔쳐 본다는 것은 무언가 꺼림칙한 일입니다. 나는 그를 보지만 그는 나를 볼 수 없으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대칭적이지 않으며 또한 평등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행위를 훔쳐보다, 엿보다 등과 같이 비도덕성까지도 내포된 말로 이르고 있습니다.

일찍이 이러한 비대청적 관계를 간파한 것이 벤담의 파놉티콘으로, 이것을 물리적 환경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감옥'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응용은 이제 교도소로 이름이 변경된 교정시설을 비롯하여, 학교, 병원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발달된 과학의 힘을 빌어 더욱 교묘한 감시가 일어납니다. 이것이 조지오웰이 <1984>를 통해 일찍이 예견했던 초거대권력 '빅브라더'입니다. 그는 빅브라더가 시민을 곳곳에서 감시하는 사회를 그려냈습니다.

카메라는 인간의 시각을 연장하고 영속시키기 위한 도구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는 안전과 질서유지, 범죄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CCTV를 설치해 누구든 마음대로 찍을 수 있지만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의 사진촬영은 철저히 금지됩니다.

허가되지 않은 사진촬영은 몰카, 도촬로 간주되어 처벌까지 받을 수 있지만 그런데 권력을 가진 자는 때로 도촬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불법주차나 신호위반, 기타 소소한 규칙위반행위를 하는 사람을 몰래 찍어 관청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줍니다. 이것은 피사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몰래 찍었다는 점에서 명백히 도촬이지만, 그러나 공공질서유지, 범죄예방의 명목으로 권력을 가진 자가 장려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합법입니다. 도촬과 합법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그 촬영 주체가 권력을 가진 자인가 그렇지 못한 자인가 여부입니다.

나는 CCTV를 설치하여 너희를 찍을 것이지만, 그러나 너희는 함부로 사진을 찍지 마라.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저 익숙한 표지를, 우리는 생각보다 무심히 지나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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