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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명의 선수단이 선사한 감동... 숫자로 돌아본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3, 6, 19, 24, 54, 811... 성과와 과제 동시에 남긴 대회

등록|2018.09.03 09:35 수정|2018.09.03 09:36

함께 어우러진 남북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폐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함께 어우러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9.2 ⓒ 연합뉴스


16일 동안 아시아를 뜨겁게 달궜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2일 오전에 열린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를 끝으로 모든 경기 일정이 마무리됐다. 개막 전부터 대회 조직위의 허술한 운영으로 질타를 받았고 대회 관계자와 참가 선수, 취재진 등은 현지에 머무르면서 장염, 배탈 등으로 고생했다. 4년 전 인천 대회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회가 치러졌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로 총 177개의 메달을 획득해 중국(금 132, 은 92, 동 65)과 일본(금 75, 은 56, 동 74)에 이어 종합 3위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대회 개막 전 선수단이 목표로 잡았던 금메달 65개와 종합 2위 달성은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약 2주간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만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몇 개의 숫자로 돌아보려고 한다. 폐막식만을 남겨둔 현재, 어떤 숫자들이 대회를 장식했을까.

대회 종합 '3'위... 성과와 과제 동시에 남겼다

개막식 다음날인 19일, 선수단의 첫 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은 태권도 품새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강민성이었다. 뒤이어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개인천에 출전한 윤지혜는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올해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기존의 겨루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사격, 펜싱, 태권도 등에서도 메달이 나오기 시작했고 '효자종목'이라고 불리는 양궁에서도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쓸어담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회 전에 예상했던 메달보다 적은 개수였다. 대한민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최소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메달이 기대됐던 일부 종목에서의 부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메달이 전부는 아니지만 2년 후 일본에서 개최될 도쿄 올림픽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하는 등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 체육계가 바짝 긴장할 때다.

일본의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 '6'관왕 + 대회 MVP 선정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빛낸 많은 선수들 가운데 대회 MVP의 주인공은 일본의 이케에 리카코에게 돌아갔다. 수영 종목에서 여자 자유형 50m와 100m, 접영 50m와 100m, 단체전 계영 400m, 혼계영 400m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무려 6관왕을 차지하게 됐다.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MVP가 된 것은 이케에가 처음이다.

앞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MVP는 일본 선수의 몫이었다. 일본의 남자 수영 스타인 하기노 고스케가 인천 대회 MVP를 수상했고, 이번에도 수영 쪽에서 MVP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종합 성적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성과였지만 특히 수영에서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올림픽 준비는 비교적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19'골 넣은 남자 축구 대표팀, 많은 관심 속에서 정상에 우뚝 서다

일본 꺽고 아시안게임 우승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손흥민과 선수들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 곳, 단연 남자 축구 대표팀이었다. 지난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위' 독일을 무너뜨린 주역인 조현우와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승선했고,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활약 중인 황의조도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손흥민의 경우 소속팀인 토트넘에서도 병역 혜택이 걸린 이번 대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대표팀은 첫 경기인 바레인전에서 시원한 골 잔치를 벌이며 6-0 대승을 거뒀으나 말레이시아전에서 1-2로 패배하며 적신호가 켜졌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최악의 상황을 면한 대표팀은 16강 이란전 2-0 승리, 8강 우즈벡전 4-3 승리, 4강 베트남전 3-1 승리로 점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항서 매직'도 대표팀을 막을 수 없었다.

1일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2-1로 마침표를 찍은 축구 대표팀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대표팀 관계자들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승선 당시 '인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던 황의조는 9골을 넣으면서 인맥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동시에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이해하기 어려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19골로 아시아의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끝까지 투혼을 보여준 여자농구 대표팀 임영희 '24' 득점

조정,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여자 농구 등 세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다. 특히 여자 농구 '코리아' 팀은 하나로 똘똘 뭉쳐 결승전에서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박지수, 로숙영, 박혜진 등의 활약도 빛났지만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임영희의 투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로숙영이 2쿼터에 4반칙으로 몰리고, 박지수는 중국 선수들의 수비에 둘러싸여 원하는 플레이를 맘껏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임영희가 정확한 슛으로 중국을 압박했고, 24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비록 65-71로 중국에 패배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으나 중국이 임영희를 완벽하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총 '54' 득점 뽑아낸 야구 대표팀, 우여곡절 끝에 AG 3연패 달성

예선 라운드에서 대만전 0득점, 인도네시아전 15득점, 홍콩전에서 21득점을 기록했고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전 5득점, 중국전 10득점을 얻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타선에 세 점을 뽑는 사이 마운드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면서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6경기 동안 총 54득점, 경기당 9득점을 뽑아낸 셈이다.

그러나 야구 팬들의 비난은 대회 전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선수 선발 및 엔트리 구성 방식부터 대회 준비 과정, 현지 적응 과정과 경기 내용 등 여러 가지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 어느 대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표팀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대표팀이 원하는 목표인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쁨은 잠시, 비슷한 논란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남긴 과제를 야구계 전체가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내년에 개최되는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WBC 등 굵직한 국제 대회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빠와 아들, 둘 다 AG 금메달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이정후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주루코치가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811'명의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모두가 최선을 다한 아시안게임

선수단이 원했던 목표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대회에 참가한 811명의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맺는 자리였다. 사이클 종목에서 여자 개인도로, 여자 도로독주, 여자 팀 추원, 여자 메디슨 결승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은 나아름 등 새로운 스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2014년 인천 대회 때보다 여러모로 조건이 좋지 않았고, 병역 혜택과 성적 등 한국 체육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뚜렷하게 남겼으나 참가 선수 전원이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 16일간 진행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한국 체육계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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