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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방북 앞둔 청와대... 임종석 실장의 '미묘한 글'

페이스북에 글 올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다르게 시작"

등록|2018.09.03 16:27 수정|2018.09.03 16:27

수석·보좌관 회의 입장하는 임종석과 정의용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는 5일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을 앞둔 가운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주목받고 있다.

임종석 실장은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사단이 다시 평양에 간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라고 썼다. 이는 특사단 평양 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의 관계자는 지난 8월 31일(미국 현지시각) 청와대의 대북특사단 파견 발표에 "남북관계의 진전은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북특사단 파견에 일부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임 실장의 글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지는 문장들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임 실장은 "냉엄한 외교 현실의 세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라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전례없이 강력하고 긴밀하게 미국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라고 전제했다.

임 실장은 "하지만 지난 1년여,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기도 했다"라며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다르게 시작된다"라고 적었다.

비핵화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문제들'이 미국과 협력하지 않고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임 실장은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을 강조했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다르게 시작된다"라는 문장도 덧붙였다.

또한 임 실장은 대북특사단의 몇 가지 임무와 목표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정 확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조기 방북, 북미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 등이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일정을 확정하고 오기를 기대한다"라며 "그리고 폼페오 장관의 조기 방북과 북미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라고 자신의 기대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애초 남북이 합의한 '9월'보다 늦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바 있다. 

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구성된 대북특사단은 오는 5일 평양을 방문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친서 전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여부 등이 주목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라며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므로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면밀하게 살피고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의지에 국회가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라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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