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꼬챙이 개 도살' 무죄, 대법원에서 파기
1·2심 "잔인한 방법 아냐" 무죄... 대법 "국민정서·동물고통 고려해야"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 권우성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재판의 쟁점은 이씨의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앞선 1, 2심 재판부는 "이씨는 전살법(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을 이용해 개를 즉시 실신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방법과 비교해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잔인하다'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 상대적인 개념인데다가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어 자칫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지거나 처벌의 기준이 너무나 불명확하게 되어 위헌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라며 "'잔인한 방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동물보호법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의 문언과 해석에 위배되지 않도록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한 가축 중 토끼를 제외한 포유류에 대한 도살방법으로 '타격법', '전살법', 'CO₂가스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개를 도살할 때 역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서 '개'는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개를 '도살'이 가능한 가축으로 본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도살방법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걸리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 외 증상 등을 심리해 그 결과와 이 사건 도살방법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씨 행위를 '잔인한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바와 같은 (가축 도살에 전살법이 쓰인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도살방법이 이 사건 조항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다"라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조항의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 구 동물보호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함을 평가했던 것에 비해, '동물의 입장'에서 겪는 고통의 정도가 기준이어야 함을 인정한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동물학대에 대한 한국사회의 성숙도, 이제는 개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개를 키워 도살하고 취식하기까지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육견업자들은 전기로 개를 도살하는 개도살장에 의존해 왔고 이 같은 현실을 돌아볼 때 이번 판결은 동물권의 승리와도 같으며 개식용 산업의 맥을 끊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식용 종식의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겨 단 한 마리의 개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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