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아닌 버드나무를 방생? '4대강 살리기 위해'
[현장] 불교환경연대... “방생은 온 생명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
▲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금강 버드나무 방생법회에 참가한 남성들이 땅을 파고 여성들은 나무를 심고 물을 줬다. ⓒ 김종술
2016년 4대강 100일 순례에 나섰던 불교환경연대가 금강을 다시 찾았다. 15일 오후 1시부터 열린 이 날 방생법회는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논산 지장정사) 법원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과 한주영 사무처장을 비롯해 서울, 대전, 계룡, 공주 등 2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했다.
▲ 참가자들이 나무 심기에 앞서 반야심경을 낭독하고 있다. ⓒ 김종술
▲ 논산 지장정사 법원 스님이 참가자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다. ⓒ 김종술
그는 이어 "생각으로 사는 사람을 놀부라고 하고 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흥부라고 한다. 제비 다리를 마음이 아파서 치료해준 흥부를 보고 탐이 나서 생각으로 한 사람이 놀부였다. 오늘 이 자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또는 그냥 왔을 수도 있는데, 나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해서, 또 모든 생명을 위해서 함께하는 방생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오늘 행사를 위해 이틀 전 방문하여 강변에 자라는 잡풀을 제거해 놓았다. 남자들은 지름 60cm, 깊이 50cm 정도의 구덩이를 파고, 가져온 거름과 흙을 섞은 후 왕버들 13그루를 심었다. 정성껏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대나무를 꽂아 이름을 달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 참가자들이 왕버들을 심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종술
'모든 이에게 행복과 건강을 빕니다'
'미운 마음 사라지고 이쁜 마음 사랑으로 임정우·임준우 사랑해 너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 없어지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평화가 항상 함께하길'
왕버들은 '뭇 버들의 왕'이란 뜻으로 가냘프고 연약한 일반적인 버드나무와 다르다.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축축한 땅이나 개울가에 잘 자란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오래된 왕버들이 베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경북 성주읍의 왕버들은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유정길 운영위원장 "10년, 12년 뒤에 다시 찾았을 때 큰 고목이 되어 생명을 살리는 쉼터가 될 것이다. 강물은 맑아지고 물고기와 새와 풀과 나무와 동물들이 자유롭고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발원하며 버드나무를 심었다. 잘못된 정책과 국가 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고통받고 있는 뭇 생명에게 안식처가 되어 강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발원문을 낭독했다.
버드나무 심기에 동참한 참가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 강변에서 나무 심기가 진행됐다. ⓒ 김종술
김성미씨: "생각하지도 않고 참여했는데 저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나무들이 잘 자라서 사람들과 자연에 쉼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미옥씨: "환경은 너무 멀고 크게만 생각했다. 시장갈 때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봉지를 덜 쓰기 위해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것으로 작은 실천이라 생각했다. 큰 의미를 가진 행사에 동참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나무가 잘 자라서 강산이 푸르고, 모든 사람이 맑고 밝은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신희옥씨: "원장님이 가지고 해서 왔다. 와보니까 의미가 크다. 우리 손자가 지난달에 태어났는데 그 아이의 기념 수로 정하고, 제 마음에 기념 수로 정했다. 그 아이의 이름을 써서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것이라고 기원했다."
이동환씨: "이런 법회에 참가하게 되어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4대강이 맑은 좋은 환경으로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인근 계룡시에 살고 있으니 종종 찾아서 물도 주고 가꾸겠다."
전지한씨: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술을 찾는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환경을 위해서 좋은 마음을 가지면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기운을 받았다."
▲ 참가자들이 우정길 운영위원장을 따라 느릅나무 춤을 추고 있다. ⓒ 김종술
참가자들은 유정길 운영위원장을 따라 '느릅나무 춤'도 췄다. 느릅나무 춤(Elm Dance)은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를 기리기 위한 춤이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핵 발전소에서 최악의 핵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때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핵 구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느릅나무 숲으로 옮겨 그 숲에 핵 방사능의 비를 내리게 하였다. 그래서 사람 대신 죽어간 느릅나무와 그 생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 바로 느릅나무 춤이다.
▲ 세종시 합강리 일원에서 나무 심기에 동참한 회원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종술
끝으로 참가자들은 자애경을 함께 낭독하면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6월 남한강에 이어 9월 29일 영산강, 10월 20일 낙동강에서 버드나무 방생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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