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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비염을 낫게 할 작두콩차를 만들었습니다

작두콩 모종 두 알로 이렇게나 풍성한 가을

등록|2018.09.28 10:36 수정|2018.09.28 10:38

작두콩 작두콩을 채로 썰었습니다. 두툼하지만 아주 색감은 멋지고 예뻤어요. ⓒ 권성권


작두콩을 오이 썰 듯이 두껍게 채로 썰었습니다. 빛깔이 무척 고왔어요.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이 홍일점처럼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하얀 속살에 붉은 알갱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지 않습니까? 어떤 것은 씨앗이 반절로 잘리기도 했고, 다른 것들은 씨앗 자체로 튀어나오기도 했어요.
 

작두콩작두콩을 채로 썬 것을 큼지막한 소쿠리에 담었어요. 작두콩이 몇 개 안 된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풍성한 가을을 만끽하게 합니다. ⓒ 권성권


왜 작두콩을 벌써 땄을까요? 실은 더 실하게 키웠다가 나중에 콩만 빼내서 작은 작두로 자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 따는 게 훨씬 더 영양가가 좋다고 해요. 비염을 다스리는 차로 마시는데에도 지금이 적기라고 합니다.
  

작두콩작두콩을 잘게 채로 써어서 소쿠리에 담은 모습입니다. 빨간 색깔의 소쿠리와 작두콩 안에 들어 있는 빨간 씨앗도 멋진 조합을 이루는 것 같았어요. ⓒ 권성권


작두콩을 채로 썰 때 그것을 자르는 법이나 그 크기도 정해진 게 없다고 해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적당히 자르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볼썽사납지 않게 자르는 게 중요할 것 같아 제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여봤습니다. 어떤가요?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는데, 꼭 그렇게 보이나요?
  

작두콩작두콩을 채로 썰 뜻이 하나씩 하나씩 잘게 썰었습니다. 마치 오이를 썰 때 그 느낌이었어요. 씨앗이 조금 들어찬 것은 써는데 쉽지 않았지만, 씨앗이 약간 차 있는 것은 쉽게 썰 수 있었어요. ⓒ 권성권


이렇게 멋진 작두콩 채는 얼마간 말려야 할까요? 추석 때 시골에 사는 누님이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아주 바싹 말려야 한다고 말예요. 그것들을 방앗간에 가져다 주면 그곳에서 잘 볶아서 차로 우려내서 마시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때 느끼는 맛은 일반 커피보다 훨씬 향이 진하고 좋다고 했습니다.
  

작두콩 작두콩을 실내에서 신문지를 깔고 말리는 모습이에요. 큰 테이블을 두 개나 폈으니 꽤 많이 수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을의 기쁨이란 이런 데 있겠죠? ⓒ 권성권


과연 그런 맛이 느껴질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작두콩 향이 내 코 끝에 스며드는 것 같아요. 물론 향 때문에 기다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 아내도 실은 비염이 있는데, 그것을 잘 다스려보고자 이렇게 채로 썰어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두콩작두콩을 따기 전의 모습입니다. 아직 큼지막하게 부풀어 오르지 않은 이 때가 적기라고 해요. 이것을 따서 잘게 썰어 바짝 말린 뒤에, 그것을 볶아서 차로 우려 마시면 비염이나 다른 염증에 좋다고 해요. ⓒ 권성권


교회 텃밭에는 아직도 따지 못한 작두콩이 많이 열려 있습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열린 셈이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줘야 할 것 같습니다. 봄철에 교회 텃밭에 심은 작두콩 모종 두 알로 이렇게나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니, 그지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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