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토론회 막아선 유치원 원장님들 "내려와"
[현장] '유치원 비리근절 위한 정책토론회' 방해... "토론하자" vs. "독재국가서 하는 짓"
▲ 박용진 의원에 항의하는 유치원 원장들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박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 박용진 의원 둘러싸고 토론회 방해하는 유치원 원장들 ⓒ 조혜지
[기사 보강 : 5일 오후 5시 44분]
5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주최하는 '유치원 비리문제 관련 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 300여 명이 토론회를 막기 위해 이날 국회 2세미나실과 3세미나실를 점령했다.
박용진 의원이 인사말을 하자 이들은 "내려와"를 외쳤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자료를 통해 "민간의 유아교육 현장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라"며 "경기도 교육청 시민감사관을 주축으로 박용진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토론회 전날인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회 관련 원장님들이 보내시는 문자폭탄과 항의전화로 하루 종일 업무가 마비 수준이었다"라면서 "국민혈세를 투명하게 쓰는 것을 고민하는 것은 의원의 의무인데 이렇게 압력을 행사하는 건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토론 시작 동시에 발표장으로 '돌격'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
▲ 단상 점거한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박용진 의원을 향해 "누가 적폐냐, 제도보완해라"고 외치며 둘러싸자 국회 방호처 직원들이 이들을 저지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쪽 이사님들게 토론회 참석을 요청드렸지만 오시지 않고 이렇게 토론회를 방해하면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은 "제도개선"을 외쳤다
이들은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4천이 넘는 사립유치원들 중에 경기도 시민감사단의 감사를 받은 곳은 93곳으로 극히 일부다"라면서 "이 감사보고서가 이미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되었음에도 또 토론회를 통해 거론하는 것은 회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유치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는 토론회 주제만이라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외면당하자 어쩔 수 없이 토론회를 저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함께 나가서 같이 토론회를 진행하자"라고 설득했지만, 세미나실에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토론회 안 하면 된다, 제목 바꿔달라, 이는 독재국가에서 하는 짓이다"라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토론 없이 약식으로 치러진 행사
▲ 아수라장 된 박용진 토론회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정책토론회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박용진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께서 저에게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으니, 저랑 복도로 나가서 이야기하시자"라면서 "대신 안에서 토론회는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이 박 의원을 밀치자 박용진 의원은 "때리지 마시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이대로 토론회를 진행시킬 수는 없다면서 맞섰다.
결국,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일부는 복도로 나왔고 나머지 회원들은 세미나실 단상을 점거한 채 토론회 진행을 막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은 "현재의 토론회 제목은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적폐 집단으로 모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복도 바닥에 그대로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입법 미비, 제도 개선, 지원 방안 등도 다각적으로 살피겠다"라면서 "그걸 위한 토론회는 나중에 꼭 따로 열 테니 이 토론회는 진행하자"라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박 의원이 "그러면 스크린 내리고 현수막을 떼면 괜찮겠느냐"라고 하자 한 관계자가 "좋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지금 현수막 떼고 토론회는 진행하자"라고 말하자 다른 관계자들이 "무슨 소리냐" "제목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다" "토론회는 절대 안 된다"라며 막아섰다.
▲ '아수라장'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있다. ⓒ 남소연
결국 협의는 결렬됐고, 박 의원은 토론회를 약식으로 강행했다. 국회 방호처 공무원들이 발제자 보호를 위해 인간 벽을 만들었다. 정인숙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마이크를 붙잡고 준비한 발제문을 읽기 시작했다. 연합회 회원 일부는 발언을 막기 위해 방호처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소동에 세미나실 불이 꺼지고, 단상이 넘어가기도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각 지회별, 원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앞에 나가서 발제자 발언을 물리적으로 중단시키자는 몇몇 회원들의 제안에 동참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거부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뒤에서는 "너무 이러면 국민들이 오해한다" "그건 과하다"라면서 자리를 지키는 회원도 있었다. "이대로 유야무야 물러서면 아무것도 안 된다" "저대로 토론회가 진행되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이들도 있었다. 지회별로 중간에 퇴장하기도 했고, 세미나실을 빠져나가는 회원을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발제자들의 발제가 모두 끝난 후, 예정돼 있던 토론 없이 행사는 마무리됐다. 박용진 의원은 "이 자리에 학부모도 와 계시고, 원장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다"라면서 "여러분들의 대표인 연합회 이사장과 약속한 것처럼, 추후에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제도 개선과 입법 미비 등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도 갖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박용진 의원은 연합회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면서 공식 입장을 냈다. 그는 "절대 굴하지 않겠다"라면서 "투명한 회계 운영 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공식적으로 다시 한 번 더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열렸지만, 토론회에 항의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 300여명의 등장으로 '난장판'이 됐다. ⓒ 곽우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