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이 간첩으로 지목했던 광주시민군, 그의 놀라운 정체
[리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상영작 <김군>(2018)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상영작 <김군>(2018) ⓒ 부산국제영화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상영작 <김군>(2018)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한 무장 시민군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사진 속의 인물을 두고 군사평론가 지만원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으로 정의한다. 이 외에도 지만원은 수백 명의 시민군들을 북한에서 내려온 일명 '광수들'로 지목한 바 있다.
첨단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광수들'이 현재 북한에서 고위 간부로 활동한 인물들임을 확인했다는 지만원의 주장을 얼핏 듣다보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곧 이어 지만원이 제기한 사진 속 북한 간첩들의 상당수가 시민군 생존자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지만원이 제기한 '제1광수', 영화에서는 '김군'으로 불리는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상영작 <김군>(2018)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속 인물의 실체와 당시 행방을 추적하는 여정을 다룬 <김군>은 진실을 찾고자 하는 감독의 집요함과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큐멘터리 영화다. 몇 장의 사진 속 흐릿한 단서를 토대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생존자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끝내 '김군'의 실체에 도달한 제작진의 의지에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다.
허나,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고자 했던 영화의 1차적 목표 도달과 별개로 <김군>은 태생적으로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아픈 결말로 끝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사라진, 이름없는 광주의 시민(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직도 1980년 5월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생존자들을 만나고, 사진 속 '김군'을 매개로 한 생존자들의 육성 증언을 통해 당시 광주의 상황을 재현한다.
사진 속 인물을 찾아 끈질긴 추적을 거듭한 영화는 '김군'과 함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싸우던 시민군들을 만나고 그들의 아픈 기억, 역사를 되짚어 본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신원미상 '김군'만을 지칭하는 제목은 아닐지도 모른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모든 시민군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김군들'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상영작 <김군>(2018) ⓒ 부산국제영화제
'김군'은 여전히 신원미상으로 남게된 사진 속 인물만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목숨걸고 항쟁에 뛰어든 이들 모두 김군이고, 우리가 기억해야할 사람들이다. 신원미상으로 남은 넝마주이 김군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해야하는 것 인가에 대한 감독의 집요한 질문과 성찰로 끝나는 냉철한 작품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상영작 <김군>은 9일, 11일 두 차례의 상영이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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