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보다 못한 한미 방위비 협상
[주장] 정부,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끌려다녀... 국회와 국민의 감시 절실
▲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18.6.26 ⓒ 연합뉴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아래 SMA) 체결을 위한 8번째 한미 간 회의가 서울서 16~17일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 국정감사(10월10일-29일)가 진행중입니다. 알다시피 SMA 협정은 협정 자체가 위법성(한미소파 위반)을 띠고 있고, 집행과정도 각종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는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감시‧감독이 절실한 것은 10차 SMA 협상이 미국의 도를 넘는 고압적 자세와 문재인 정부의 굴욕적일 정도의 저자세 속에서 진행되어 우리 국민에게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 강요
이번 SMA협상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미국이 터무니없이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대폭 증액을 우리 정부에 강요하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이 현 방위비분담금(2018년 현재 9,602억 원)의 1.5∼2배를 요구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이런 증액요구는 2017년 12월 현재 9,830억 원의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남아 있다는 점,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사실상 2018년 마무리되어 향후 군사건설비(방위비분담금의 주요 항목의 하나)의 대폭 감액사유가 발생한 점,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각종의 직간접지원(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하여 6조3천억 원)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터무니없고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이 대폭 증액 사유로 내세우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도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SMA협정이 대상으로 하는 방위비 분담금 지급범위가 주한미군이 고용하는 인력이나 보유하는 장비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미국의 세계 및 지역 군사전략에 따라 운용되는 전력입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분담 요구는 SMA협정 나아가 한미소파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불법 부당한 요구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그 (평양공동선언) 정신과 분명히 안 맞는다"는 강경화 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의 여러 합의에도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미국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의 불법부당성
미국은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현행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작전지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하자는 요구입니다. 미국은 작전지원 세부항목으로 '전략자산전개 비용'과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편성 또는 지정된 고유 목적의 임무 또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함정 또는 무기체계 장비의 준비태세 및 인원 준비태세를 모두 포함한다"는 미 국방부의 작전지원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이 작전지원이란 그 범위와 경계가 거의 무제한적일 정도로 넓고 또 임의적입니다. 따라서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구성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여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방위비분담금 지급은 앞으로 무제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단순히 한국방어 임무를 넘어 아시아 태평양 기동군으로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재정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우리 스스로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은 재정 부담이나 법적인 정당성(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어느 측면에서나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굴욕적인 협상 태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 총액 대폭 증액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불법부당한데도 우리 정부는 지극히 수세적이고 굴욕적인 협상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습니다. 최소화란 상대적 개념이어서 100%인상 요구에 대해서 50%인상이 최소가 될 수도 있는 등 그 절대적 기준이 없습니다.
결국 인상률 최소화는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증액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수세적 전략입니다. 이런 협상전략은 총액 삭감을 협상 목표로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군수지원비 항목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이 부당하다면 그에 대한 방위비 분담 지급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서는 안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군수지원비 항목 속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우리 국민의 눈을 의식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는 굴욕적 태도입니다.
지난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뒤 언론은 "총액, 유효기간, 연(年) 증가율, 제도개선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 패키지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10.1)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제도개선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방위비 분담 총액문제와 제도개선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SMA협상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의 대폭 삭감을 바랐던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무참히 저버린 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8차 및 9차 SMA 체결 때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를 채택하였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밀실‧비밀 협상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우리 주권과 국익이 걸린 문제로 우리 정부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여 협상을 이끌 책임이 있습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달리 촛불민심으로 집권한 정부로서 힘을 바탕으로 협상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에 맞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름의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미 SMA 협상을 보면 이전 정부와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과 7차례 회의를 하였지만 방위비 분담금 총액, 유효기간, 제도개선,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금액 처리, 사드 운영비 지급 등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정부는 2014년 9차 SMA국회 비준 때 커뮤니티뱅크(CB)의 법적 지위를 파악해 정부기관이면 차기 협상 때 방위비 분담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방위비 분담 총액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는 협상전략과는 무관한 것이며 우리 국민을 대상화 하고 우리의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를 보면 '군사건설비 현금 추가지원'에 관한 이면합의를 했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문재인 정부 또한 우리 국민 몰래 또다른 이면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우리 정부의 굴욕적 협상태도를 질타함과 동시에 SMA 협상의 실상을 밝혀내어 우리 주권과 국익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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