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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국말, 이곳에 오니 이해가 쏙쏙

다문화 엄마들과 민속촌으로 현장학습 가다

등록|2018.10.30 17:38 수정|2018.10.30 17:38

▲ 한국 민속촌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한 다문화 가족 ⓒ 김혜원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이제 막 짙어져 가는 단풍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던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 한국 민속촌 마당에는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과 신기함에 놀란 다문화 엄마들의 탄성이 가득했다.

"한국 신랑 신부 결혼식 참 예뻐요. 나는 저런 결혼식 못해 봤어요."
"우리 네팔에서도 저렇게 비슷한 결혼식을 해요. 참 예뻐요."
"선생님 이게 기와에요? 우리 귀화시험 문제에 나오는 그 기와. 기와와 귀화는 어떻게 달라요? 한국말은 다 비슷해요. 그래서 어려워요."
"선생님 한국 지붕이랑 일본의 지붕이랑 비슷한 것도 많아요. 일본에도 이런 지붕있어요."
"어! 베트남에도 이런 갈대 지붕도 있고 나무지붕도 있어요. 많이 비슷해요."


아이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민속촌을 둘러보는 다문화 엄마들의 표정이 마치 소풍 나온 초등학교 아이들처럼 들떠 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람객들도 여기저서 들려오는 흥겨운 풍악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엄마들도 신이나서 방실방실 웃음꽃이 피어난다.
  

▲ 한국과 일본의 지붕이 서로 닮았다고 이야기 하는 가나코씨 ⓒ 김혜원


"선생님. 대장간이네요. 아~ 여기서 칼 같은 거 만드는 거네요. 대장간이 뭔지 몰랐는데 이제 잘 알겠어요."
"여기는 그릇을 만드는구나~"
"선생님 여기 소가 있어요. 외양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 외양간이요? 아하~ 이게 그거구나."
"가나꼬씨 이제는 속담도 척척이네요. 대단해요."
"민속촌에 오니까 한국말이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하하하"


다문화엄마들과 귀화시험 대비 문제 풀이를 하다보면 문화가 다르고 삶이 달라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적지 않다.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림으로 그려주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이곳에 오니 "아하!" 하는 탄성과 함께 한번에 쏙 이해가 되니 현장 학습의 효과라 아니 할 수 없다.
  

▲ 한국 전통혼례가 네팔의 결혼 풍습과 비슷하다는 꺼비다씨 ⓒ 김혜원


이렇게 놀며 공부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뭐니 뭐니 한국 전통음식을 빼 놓을 수 없다. 장터국밥과 장터국수 녹두지짐까지.

"한국음식 맛있어요. 처음에 김치가 조금 매웠는데 지금은 김치 없으면 밥 못 먹어요."
"저도 김치 좋아해요. 그래서 베트남 친정 가서도 김치 만들었어요. 친정에서도 좋아했어요."
"나도 네팔 엄마 김치 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네팔 못가요. 엄마 김치 만들어 주려면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벌어야 해. 하하하."


센터를 벗어나 자연과 계절에 빠지니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 지는지 농담도 즐겁게 나누는 중국, 베트남, 일본, 네팔 아줌마들. 서로 고향이 다르고 5년, 10년, 15년, 20년 한국에 온 기간도 서로 다르지만 이들의 소망을 하나같이 하루 빨리 한국 국적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귀화 시험 준비를 하고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하지만 수업만으로는 늘 아쉬움이 많다. 문화를 문자로 배우는 것에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엄마들과 함께 현장으로 나가려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 년에 두세 번 선생님 집에 초대해 한국 가정의 모습을 보게 하고 또 한 두 번은 문화의 현장을 찾아 직접 한국 사람들 속으로 들어 가는 것. 그런 현장 학습이 백 마디의 말보다 수백 장의 그림보다 더 나은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남동발전 분당발전본부와 함께 한 다문화 가족 한국 전통 문화 체험 나들이 ⓒ 김혜원


음식문화를 넉넉히 체험한 후 놀이마당에서 펼쳐지는 사물놀이 한 마당에 푹 빠져든 엄마들이 고향의 축제를 이야기 한다.

"중국도 놀기 좋아해요. 우리 고향 하얼빈에서는 겨울에 빙등축제 아주 크게 해요. 참 예쁘고 멋있지만 나는 너무 추워서 싫어. 나 한국에 온 지 15년 넘었는데 한국이 좋아요. 하얼빈보다 안 추워서 좋아요."
"베트남도 노래하고 춤추는 거 좋아해요. 축제도 많아요. 요즘엔 한류. K-POP 다 좋아해요. 가수도 좋지만 이런 전통 놀이랑 음악도 참 좋아요. 사물놀이. 징, 꽹과리, 장구, 북 맞지요 선생님?"
"아이구 100점이에요. 이제 시험 보러 가면 다 통과 될 것 같아요."
"네, 선생님. 이번에는 떨지 말고 잘 해서 꼭 한국 국적 딸 거예요."
"선생님 이럴 때 백문이 불여일견. 이 말 쓰는 거 맞아요?"
"어머~ 그건 어려운 말인데 어떻게 알았어요?"
"하하하 선생님이 지난 번에 그러셨잖아요. 백문이 불여일견.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요."
"밍진씨 이제 한국 사람 다 됬어요. 내일 바로 시험 보러 가도 되겠어요. 우리 같이 박수 쳐 줍시다. 밍진 언니. 한국어 실력이 훌륭해요."


단어를 넘어 속담, 속담을 넘어 사자성어를 말하기에 이른 다문화 엄마들의 실력에 모두 깜짝 놀라며 배를 잡고 웃는다. 그녀들의 친구로서 오늘 하루 그녀들의 한국살이가 행복했기를 기뻤기를 또 아름다웠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김혜원 시민기자는 사단법인 올프렌즈의 다문화팀장입니다.
지난 10월 25일 한국 남동발전 분당발전 본부 봉사단과 민속촌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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