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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감독 경질의 '흑역사'... 왜 자꾸만 되풀이 될까?

[K리그] 성적 부진으로 연이어 경질된 감독들, 또 다시 돌아오기도...

등록|2018.10.30 19:33 수정|2018.10.30 19:34
한국 프로축구에서 성적이 부진한 감독을 리그 중에 경질하는 일은 여러 번 되풀이 돼 왔다. 비단 K리그에 국한되어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해외 프로축구에서도 빈번하게 발생되는 일이지만 다른 점도 있다. K리그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은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이후 새로운 사령탑이 성적을 반등시킨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 황선홍 전 FC 서울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2018 K리그 역시 감독 교체 수난사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명문구단 FC 서울의 황선홍(50) 감독이다. 2016년 시즌 중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3시즌 동안 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은 2승 4무 4패(승점 10점) 명문팀 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4월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차례였다. 2016년 9월부터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며 6승3무1패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PO)도 거치지 않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이기형(44) 감독은 지난 5월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기형 전 감독이 K리그1에서 10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12라운드까지 1승4무7패를 기록한 데 대한 경질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는 6월 발빠르게 노르웨이 출신 욘 안데르센(55) 감독을 선임했지만 감독 교체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현재 6승12무16패(승점 30점)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해, K리그2(챌린지)로의 자동 강등을 앞두고 있다.

강원 FC도 지난 8월 송경섭 감독을 부임 9개월 만에 경질했다. 강원 FC는 지난해 11월 최윤겸(56) 감독을 경질하고 전력강화 부장이었던 송경섭(46)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송경섭 감독은 2018 시즌 초반에만 해도 팀을 3위까지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리그 중반 팀 성적이 7위까지 추락하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강원 FC는 또 다시 팀 전력강화 부장이었던 김병수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강원 FC는 새 감독 체제에서 K리그1 상위 스플릿 잔류와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노렸지만 반전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후 10경기에서 3승(3무5패) 밖에 챙기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으로 K리그1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는 참담한 결과를 얻는 데 그쳤다.

더불어 감독 경질의 바톤을 이어받은 팀은 전남 드래곤즈다. 전남 드래곤즈는 시즌 중 팀이 6연패에 빠지며 3승7무13패(승점 16)로 리그 순위 최하위로 추락하자 유상철(47) 감독을 경질했다. 8월 23라운드부터 김인완(47) 전력강화실장이 감독대행을 맡고 있다. 그러나 부진의 늪에 빠진 전남 드래곤즈는 좀처럼 회생의 기회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8승8무18패(승점 32점)로 리그 순위 12위를 기록한 전남 드래곤즈는 1994년 팀 창단 이후 첫 K리그2 강등 위기에 처해 있다.

성적 부진으로 나간 감독... 다시 돌아오기도
  

▲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감독이 다시 돌아오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바로 수원 삼성 서정원(48) 감독이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2012년부터 FC 서울과 함께 K리그 최고 명문팀으로 꼽히는 수원 삼성의 사령탑이 됐다. 2016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남겼지만, 지난 8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수원 삼성은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10월 15일 약 한달 반 만에 서정원 감독의 깜짝 복귀를 밝혔다. 이후 수원 삼성은 FA컵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ACL 결승 진출은 무산됐다. K리그1에서도 13승10무11패(승점 49점)로 리그 순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FC 서울의 최용수(45) 감독은 2년여 만에 친정팀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FC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최용수 감독은 1년 동안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8승12무14패(승점 36점) 리그 순위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FC 서울은 남은 4경기 결과에 따라 K리그2 강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정갑석 전 부천 FC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2에서도 성적부진으로 인한 감독 교체는 K리그1과 별단 다르지 않다. 2017년에는 수원 FC 조덕제(53), 대전 시티즌 이영익(52) 감독이 각각 자리에서 물러났고 올 시즌 8월에는 안산 그리너스 이흥실(57)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9월에는 시즌 초 한때 5연승을 달리며 우승까지 넘봤던 부천 FC 정갑석(49) 감독 역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감독 경질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리그 중 감독 교체는 흔한 일이지만, 막상 효과는 늘 그리 크지 않았다. 감독 경질은 K리그 발전은 물론 유능한 지도자 육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독을 믿어주지 못하는 리그 현실은, 감독이 단기적인 목표에만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유능한 지도자 육성이야 말로 현재 한국 축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각 구단들이 고민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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