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파고드는 한인들... 그들은 왜 돈 내며 움직이나
[현지 취재] 점차 달라지는 미 의회의 한반도 평화 무드 숨은 공신들
▲ (10/28일, 메넨데즈 상원의원과(오른쪽 양복)과 필 머피 주지사(왼쪽 양복)가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 최현정
"저기 제 아들과 며느리도 왔네요. 난 항상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으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인 난 매년 F, 낙제점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총기협회(NRA)로부터 말이죠. 그래도 난 굴하지 않고 미 총기협회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유대인 혐오자의 기관총 난사로 11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온 지난 일요일(10월 28일), 뉴저지주 민주당 상원의원 밥 메넨데즈가 젊은 청중 앞에서 목청을 돋웠다. 휴일 아침 그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그의 승리를 기원하며 선거 날짜를 헤아렸다. 오는 11월 6일, 미국 중간 선거를 아흐레 앞둔 일요일 저지시티의 풍경이다.
이날 정치 9단 밥 메넨데즈는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언론은 그가 상원으로 있는 뉴저지주를 초 박빙 지역으로 꼽고 있다. 쿠바계 이민자의 아들로 20살에 지역 교육위원으로 선출된 후 시장과 주 의회 상하원을 거쳐 연방하원 그리고 현재의 연방 상원의원까지 오른 그는 '질긴' 정치인이다.
지난 회기 그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현재 제약회사 CEO 출신의 공화당 경쟁자와 접전중이다. 지역TV는 몇 달 전부터 두 사람의 네가티브 광고로 도배되고 있다. 48:52로 나뉜 미 상원의 민주:공화당의 판세를 좌우할 중요 지역으로 뉴저지주가 초미의 관심 지역이 된 이유다.
그런 이유로 이날 같은 당의 현 뉴저지 필 머피 주지사도 매넨데즈의 지원 유세에 합류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지만 '브리지 게이트' 등으로 한껏 비난 받던 크리스피 주지사의 뒤를 이어 지난 5월 새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주지사다. 청중들에게 머피 주지사는 지난 47년간 한번도 공화당 상원의원을 뽑지 않은 뉴저지주의 민주당 사랑을 거론하며 "다시 한번 메넨데즈!"를 외치고 다음 행사로 바쁘게 이동했다.
이 곳 뉴저지를 비롯해서 텍사스, 노스타코타, 아리조나 등이 지금 상원 의석을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이겨도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미리 엄포를 놓았다. 공화당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원과는 달리 하원은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한국계 앤디 김 후보가 현직 공화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뉴저지 제3선거구.
최근 여론 조사에서 두 후보 똑같이 47.45% 를 기록, 부동표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앤디 김 후보는 한인, 소수계라는 약점을 무릅쓰고 소액기부금만 443만달러(우리 돈 약 50억원)을 모금 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0월 16일 현재 민주당 소액 기부는 공화당에 비해 3배 많은 4600만달러(우리 돈 약 5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우리 집에 도착한 감사 카드
▲ 테트 요호 의원이 보낸 땡큐카드 ⓒ 최현정
지난 목요일(25일) 저녁 우리 집 우편함에도 감사 카드가 배달됐다. 이 '땡큐 카드' 발신인은 플로리다 하원의원인 테드 S. 요호 의원. 이번 중간 선거에서 재신임을 묻고 있는 그에게 남편과 나는 각자 55달러, 45달러의 후원금을 냈다.
굳이 우리 지역구도 아닌 플로리다 의원에게 편지까지 써서 후원금을 보낸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현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이고, 선거 후 미국 하원의 외교의 향방을 결정하는 외교위원장 확률이 가장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UN 총회 참석차 전 세계 정상들이 모였던 지난 9월, 미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한인들은 '한반도 평화'라는 명제를 가지고 테드 의원을 만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4명의 동료 의원들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꽤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어 보였다.
비슷한 행사는 시카고에서도 열렸다. 연방 의회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피터 로스캠 의원을 위한 한인들의 펀드레이징. 공화당 내 가장 품위 있는 정치인으로 명성 높은 그에게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많은 한인들이 모여 그의 선거를 응원하고 지지를 다짐하는 행사였다.
뉴욕 롱 아일랜드 지역의 한인들도 지난 15일, 지역의 탐 스와지 하원 의원 후원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지역의 유지가 집을 제공하고 그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시민참여센터 대표 등이 참여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지하는 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 지난 9월 23일 맨하튼 한국식당에서 열린 테드 요호 의원 후원 행사. 필자도 여기에 참석했다. ⓒ 김동석
"부모님이 계시는 한국 땅이 평화로워야 미 시민권자인 저도 더 열심히 이 곳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Stop the war in Korea Penisulla."
"미국서 태어난 딸 아이가 미국과 한국 모두를 자랑스럽게 하고 싶네요."
"내년엔 올해 아흔인 울 어머니를 노스코리아에 있는 고향집에 모시고 싶습니다."
한반도 정책의 한 축인 미 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체크의 내용은 간결하고 절절했다. 이민 100년을 맞는 미국땅에서 한 사람의 당당한 유권자로서 표하는 이런 정당한 의견들에 반대하는 의원은 찾기 힘들었다. 벌써부터 미 의회의 변화는 감지되기 시작된다.
달라지는 미 의회의 한반도 평화론
"트럼프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는 비현실적입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핵은 인정해주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주는 딜이 이뤄져야 합니다."
작년 7월 트럼프의 탄핵을 발의했던 브래드 셔먼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로 이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원으로서 트럼프 승리를 바란다는 게 우스운 얘기로 들리겠지만 북한 핵 이슈는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 현안입니다. 성공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입니다."
지난 18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인 후원행사장에서의 발언이다.
제럴드 코놀리, 디나 티투스 의원 등도 미주한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북한과 협상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각 발송 했다. 뉴욕주 하원의 탐 스와지 의원도 남북한 통일과 미북간 평화 협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한인들에게 약속했다.
▲ 테트 요호 의원 후원을 위해 모인 소액 체크들 ⓒ 김동석
미국 외교와 관련한 역할이 막중한 뉴저지 상원 의원도 최근 입장이 좀 바뀌었다. 트럼프의 북한 정책 전체가 아니라 대통령이 의회와 함께 하지 않는 문제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가까운 인사는 선거 때라는 것 말고도 그의 지역구 뉴저지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들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13일 있었던 한인 후원 행사에서 메넨데즈는 미 각지에서 날아온 100여개의 체크와 편지를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 미국과 북한간 관계 변화를 얼마나 열성적으로 원하는지 알게 됐다고. 앞으로 한인들의 요구에 맞게 노력하겠다고.
10월 30일 기준으로 미국 대선이 정확히 일주일이 남았다. 후보만큼이나 바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온 한인들에게도 손에 땀을 쥐는 일주일일 것이다. 부디, 촛불로 민주 정부를 만들어낸 한국인의 의지와 열망이 미국에서도 멋지게 꽃피우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이 살고 있는 우리 한반도의 평화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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