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감스타 된 박용진, 왜 동료 의원들에게 미안해 했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27]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록|2018.11.04 20:36 수정|2018.11.05 10:11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용진 의원실 제공

   지난 10월 29일로 2018년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기에 올해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첫 국감이란 평가가 많았다. 특히 국감은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감 스타'는 대부분 야당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국감 스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상임위를 교문위로 옮긴 지 3개월밖에 안 돼 대형 홈런을 쳤다.

국감 스타가 된 박 의원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박용진은 국감스타 됐지만..."

- 이번 국감의 최고 스타가 되셨어요. 보통 국감 스타는 야당에서 나오는데 이번에 여당에서 나와서 이례적인 것 같아요. 더구나 상임위를 교문위로 옮기신 지 3개월밖에 안 되어서 대형 홈런을 치셨는데 어떠세요?
"그것보다는 지역의 민주당 의원과 위원장에게 미안해요. 국회의원라면 누구나 지역에서 유치원 원장 한두 명 다 알고 있을 거 잖이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이 유치원연합회에서 압력받아 국회의원에게 징징거리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건 지역 위원장들이 다 감당해야 해요. 민주당 소속 기초 단체장이나 기초 의원들도 부담을 안고 있을 겁니다.

민주당 의원들 단톡방이 있는데 '부담 드려 죄송하다. 뒷감당은 여러분이 하시고 광은 내가 파는 것 같다'라고 했어요. 그런 거 때문에 미안해요. 그래도 많은 지역위원장분들이 자기가 감당하겠다며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고맙죠."

- 국감 전후로 뭐가 가장 달라졌어요?
"국감 이후엔 주목도도 달라진 거 같고 격려도 많이 받아요. 개인적으로는 (10월 5일 토론회 이후로) 언론 인터뷰를 80개 정도 했거든요. 그런 일도 새로워요. 올해 후원금 모금 한도도 꽉 채워서 정치하는 사람으로 엔도르핀이 돌고 신납니다."

- 관심받으니까 부담도 있고 행동 하나에 조심스러울 거 같은데.
"유치원 문제를 넘어 제 개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신 거 같아요. 제가 진보정당 때 어땠는지도 알아가는 분위기예요. 다만 정치인으로선 관심받고 사는 게 행복하긴 하지만 조심스럽죠."

- MBC 기자들과 유치원 비리를 시작하신 거로 알아요. 처음 사립 유치원 문제에 대한 제의가 왔을 때 어떠셨어요? 유치원 원장들은 지역 유지라서 국회의원들은 꺼린다던데.
"세 가지였어요. 하나는 경기도 시민 감사관하고 따로 접촉이 있었고 MBC는 자기들이 하고 있는데 같이 하면 좋겠다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의원실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파던 게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겹쳤어요.

다 이 방(의원실)에서 만났죠. 처음엔 가지고 오는 분들이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못할 게 뭐예요? 제가 다행히 선거 치르면서 유치원 연합회나 유치원 원장들에게 손 벌린 적 없었거든요. 또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이른바 기득권 세력에게 빚진 게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비주류였죠. 그래서 그런 걸 걱정 안 하고 할 수 있었죠."

- 그래도 다음 총선 생각할 수밖에 없고 유치원 원장은 지역 유지라서 건드리기 꺼린다던데 선거 생각 안 하셨어요?
"선거 생각했죠. 그러나 이걸 꼭 해야 한다면 그런 것에 얽히지 않은 사람이 해야죠. 상식의 문제로 봤고요. 이 문제는 표 계산을 해야 할 건 아니라고 봤어요. 오히려 표는 손해 볼 일로 생각했어요. 대박 날 거라기 보다는 의원실과 지역 사무실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문자 폭탄 받아 혼자 힘들게 감당해야 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다 각오했어요. 법정도 갈 거로 생각했고요."

- 주위에서 말리는 분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한 이유는 뭐죠?
"있었죠. 저를 걱정해서 하지 말라고 하셨겠죠. 그러나 애들이 불쌍하잖아요. 유치원에 만연한 비리를 드러내지 못하면 어떻게 앞으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어요? 그런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할 일이면 해야죠."

- 10월 29일 유치원 지도점검 결과를 공개하셨잖아요. 감사와 지도점검은 어떤 차이인가요?
"쉽게 말하면, 감사는 감사과가 하고 지도 점검은 교육청 유아교육과가 해요. 일단 담당 부서가 다르고 근거한 기본적인 법안이 달라요. 현장에 물어보니 감사는 전반에 대한 전반적 운영에 대한 감사를 하고요. 지도점검은 예산 회계 중심으로 많이 한대요.

그래서 감사 결과는 전체 유치원의 4분의 1밖에 안 했는데 그중 5900건 정도가 적발된 거예요. 그걸 보면 5%는 심각한 비리고 나머지 95%는 행정적인 단순한 오류 같은 거예요.

그러나 지도 점검은 거의 4분의 3 정도가 대상이었고 거기서 대부분 회계적인 문제점 심지어는 유치원 원생 수를 조작하거나 아니면 유치원 교사 자격을 조작하거나 해서 나랏돈을 불법적으로 신고해서 가로채는 일이 있던 거예요. 작게는 몇십만 원이지만 크게는 수천만 원까지 다양한 방식이에요. 그러면 고발도 할 수 있고 폐원도 할 수 있는데 다들 부당하게 받은 돈 환급하는 거로 끝났어요. 이렇게 되니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 거죠."

내가 본 가장 충격적인 유치원 비리는...
 

울먹이는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 전북지회장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던 도중 울먹이고 있다. ⓒ 남소연

 - 의원님 보시기에 유치원 비리 중 가장 충격적인 건 뭐였어요?
"다른 분들은 유치원비로 성인용품 산 것에 기겁하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다른 일이 충격적이었어요. 한 유치원에서 설날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원장 본인은 790만 원을 받고, 사무장인 원장 배우자는 65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유치원 교사들은 설 상여금으로 5만~15만 원 받았어요. 그런데 이게 아무 문제가 안 된대요.

다만 감사에서 지적받은 건, 상여금을 그렇게 준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세금 처리를 안 했던 것만 문제라고 한 거더라고요. 일방적으로 가져가도 되는 게 가장 심각했죠. 불법이 아니래요. 상여금을 얼마를 가져가든 상관없어요. 저는 이런 거 자체가 문제라고 본 거죠. 이게 가장 충격이었어요. 이런 문제는 빨리 개선되어야죠."

- 보도를 보니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 환경도 문제인 거 같던데.
"저도 교육부와 당정 협의를 할 때 유치원 교사 처우개선 문제와 노조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걸 마련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 담기진 않았고 6만 원의 교사 수당을 올려주는 거만 담아 왔더라고요. 그건 계속 지적할 거예요. 왜냐면 원장이 자기 맘대로 정하면 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정부 개입과 관심도 중요하지만, 실제 본인들이 단결해야 하거든요.

지금은 원별로 쪼개져 있는데 저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청에 지시해서 협의회를 만들게 하고 그 협의회와 교육청이 대화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노조로 발전하고 단결권과 대화통로가 만들어지고 나면 이분들이 그 안에서 내부 감시자가 되는 거예요."

- 지난달 30일 한유총이 모였잖아요. 일단 단체행동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지금까지 교육 당국과 한유총이 (맞붙으면) 한유총이 이기는 역사였어요. 교육 당국이 무릎 꿇었다고 보거든요. 특히 지난해 휴원 결의 사태 때는 한유총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졌다고 봤어요. 그때가 뭐냐면 첫 번째 감사 세게 하지 말 것, 두 번째 자기들에게 맞는 회계 시스템 도입이죠. 그리고 에듀파인 적용하지 말고 지원 많이 하라는 세 가지였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온 거잖아요. 그건 교육 당국의 물러터진 태도 때문인데 작년에도 으름장 놓고 가만 안 둔다고는 했어요.

올해도 한유총 조직력은 똑같잖아요. 검은 상복 입고 5천 명이 모였어요. 달라진 건 뭐죠? 이들이 무력시위는 했지만 도발하지 않고 해산한 거는 국민적 분노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어설프게 폐원한다는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분노에 불을 질렀을 거예요. 지금도 한유총은 교육 당국을 만만하게 봐요. 그러나 국민 분노와 악화된 여론은 걱정하고 눈치 보는 거죠. 그래서 이 분위기가 사그라지기 전에 제도 개선해서 법 개정이 통과되어야 해요."

- 이게 제도 탓인가요. 아님 비리인가요?
"제도 문제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지도 점검과 감사를 통해서 드러난 건, 제도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사람들은 제도 탓하는 데 아니에요. 왜 애들은 10명인데 12명을 신청해요? 왜 계약직 교사인데 그 사람이 담임을 맡고 정규직인 거처럼 속여서 나랏돈을 빼가냐고요?

그건 제도 문제가 아니에요. 유치원 운영을 비양심적으로 하고 나랏돈 빼먹으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인 거죠. 나랏돈 못 빼먹는 게 바보인 거처럼 되잖아요. 제도 탓하기 전에 유치원 운영의 양심 문제라고 봐요."

- 유치원 원장들은 사유재산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던데.
"사유재산 인정해 달라는 게, 자기들이 운영하는 건물과 땅에 대해 정부가 사용료를 내라는 거거든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첫째 이분들은 처음 유치원 열 때 건물과 땅을 자기가 가지고 들어가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까 맞지 않고, 둘째 사유재산에 앞서서 투명한 회계와 감사받으라는 걸 국민들이 얘기하는데 왜 거기서 사유재산 얘기를 해요? 이 분들은 유치원을 임대사업으로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교육사업이에요. 협상과 관련된 전제조건은 에듀파인 적용받는 것과 감사받는 것 두 가지 수용이에요."

- 정부는 에듀파인을 쓰라고 하지만 한유총은 거부하잖아요, 에듀파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에듀파인은 사립 초중고와 국공립 유치원에서 쓰는 회계 시스템이에요. 이 시스템은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거든요. 교육 당국이 감사 나가지 않더라도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가서 돈을 어떻게 썼는지 볼 수 있죠. 그러니 정부나 민주당은 그걸 도입해야 한다는 건데 이분들은 투명한 게 싫은 거예요."

"교육부와 교육청 책임도 만만치 않아"

- 사립 유치원 비리는 최근 들어 발생한 일이 아니라 이제까지 있었던 거죠. 그러면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국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럼요. 저는 이덕선 한유총 회장이 증인으로 왔을 때나 유치원 원장 문제를 얘기했어요. 저는 국정감사 내내 교육부와 교육청에게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이 있다는 걸 지적했어요.

감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설렁설렁 부실 감사하고 그러도고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던 교육 당국이 문제고요. 그분들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해요. 국회도 마찬가지죠. 국회도 그동안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유치원 민원 해결해 주는 데에 관심 있던 거 아니냐는 지적 많이 받아요."

- 그럼 현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건가요?
"지금은 문재인 정부잖아요. 제가 여당 소속이지만 책임이 없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어요? 다만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있었을 때도, 그리고 이전 정부 때도 이 문제는 그대로 있었잖아요. 여당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국회가 행정부 관리·감독 제대로 못한 걸 지적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라고 봅니다."

- 문제 제기에서 끝나면 안 되고 대책이 나와야죠, 물론 박 의원이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발의했고 교육부도 대책을 내놨어요. 그거면 충분할까요?
"아니죠. 이제 시작이에요. '박용진 3법'이 개정되면 우선 투명한 회계 시스템 의무화, 설립자가 원장을 겸해서 셀프 징계했는데 이제 겸직 못하는 것이라 셀프징계를 차단할 수 있어요. 또 누리과정 지원 자금이 보조금으로 바뀌어서 그 돈도 함부로 쓰면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 유아교육법 개정안 그리고 유치원 급식은 학교 급식 대상이 아니었는데 학교 급식 대상으로 삼아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하도록 할 거예요. 세 가지가 도입되기는 하지만 유치원 전체의 공공성 강화라는 국가 목적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죠."

- 국회 전반기 상임위가 정무위였잖아요. 언론과 인터뷰를 보니 정무위로 돌아갈 거라고 하셨어요. 교문위에서도 할 일이 많으실 텐데 정무위를 고집하시는 이유는 경제민주화 때문인가요?
"그렇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불공정이 경제 분야에서 특별히 심해요. 경제야말로 투명하고 공정하고 효율적이어야 하거든요. 자본주의는 경쟁이 보장되고 공정한 룰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합리성을 가지며 발전해 나가는 거죠. 투명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이 잘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재벌 총수가 기업을 부당하게 지배하고 자기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거래와 불공정 거래가 많아졌던 거죠. 이런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해요. 그거 잘하는 거만해도 박용진 정치에서 큰 성과가 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유치원 문제나 재벌 개혁 문제는 궤가 같은 문제라고 봐요. 우리 사회 부조리함과 불평등한 문제 그리고 국민들 상식의 문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열심히 해야 하고 제가 몸담은 교육 현장에서의 문제점도 잘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보거든요.

제가 늘 말하지만, 소득 있으면 세금 내고 세금 가져다 썼으면 감사받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상식이죠. 이건희 회장은 소득에 대해 세금 회피하고 자녀에게 경영권 주려고 하니 문제, 그리고 유치원 원장들은 국가 돈 가져다 썼으면서 제대로 감사 안 받겠다니 문제죠. 상식으로 세상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이에요. 상식의 힘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