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걸레로 불려야 하나" 학생의 날, 첫 스쿨미투 집회
"여성을 위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었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배지현
학생의 날을 맞아 중·고등학교 안에서 벌어진 미투(Me too) 운동을 가리키는 '스쿨미투'의 첫 집회가 열렸다.
처음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 중고등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 약 100여 명(주최 측 추산 300명)이 함께 했다. 이날의 드레스 코드는 남색 혹은 교복이었다. 참가자들은 '내가 원하는 학교는 ( ) 학교다'라는 문구에 각자 원하는 문구를 넣어 손 팻말을 들었다. '#no school for girls(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적힌 배지를 달기도 했다.
스쿨미투 집회를 기획한 양지혜씨는 "처음에는 고발에 응답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했는데 더 많은 연결로 이어져 기쁜 마음"이라며 "스쿨미투 고발이 피해사실로만 남지 않고, 변화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집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스쿨미투 고발이 이어졌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 배지현
ㅅ고등학교 고발자는 대독을 통해 "공론화하기로 한 이유는 학교 후배들이 더 참지 않았으면 해서였다"라며 "학교에 다니면서 교사들로부터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또, "후배들에게 제보를 받아보니 남자 교사가 여학생들에게 '허리를 잘 돌리네'라고 말을 하는 등 참담한 내용이었다"라며 "그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에는 더 심해질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청주의 한 고등학생은 발언대에서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kg 넘으면 안 된다', '개학식까지 살을 빼 와라'라는 발언을 했다"라며 "전자칠판 터치스크린이 미투 고발하는 여자들처럼 예민하다는 표현도 했는데 모든 학교의 여학생들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교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나섰다. 전북의 한 공동체 대안학교를 다녔다고 밝힌 A씨는 "가족보다 더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라며 "저를 포함한 학생 3명이 혼외정사를 강요받았다, 대안학교 학생은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부서조차 없는데 다시는 저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발언했다.
교사뿐 아니라 동급생인 남학생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충청도의 한 고등학생도 나섰다. 그는 "제가 '우리가 왜 걸레로 불려야 하냐'고 전교생 앞에서 소리치자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라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용감한 학생을 통해 남자 기숙사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남학생들은 우리를 '가슴 달린 원숭이'로 치부하며 우리 행동 하나하나에 성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한 중년층 "학교부터 일터까지 환경 바뀌어야"
▲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배지현
주최 측은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은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시행할 것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게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를 조성할 것 등이었다.
고발 발언이 끝나고, '여성의 머리가 짧으면 남자들이 싫어한다' 등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 발언이 적힌 칠판의 내용을 지우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노래 '스승의 은혜'를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네"라고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교복을 입고 참가한 김아무개씨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다"라며 "지난 몇 달간 SNS를 통해서만 스쿨미투를 봐왔는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바뀌는 게 없겠다 싶어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 중엔 중년층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용순옥씨는 "스쿨 미투는 아니지만, 약 20년 전 일반 미투를 겪었던 사람으로서 그 당시엔 입을 열지 못해 동참하고자 나왔다"라며 "이 아이들이 자라면 학교에서 일터로 올 텐데 환경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친구야 울지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행진했다.
스쿨미투 집회는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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