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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담뱃갑에 숨겨진 '꼼수',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등록|2018.11.29 14:39 수정|2018.11.29 14:39
1976년부터 담배 제조 회사들은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를 시작으로 흡연에 대한 경고 문구를 담뱃갑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2007년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 건강에 해롭습니다', 2009년에는 '건강에 해로운 담배,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011년은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 가족, 이웃까지 병들게 합니다' 등 문구의 내용은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폐암 등 섬뜩한 경고 그림 10종과 함께 '폐암에 걸릴 확률 26배 상승,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등의 해당 질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문구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흡연의 해악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를 넣을 뿐만 아니라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비소, 카드뮴 등 담배에 포함된 유해 물질까지 구체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담배 회사들이 담뱃갑에 표시해 넣은 경고 문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본다'면 담배를 피운 사람 혹은 피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흡연의 위험성을 알려 금연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담배 회사들의 특성으로 볼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 강남의 직장인들이 골목 뒷편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 신부범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의 해로움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담뱃갑 앞·뒷면에 이를 나타내는 사진을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2015년 6월 법령이 통과한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담뱃갑 경고 그림을 결정하면서, 2016년 12월 23일부터 경고 그림을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표시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권고 의도와 달리 국내 제조사와 수입사는 담배 경고 문구에 대해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소송에 대비한 것으로, 흡연의 위험성을 고시했음에도 담배를 피워 폐암 등의 질병에 걸렸다면 '피운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일종의 '면피용' 의심을 사게 합니다.

담배 회사들은 오래전부터 '흡연 때문에 병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법적 소송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때마다 수임료를 지급하고 변호사들을 고용하여 재판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궁지에 몰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고민 끝에 이들은 흡연의 해악을 구매자들에게 미리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담뱃갑에 표시된 경고 문구입니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만큼 판매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경고 문구를 넣은 담뱃갑 덕분에 소송에서도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실례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2011년 2월 15일 담배 소송을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담배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담뱃갑 경고 문구를 무시한 채 흡연을 한 것이므로 담배 회사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담뱃갑 경고 문구는 흡연자의 건강과 더불어 소송에 대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연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병을 얻는 것 대신 담뱃갑에 표시된 경고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금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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