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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퀸' 서영희가 '여곡성' "다시 찍고 싶다"한 이유

[인터뷰] 영화 <여곡성> 신씨 부인 역... "원작의 고전미 끌려"

등록|2018.11.07 15:08 수정|2018.11.07 15:08
 

▲ 배우 서영희가 공포영화 <여곡성>으로 관객과 만난다. ⓒ 화이브라더스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에서 활발하거나 엉뚱한 캐릭터로 대중과 만난 서영희. 동시에 영화에선 지금까지도 <추격자> 속의 피해자 미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그 섬뜩함으로 기억되곤 한다. 스릴러 퀸 등의 수식어도 그 무렵 생겼다. 정작 본인은 "공포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런 그가 1986년 영화 <여곡성>을 동명의 제목으로 재해석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언론 시사회 직후 서영희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소 머뭇거리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출연한 영화라 제 단점만 보이잖나"라며 그는 "(공포영화에) 동그란 얼굴의 제가 나오는 게 어색하더라.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고백부터 했다.

"원작 배우들의 열정이 가장 큰 부담"

지금의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큰 틀에서 원작과 비슷하다. 한 사대부 집안에 시집온 신씨 부인(서영희)은 집안 남자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자 후손을 이을 명분으로 노비 출신의 옥분(손나은)을 들이는데, 그 이후 귀신에 빙의되며 각종 사건이 벌어진다. 서영희는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분들의 열정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 영화 <여곡성>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당시 영화가 CG나 그런 게 없던 때에 만들어졌기에 실제로 배우들이 다했거든. 지렁이 국수 장면도 실제 지렁이였다고 알고 있다. 눈에도 실제로 무언가를 넣고 그랬지. 특수효과 없이 실제로 몸으로 다했기에 그걸 이길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 분들 열정만큼 우리도 최선을 다해 관객분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원작을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부담은 아니었다. 그 부담감을 깨야 성장하니까.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때 배우들 열정을 이길 수는 없다고 이미 생각하고 임해서인지 막상 촬영 때는 편안한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원작을 보신 분들보단 안 보신 분들이 많기도 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유명 명작의 리메이크였다면 아마 쉽게 도전하기 힘들었겠지만 <여곡성>은 사람들에게 장면보단 이미지로만 남아 있으니까. 마치 할로윈을 즐기듯 소복이 어울렸던 그 시대의 공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그 클래식함이 좋았다. 저 역시 TV에서 <전설의 고향>을 이불 뒤집어쓰면서도 봤으니까."


나아가 서영희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멀리하던 공포 장르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몇 작품을 언급했다. "감독님께서 공포 장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정말 많은 공포 영화를 소개해주셨다"며 그는 "너무 무서워서 처음엔 컴퓨터 화면을 작게 해놓고 보곤 했는데 <돌로레스 클레이븐> 같은 인생 공포영화도 만났다"고 소개했다.

"메릴 스트립 같이 스타 배우들이 나오는 엄청난 공포 영화도 있더라. 제가 그간 공포 장르를 너무 좁게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감독님 덕에 공포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웃음). 사실 선입견이 있었거든. 귀신이 튀어나오고 사람을 놀라게 하기만 해서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공포영화도 아름다울 수 있고, 때론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가 너무 단정하고 다가가지 않았구나 싶었다." 

이미지 고정? "걱정 안 해, 오히려 감사"
 

▲ "원작을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부담은 아니었다. 그 부담감을 깨야 성장하니까. 도전해보고 싶었다." ⓒ 화이브라더스


공포를 즐기지 않았기에 '스릴러 퀸' 같은 수식어가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았지만 정작 서영희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미지라는 건 저라는 사람 이후에 생긴 것이잖나. 연기자로선 일단 첫발은 디딘 느낌이다. 서영희라는 사람보단 제가 배우로서 연기한 어떤 부분을 이해해주신 것 같다. <추격자> 속 미진이나, <김복남> 속 복남으로 기억해주시니 감사하지.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는 배우인 게 오히려 슬펐을 것 같다.

그리고 제가 변신한다고 해도 얼마나 달라지겠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처럼 배우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나가야지. 물론 한편으론 밝은 코미디나 명랑한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탐정> 시리즈를 하기도 했고. 제가 20대일 때 한창 풋풋함을 담은 영화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쉽긴 하다. 일찌감치 엄마 역할을 했으니. 근데 앞으로도 잘 해봐야지.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웃음)."


특별히 원하는 이미지는 없다고 했다. 서영희는 "그저 작품으로 자꾸 기억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도 기억에 남는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분량 욕심은 없다. 연기할 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도 일상적인 여자지만 감정 변화가 많은 친구라서 택했다. 거기에 더해 김수현 작가님을 너무 좋아했고,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한 것도 있다. 정말 대단하시면서도 따뜻한 분이시더라. 배우를 사랑하기에 김수현 선생님 글이 디테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 "분량 욕심은 없다. 연기할 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 화이브라더스


미술학도였다가 배우로 전향한 후 서영희는 지금까지 꾸준했다. 현재 한 아이의 엄마로서 딸도 연기를 한다고 하면 반대할 것인지 물었다. "시작은 말리지 않겠지만 딸의 능력이 안 된다면 선배로서 조언할 준비는 돼 있다"며 그가 웃어 보였다.

"제가 밟아온 길이니까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는 상황이지. 능력이라는 건 여러 의미인데 진심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지가 중요하다. 수박 겉핥는 식으로 남이 하니까 엄마가 하니까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많이 실망할 것 같다.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닌 남에 의한 선택이니까. 제가 어렸을 때 친구 따라서 연기해보겠다고 말했다가 부모님께 엄청 혼났거든(웃음).

대학교에서 미술을 하다가 그걸 때려치우고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단 한마디만 하셨다. '후회할 것 같으면 하지마'라고. 생각해봤는데 미술을 안 하고 연기를 하면서 후회할 것 같진 않더라. 능력 없는 미술을 붙잡기 보다는 연기로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믿어주신 엄마에게 감사했다. 능력이 안 되는데 산업디자이너를 꿈꿨거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보이는 직업이고 티가 많이 나는 직업이라 오히려 좋더라. 또 퇴직을 걱정 안 해도 되고(웃음). 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연기로 다른 생활을 경험하는 게 참 감사해지더라."


그래서 서영희는 이렇게 밖에 나와 인터뷰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현재 마음을 표현했다. "온전히 저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이잖나"라며 그는 "평소에 사람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기고, 차를 두고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 이게 또 인생의 재미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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