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늘리자?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의 진짜 의미
[강상구의 진보정치] 노회찬의 꿈, 연동형 비례대표제 ⑦ - 정치가 인생2모작이 된 이유
촛불혁명 이후 가장 느리게 변하고 있는 것이 정치다. 정치 변화를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 구성 규칙을 바꾸는 일, 즉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다. 노회찬의 삶의 자취를 밟으며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 기자 말
"전체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제안도 있는데, 저는 그것은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이 한 말이다.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정개특위 소속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시)은 지난해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직전 정개특위에 속해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태극기'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정개특위에 속해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여러 기회에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 점을 묻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게 '의원정수 확대'인가, 아니면 '특권과 세비 축소'인가. 어이없는 질문이 아니다. 정당한 의심이다.
숫자가 적으면 특권층이 된다
언제나 문제는 '소수의 기득권층'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에 가장 반대했던 건 기존 법조인들이었다. 지금도 대한변협은 매년 1500명가량 뽑는 변호사 시험 합격생 숫자를 2/3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기존 변호사들의 수입은 당연히 줄어든다. 사회적 위상도 낮아진다. 숫자가 너무 늘어 변호사도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 변호사가 6·7급 공무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는 한탄이 가끔 들리는데, 국민들이 아니라 기존 법조인들한테서 나오는 소리다.
국민 입장에선 당연히 변호사가 늘어야 좋다. 법률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생활의 편의도 그 만큼 향상된다.
어디 변호사뿐인가. 애초에 생필품들이 다 그렇고, 공공서비스가 또한 그렇다. 상추가격이 금값이 되고,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사과며 배 가격이 올라 서민들 힘들게 하는 건 우선은 수확량이 줄어서다.
공공주택이 적으니 집값이 시장에서 널을 뛰고 집 없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다. 공공의료서비스 비중이 낮으면 아파도 치료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떻고, 대중교통은 또 어떤가.
꼭 필요한 것들은 적정규모를 갖춰야 한다. 촛불혁명은 '정치가 똑바로 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고, 국민들 다수가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자. 그래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질 것이고, 생활의 편의도 향상될 것이다.
정치인은 도둑인가, 심부름꾼인가
정치가 국민을 외면하는 곳에서 '정치인들은 다 도둑'이다. 월급은 많이 받고 일은 안 한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 정치인은 국민의 공복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도둑인가 심부름꾼인가.
일단 국회의원의 세비가 너무 많다. 1년에 각종 수당, 활동비 등을 합쳐 1억5000만 원에 가깝다. GDP 대비로 따지면 한국 국회의원의 월급은 OECD에서 3위가량이다. 이런 동메달은 낯부끄럽다.
노회찬 대표는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뒤, 당시 노동자 평균 임금이었던 180만 원만을 받고 나머지는 당에 반납했다. 당은 그 돈을 정책개발 등에 썼다. 이와 관련해,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현실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회찬 대표를 비롯한 그때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꽤 오랫동안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월급으로 받았다.
반면 "지금도 세비가 적은데 어떻게 세비를 더 줄이라고 하느냐"고 펄펄 뛴 의원도 있다. 정개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다. 2017년 3월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자리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가 의원이 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특권의 축소, 특히 세비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정치인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곳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곳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대부분의 복지국가가 그렇다. 이런 나라들은 대개 의원 숫자도 많다. 국회의원 1명 당 인구수를 따져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을 제외한 OECD 33개 나라의 국회의원 1명 당 인구수는 평균 9만7000명가량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챙겨야 할 국민이 9만7000명이라는 이야기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같은 '복지천국'은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2만~3만 명이다.
반면, 한국은 16만7000명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특별히 부지런한 게 아닐 텐데 다른 선진국들보다 7만 명이 더 많다.
학급당 학생수가 60~70명이던 시절 콩나물 교실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제한적이었고, 동시에 권위적이었다. 교사 수가 늘고 교사가 돌보는 학생 수가 줄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었다.
마찬가지다. 정치인 수가 늘고, 국회의원 1인당 국민수가 줄어야 정치의 질이 높아진다. 그 반대의 경우가 우리다. 콩나물 교실은 많이 해결됐는데, 정치는 옛날 그대로다. 이러니 정치인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동시에 권위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는 일 없이 폼만 잡는다는 얘기다.
부패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원이 많아지면 의원값이 싸진다. 의원이 되는데 돈이 덜 들므로 부정부패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니 다시 정답은 의원정수 확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 입장이고, 나머지 당 의원들은 대체로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정치인은 다 도둑놈들'이라는 인식 형성에 기여한 의원들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 심부름꾼'처럼 일해온 국회의원들은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피차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은 3D 직업이어야
의원세비 1억5000만 원은 근로소득만 기준으로 볼 때,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한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금수저가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과 높은 세비는 국회의 구성을 왜곡시킨다. 국회의원이 '출세한 사람들'이 인생2모작으로 도전하는 직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웬만하면 변호사·의사·교수·언론인 출신이다.
"나도 정치나 해볼까?"
나도 교수나 해볼까? 나도 의사나 해볼까?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자격증을 따야 하고 코스를 밟아야 하니까. 정치는 자격증도 필요 없고, 코스를 밟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순 있다. 이 점은 옳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엘리트 300명으로 구성된 국회보다,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으로 구성된 국회가 우월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전부 농민으로 구성돼 있다면, 당장 반발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농민만의 국가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엘리트만의 국가인가?"
더불어, 정치인은 온갖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각종의 요구 속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 그 와중에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조정하며 이를 정책이나 정치노선으로 다듬는 일도 해야 한다. 때론 다른 세력과 협력하거나 투쟁해야 하며, 그 와중에 각종 검증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스트레스가 상당히 큰 직업이다. 다른 분야의 엘리트라고 해서 무조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는 제대로 한다면 3D 업종에 가까워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해야 할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세한 사람이라면 너도나도 정치인을 꿈꾸는 이유는 권한이 막강하고 세비도 그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찾는 인생 후반기 소일거리로는 국회의원만한 직업이 없다.
의원정수 확대가 특권 및 세비 축소의 절호의 기회
다이아몬드가 비싼 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발에 치일 정도로 널린 돌멩이에게는 특권 같은 게 없다. 같은 이치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문제가 아니라, '소수이기 때문에 기득권층'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하다.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돌멩이처럼, 국회의원도 그렇게 만들면 된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의원 정수를 확대해서 특권의 기반을 줄이고, 실질적으로 세비까지 줄이자.
장제원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저는 그렇게 정수를 늘려 총액을 (제한) 해도 조금 있다가 슬그머니 올라간다고 본다. 현실성이 없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일찌감치 국회의원 세비의 최저임금 연동상한제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셈이다.
결론은 이거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김진태·장제원 같은 이들만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제2, 제3의 노회찬도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
국회의 구성도 점차 바뀔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로 국회가 채워질 것이다. 이게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전체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제안도 있는데, 저는 그것은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이 한 말이다.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정개특위 소속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시)은 지난해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 점을 묻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게 '의원정수 확대'인가, 아니면 '특권과 세비 축소'인가. 어이없는 질문이 아니다. 정당한 의심이다.
숫자가 적으면 특권층이 된다
▲ 20대 국회의원들이 달고 다니는 배지. ⓒ 공동취재사진
언제나 문제는 '소수의 기득권층'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에 가장 반대했던 건 기존 법조인들이었다. 지금도 대한변협은 매년 1500명가량 뽑는 변호사 시험 합격생 숫자를 2/3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기존 변호사들의 수입은 당연히 줄어든다. 사회적 위상도 낮아진다. 숫자가 너무 늘어 변호사도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 변호사가 6·7급 공무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는 한탄이 가끔 들리는데, 국민들이 아니라 기존 법조인들한테서 나오는 소리다.
국민 입장에선 당연히 변호사가 늘어야 좋다. 법률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생활의 편의도 그 만큼 향상된다.
어디 변호사뿐인가. 애초에 생필품들이 다 그렇고, 공공서비스가 또한 그렇다. 상추가격이 금값이 되고,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사과며 배 가격이 올라 서민들 힘들게 하는 건 우선은 수확량이 줄어서다.
공공주택이 적으니 집값이 시장에서 널을 뛰고 집 없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다. 공공의료서비스 비중이 낮으면 아파도 치료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떻고, 대중교통은 또 어떤가.
꼭 필요한 것들은 적정규모를 갖춰야 한다. 촛불혁명은 '정치가 똑바로 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고, 국민들 다수가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자. 그래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질 것이고, 생활의 편의도 향상될 것이다.
정치인은 도둑인가, 심부름꾼인가
정치가 국민을 외면하는 곳에서 '정치인들은 다 도둑'이다. 월급은 많이 받고 일은 안 한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 정치인은 국민의 공복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도둑인가 심부름꾼인가.
일단 국회의원의 세비가 너무 많다. 1년에 각종 수당, 활동비 등을 합쳐 1억5000만 원에 가깝다. GDP 대비로 따지면 한국 국회의원의 월급은 OECD에서 3위가량이다. 이런 동메달은 낯부끄럽다.
노회찬 대표는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뒤, 당시 노동자 평균 임금이었던 180만 원만을 받고 나머지는 당에 반납했다. 당은 그 돈을 정책개발 등에 썼다. 이와 관련해,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기 때문에 구부러진 막대기를 펴기 위해 당분간 반대편으로 더 구부려야 합니다."
▲ 노회찬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 당시 모습. ⓒ 남소연
정치현실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회찬 대표를 비롯한 그때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꽤 오랫동안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월급으로 받았다.
반면 "지금도 세비가 적은데 어떻게 세비를 더 줄이라고 하느냐"고 펄펄 뛴 의원도 있다. 정개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다. 2017년 3월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자리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가 의원이 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특권의 축소, 특히 세비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정치인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곳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곳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대부분의 복지국가가 그렇다. 이런 나라들은 대개 의원 숫자도 많다. 국회의원 1명 당 인구수를 따져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을 제외한 OECD 33개 나라의 국회의원 1명 당 인구수는 평균 9만7000명가량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챙겨야 할 국민이 9만7000명이라는 이야기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같은 '복지천국'은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2만~3만 명이다.
반면, 한국은 16만7000명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특별히 부지런한 게 아닐 텐데 다른 선진국들보다 7만 명이 더 많다.
학급당 학생수가 60~70명이던 시절 콩나물 교실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제한적이었고, 동시에 권위적이었다. 교사 수가 늘고 교사가 돌보는 학생 수가 줄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었다.
마찬가지다. 정치인 수가 늘고, 국회의원 1인당 국민수가 줄어야 정치의 질이 높아진다. 그 반대의 경우가 우리다. 콩나물 교실은 많이 해결됐는데, 정치는 옛날 그대로다. 이러니 정치인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동시에 권위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는 일 없이 폼만 잡는다는 얘기다.
부패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원이 많아지면 의원값이 싸진다. 의원이 되는데 돈이 덜 들므로 부정부패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니 다시 정답은 의원정수 확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 입장이고, 나머지 당 의원들은 대체로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정치인은 다 도둑놈들'이라는 인식 형성에 기여한 의원들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 심부름꾼'처럼 일해온 국회의원들은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피차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은 3D 직업이어야
▲ 금배지를 다는 순간, 금수저가 된다. ⓒ 오마이뉴스
의원세비 1억5000만 원은 근로소득만 기준으로 볼 때,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한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금수저가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과 높은 세비는 국회의 구성을 왜곡시킨다. 국회의원이 '출세한 사람들'이 인생2모작으로 도전하는 직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웬만하면 변호사·의사·교수·언론인 출신이다.
"나도 정치나 해볼까?"
나도 교수나 해볼까? 나도 의사나 해볼까?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자격증을 따야 하고 코스를 밟아야 하니까. 정치는 자격증도 필요 없고, 코스를 밟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순 있다. 이 점은 옳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엘리트 300명으로 구성된 국회보다,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으로 구성된 국회가 우월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전부 농민으로 구성돼 있다면, 당장 반발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농민만의 국가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엘리트만의 국가인가?"
더불어, 정치인은 온갖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각종의 요구 속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 그 와중에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조정하며 이를 정책이나 정치노선으로 다듬는 일도 해야 한다. 때론 다른 세력과 협력하거나 투쟁해야 하며, 그 와중에 각종 검증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스트레스가 상당히 큰 직업이다. 다른 분야의 엘리트라고 해서 무조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는 제대로 한다면 3D 업종에 가까워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해야 할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세한 사람이라면 너도나도 정치인을 꿈꾸는 이유는 권한이 막강하고 세비도 그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찾는 인생 후반기 소일거리로는 국회의원만한 직업이 없다.
의원정수 확대가 특권 및 세비 축소의 절호의 기회
다이아몬드가 비싼 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발에 치일 정도로 널린 돌멩이에게는 특권 같은 게 없다. 같은 이치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문제가 아니라, '소수이기 때문에 기득권층'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하다.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돌멩이처럼, 국회의원도 그렇게 만들면 된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의원 정수를 확대해서 특권의 기반을 줄이고, 실질적으로 세비까지 줄이자.
장제원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저는 그렇게 정수를 늘려 총액을 (제한) 해도 조금 있다가 슬그머니 올라간다고 본다. 현실성이 없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일찌감치 국회의원 세비의 최저임금 연동상한제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셈이다.
결론은 이거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김진태·장제원 같은 이들만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제2, 제3의 노회찬도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
국회의 구성도 점차 바뀔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로 국회가 채워질 것이다. 이게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노회찬재단(준) 설립추진 |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실행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부터 준비위원 구성 및 시민추진위원 모집을 시작했다. 시민추진위원 참여는 노회찬재단 준비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croh.org)에서 할 수 있다. |
덧붙이는 글
글쓴이 강상구씨는 현재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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