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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전 '도움 기록' 이용, 탈장 이겨낸 벤투호 부동의 풀백

[축구대표팀 평가전] 20일 우즈베키스탄전 남태희 결승골 어시스트, 한국 4-0 완승

등록|2018.11.21 11:32 수정|2018.11.21 11:32
한국 축구 대표팀이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리며 대승을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QSAC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남태희, 황의조, 문선민, 석현준의 연속골에 힘입어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지난 8월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골을 넣고 가장 많은 점수차로 승리를 거두며 2018년 마지막 A매치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정우영(알 사드) 등 주력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다. 하지만 '플랜B'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로 '난적' 우즈베키스탄을 대파하며 내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17-4의 슈팅숫자가 말해주듯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가운데 벤투 감독 부임 후 한 번도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선수가 있다. 바로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풀백 이용이 그 주인공이다.
 

슛하는 이용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전반 이용이 슛을 하고 있다. 이후 황의조가 득점했다. ⓒ 연합뉴스


2년 동안 세 번에 걸쳐 스포츠 탈장 수술 받은 후 복귀

2010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울산현대에 입단할 때만 해도 이용은 그리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용은 루키 시즌부터 대표팀을 오가던 오범석(강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1년에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스타 송종국이 들어왔지만 송종국이 반년 만에 중국리그로 떠나면서 완전히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2013년 처음 대표팀에 선발되며 2013 동아시안컵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용은 치열했던 오른쪽 풀백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며 당당히 홍명보호의 주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지우고 싶은 졸전을 펼친 대회였고 수비수였던 이용도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실제로 이용은 대회 내내 오른쪽 측면 공격수 이청용과의 호흡이 썩 원활하지 못했다).

2014 시즌이 끝난 후 군에 입대하며 상주상무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간 이용은 2015 K리그 챌린지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며 '국대 수비수'의 위용을 과시했다(당시 K리그 챌린지 베스트 일레븐 골키퍼 부문 수상자는 바로 러시아 월드컵의 영웅 조현우 골키퍼였다). 그리고 이용은 2016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이재성(1988년생 중앙 수비수)과 함께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2005년을 끝으로 리그 우승이 없는 울산에 비하면 2010년대의 영원한 우승후보 전북으로의 이적은 이용에게 커다란 기회였다. 하지만 이용은 상주 시절 수술을 받았던 스포츠 탈장이 재발하면서 선수생명에 큰 위기를 맞았다. 이용은 탈장 증세가 재발하자 독일까지 건너가 2년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용은 2017년 전북의 5번째 리그 우승에 거의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사실 운동선수, 그것도 많은 운동량과 순간 폭발력이 필요한 축구 선수에게 갑작스런 하복부의 고통과 호흡곤란을 야기하는 스포츠 탈장은 치명적인 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용은 강인한 정식력으로 2018 시즌 극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오른쪽 풀백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신태용호에도 다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월드컵 활약 후 벤투호에서도 부동의 주전 활약
 

▲ 지난 6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이용의 슈팅이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에게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통해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독일전에서는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가 찬 공에 급소를 가격 당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의 2-0 승리에 보이지 않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축구팬들은 이용의 희생(?)과 맞바꾼 두 골이라며 이용의 활약을 재평가했다.

1986년생 이용은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빠른 87년생 박주호와 함께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였다. 하지만 이용은 벤투 감독 부임 후에도 세대교체의 대상이 되긴커녕 평가전 6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며 벤투호에서도 부동의 풀백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이용의 백업으로 키우고 있는 유망주 김문환(부산)이 부상으로 제외된 호주원정에서는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기도 했다.

현대축구에서 포백의 풀백자원은 상대의 윙포워드를 막는 역할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물론 지나친 공격가담은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른 스피드 못지않게 냉정하고 노련한 판단력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는 서른을 훌쩍 넘긴 이용을 뛰어넘을 만한 오른쪽 풀백 자원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또 황의조!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전반 황의조가 팀의 두번째 득점 후 이용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은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도 풀백의 정석과도 같은 플레이를 통해 한국의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용은 전반8분 오른쪽으로 쇄도하다가 중원에 있던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렸다. 이용의 크로스는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날아갔고 남태희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면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용은 수비에서도 정승현,권경원 같은 젊은 센터백들을 리드하며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이용은 올 시즌 소속팀 전북에서도 30경기에 출전해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대구의 세징야,인천의 아길라르(이상 10개)에 이어 도움 부문 2위에 올라있다. 주간 BEST11에 선정된 경기만 13회에 달할 정도로 부상 복귀 후 K리그 최고의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경험도 풍부하고 현재 리그에서 가장 활약이 뛰어난 이용을 대표팀 주전으로 중용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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