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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 가족친화형이더라도 사행성 조장"

양평 화상경마장 반대 입장을 듣다

등록|2018.11.21 11:55 수정|2018.11.21 17:42

교실에서라도 사진 한 컷!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용문중학교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려 했으니 집회신고가 안됐다는 이유로 나오지 못했다. ⓒ 용문중학교 학생회


"우리는 법도 모르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을 뿐이다. 학생들이 피켓을 다 만들었는데 반대에 대한 의견을 한 마디도 못했다. 1인 시위로 릴레이도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더라"며 중2, 고3 자녀를 둔 정연경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 20일에 경기도 양평군 용문역 앞에서 경마장 유치 집회가 있었다. 발언을 함께 들었던 '양평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정연경씨는 "친오빠가 도박 중독이 되어 집도 경매로 넘어가고, 건강도 안 좋아져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며 속에 있는 얘기를 꺼냈다. "아까 집회를 보니 친오빠의 친구도 서 있었다. 친오빠의 죽음까지 지켜본 동네 오빠가 이럴 수 있냐고 했더니 여기서는 그런 얘기 하지마라고 하더라." 경마장 유치 논란은 아이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양평 경실련 여현정 사무국장은 "지난달에 경실련, 한살림, 팔당생협 등 9개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반대의 여론을 이끌어 군수가 양평 화상경마장이 무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사회는 또 다시 대책위를 세워 재공고를 추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평 경실련 간사 맡은지 1년이 된 김은미씨는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자녀가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일을 하고 보니 초등학교 급식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식용유 등 6가지 품목의 Non GMO를 쓴다든지, 학교 내 석면 공사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한 차례 막아냈는데 또 추진위원회가… 학부모들 중에서 이 사태를 모르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전했다.
 

▲ ‘양평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사람들과 까페에서 입장을 들어 보았다. ⓒ 수피아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자녀들이 초6, 고1때 이사를 왔다는 조선희씨는 "집회를 보니 '불법이 아니다'는 말을 반복하더라.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화상경마장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유치를 주장하는 분들도 분명히 자식을 기를 텐데… 지치지 않고 이 움직임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충실히 알려줘야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양평 주민 이모씨는 "서울 살다가 최근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안한다고 했는데 또 추진한다고 하니 속이 상한다. 양평은 물 좋고, 자연이 좋고, 개발이 많이 안 된 농업 친환경 특구이다. 서울과도 1시간 거리라 출퇴근도 가능하고, 전원생활 꿈꾸던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국감에서 "더 이상 장외경마장(화상경마장)을 설립하는 것은 안 된다. 아무리 가족친화형으로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행성 조장하는 것"이라고 문제제기했지만 "총량제에 따라 3곳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사회는 연구용역이 끝나면 지역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자체의 수용 여부에 따라 남은 개수를 채우려는 입장"이라고 의원실 박미래 비서관이 전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화상경마장 수를 32곳으로 제한하는 총량제를 시행중이다. 현재 화상경마장의 매출 비중이 마사회 전체 매출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사감위는 50%미만으로 떨어트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가 있어 그에 대한 현 입장을 들어보려 사감위 측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체육행사가 있어서 하루 종일 통화가 어렵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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