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당사자가 밝힌 조선일보 '통일엽서' 사건의 전말

[주장] 통일교육에 좌파선동 색깔을 입힌 왜곡보도

등록|2018.11.22 18:59 수정|2018.11.22 18:59
지난 19일 <조선일보>에 한 민간단체가 초등학교에 통일교육을 진행하며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보도 후 <조선일보> <문화일보> <매일신문>은 '친북 좌파 세뇌 교육'이라는 사설을 써가며 비난했다.

일련의 언론보도에 언급된 단체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다.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통일교육을 흠집내고, 나아가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하는 언론에 대한 우려를 직접 밝히고자 한다. 해당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도 준비 중이다.

 

▲ 지난 19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초등 6학년에게 받아낸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서' 기사. ⓒ 조선일보PDF


아이들이 쓴 한반도 엽서가 TV조선에

"북한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꼭 다 같이 함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되면 많이 놀러오시고 저도 많이 놀러갈게요."
"통일이 되면 서울을 소개 시켜줄게요."


지난 11월 16일,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겨레하나의 통일교육을 듣고 적어낸 내용이다. 한 학생은 한반도 지도선을 고스란히 따라 볼펜으로 직접 그린 다음, '10년이 지나면 나라가 이런 모습이 되겠지'라고 적었다. 이 내용이 19일 <조선일보>와 TV조선에 이렇게 보도됐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 받아낸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간단히 사실관계부터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날 80분동안 진행된 통일교육의 주제는 '한반도기의 역사를 통해 본 남북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이었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강사는 한반도기 엽서를 나눠주고 교육 소감 및 하고 싶은 말 작성을 부탁했다. 학생들은 서로의 소감을 나눠 읽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엽서 뒷면에는 '서울시민환영단'이라는 단체의 가입서가 적혀있었고, 이것이 결국 초등학생들의 특정단체, 그것도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통일교육이 '종북세뇌교육'으로 낙인찍히는 데 걸린 시간, 이틀

이틀 사이에 통일교육은 '종북세뇌교육'이 됐고, 이 교육을 진행한 교사는 '환영단 가입'이라는 지침을 위해 학교에 침투라도 한 듯 묘사됐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교육 과정에 실수와 부주의, 반성해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이 교육은 초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었다. 해당 수업의 자세한 교육안은 이렇다.

 
수업 제목 : 분단에서 평화로, 통일로!
학습목표 :
1.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대화 협력이 필요함을 느껴본다
2. 남북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알아보고 통일 미래를 그려본다
수업 시간 : 참여형 총 80분
수업 내용 :
학습도입 : 동기유발 (5분)
학습활동1: ▲ 한반도기는 왜 하늘색일까?(15분)
- 정사각형 만들기(협력게임)을 통해 대화의 중요성을 느낀다
- 남북대화의 상징, 한반도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반도기를 만든 과정을 통해 보는 협력
학습활동2: ▲남북교류협력의 역사와 미래. 개성공단, 뽀로로, 체육 문화예술 등(20분)
학습활동3: ▲보드게임 <분단에서 통일로> 진행 (35분)
학습정리 :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남북이 힘을 합치자(5분)
: 한반도기에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 교육내용에 대한 소감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

초등학생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고 싶었던 말

초등학생들이 작성한 글에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는 말들도 있었다. 


"통일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좋은 결과 부탁해요! 저도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통일♡"
"빨리 와주세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통일 환영!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가세요."


지난번 평양에서 만난 남북 정상이 이제 곧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초등학생들이 쓴 내용이다. 즉 '북한의 대통령'이 서울에 온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쓴 것이다.

통일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자신도 노력하겠다는 초등학생들의 마음. 서울에 온다는 '북한 대통령'에게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가라'는 마음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누구인가.

어른들의 실수와 잘못 그리고 어른들의 '악의'

결과적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통일교육을 진행한 단체로서 안타까움은 물론 반성의 마음, 학교 측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부주의하게 '단체가입'으로 오인될 만한 엽서를 교재로 사용한 것, 그리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해 학생들의 마음을 전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어른들의 논란에 휘말리게 만들었던 점들 모두 명백히 겨레하나의 잘못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학교의 통일교육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만 벌써 40여 차례 진행한 학교 통일교육이었다. 평화통일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온 선생님들이, 원치 않는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앞으로 학교 현장의 평화통일교육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조선일보>의 기사는 매우 악의적인 왜곡보도였다. 보도 전 <조선일보>의 취재에 담당자는 교육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고, '가입서도 신청서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실도 수차례 강조했다. 보도 전 문자를 주고받는 과정에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보내주신 답변에 따르면 겨레하나 측에서 진행한 교육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라고까지 말했다.

<조선일보>가 사용한 사진도, 전체 엽서 사진 중 귀퉁이 배경만을 확대 캡처한 것이었다. 배경까지 확인하지 못한 우리의 실수는 있었지만, 그 사진을 '김정은 환영단' 가입 장면처럼 보도한 것은 악의적인 편집이다.

그러나 설명과 무색하게도 <조선일보>는 기사를 당초 기획의도대로 '대서특필'했고, TV조선은 카메라를 들고 학교 앞까지 찾아갔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어른들에게 '논란거리'가 돼버린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한 학생은 수업을 마치고 이렇게 적었다. '나의 진심을 담아 적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이 마음이 어른들의 악의로 훼손돼선 안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교육'을 둔갑시키려던 <조선일보>의 의도

<조선일보> 사설에 이어 TV조선 9시 뉴스에서 앵커가 단체 이름과 소개까지 줄줄이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일개 민간단체의 통일교육에 '좌파선동' 프레임을 덧씌우고 초등학생을 '김정은 환영단' 으로 둔갑시켜야 했던 언론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서울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시민들이 환영하자는 취지로 꾸려진 '서울시민 환영단'을 거두절미하고 '김정은 환영단'이라 일축하려는 것, 이미 수 년째 진행해온 통일교육에 마치 검은 의도가 있었던 것처럼 색깔을 덧씌우는 것. <조선일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곧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올해 안이든 아니면 조금 더 이후이든. 서울에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땅을 밟게 될 것이다. 그 순간 서울에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 것이고 <조선일보>는 무엇을 막고 싶은 것인가.

적대가 아니라, 평화로 가득한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기대하며

 

차에서 내려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은 지난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향하는 차량에서 내려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하고 있는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직도 서울에는 태극기를 무기처럼 들고 적대와 공격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북한과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 평화통일이 나라를 망하게 만든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결국 서울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아니 개최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울에서 열릴 남북정상의 만남을 기대하고 환영하는 시민들의 마음 자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며 공격한다. '환영'이 아니라 '논란'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온갖 공격과 폄훼, 방해에도 어느새 다가온 평화시대와, 앞으로 달라질 통일시대를 생각한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진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한다.


"통일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좋은 결과 부탁해요! 저도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통일♡"


이 마음을 지켜주고, 또 그런 세상을 미래세대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평화를 바라고 원하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