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만난 8가지 보물
가구부터 도자기까지, 가지각색 작품 선보여
▲ 2018공예트렌드페어2018공예트렌드페어. 2018.11.22~25 코엑스 ⓒ 남철우
2018 공예트렌드페어(Craft Trend Fair 2018)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주관으로 열린 국내 최대의 공예박람회로 올해로 열 세번째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삼 년 전부터 매년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올해 눈에 띄었던 전시 작품들 여덟 가지를 이곳에 소개한다. 전시회에 선보인 수많은 작품들의 상당수는 생활 공예 '상품'들이었다. 좋은 디자인과 예술적인 작품으로까지 발전된 '공예 작품'들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곳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디자인의 창조성, 실험성, 완성도, 예술성, 발전 가능성 등의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선정했다(아래는 작가명 가나다순).
▲ 롤업 캐비닛김강두 작가 ⓒ 남철우
▲ 롤업 캐비닛(세부)롤업 캐비닛(세부) ⓒ 남철우
측면에 달린 톱니바퀴 기어를 손으로 감으면 전면을 덮을 수 있는 롤(roll)형의 나무조각 덮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유럽의 엔틱 책상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롤형 나무조각 덮개가 언뜻 떠올랐다.
이렇게 손으로 기계적인 동작을 가구에 과감하고도 멋스럽게 적용한 것은 작가가 가전제품 회사에서 가전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과 크게 관련이 있다.
"어릴 때부터 기어(gear)를 너무 좋아했는데, 그러한 요소를 밖으로 끄집어내 움직이는 요소로 가구에 접목했다."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뒤 최근엔 홍익대 대학원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뒤 만든 첫 작품으로, 거칠기 쉬운 기계적인 동작성을 재치발랄하게 엔틱한 가구의 모양과 조화롭게 결합하였다.
▲ 김정민 - 파도담기김정민 - 파도담기 ⓒ 남철우
▲ 김정민 - 피어나다김정민 - 피어나다 ⓒ 남철우
김정민 '파도담기' '피어나다'(도자)
'파도담기'를 보면 백토, 흑토, 자토(紫土), 청토 등 여러 색깔의 흙을 사용해 도자기의 무늬를 만드는 연리문(練理紋)으로 형상된 파도와 꽃잎에서 그 무언가의 에너지와 감정들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정민 작가는 "바다의 파도를 보면서 자연의 율동을 느꼈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 같았다. 젊은 시절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균형과 치유의 따뜻한 에너지가 절실했는데 그러한 기운을 작품에 담고싶었다"고 말한다.
문양은 대리석 무늬나 나무의 나이테, 나무결과 비슷해서 연리문(練理紋), 목리문(木理紋) 등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에 제작된 연리문 자기가 있지만 상당히 드물다. 최근 연리문 기법이 복원됐지만 여전히 조형 후에 상감하고 조각한 뒤 천천히 말리고 굽고 하는 과정들이 힘들고 오래 걸려서 이 기법으로 작업하는 도예가 또한 드물다.
전체적으로 연꽃을 연상시키는 '피어나다'의 안쪽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꽃술은 이국적인 입체감과 에너지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
▲ 이상용 외 - 백제기와등이상용 외 - 백제기와등 ⓒ 남철우
▲ 이상용 외 - 백제기와등이상용 외 - 백제기와등 ⓒ 남철우
백제기와문화관 이상용 외 '백제기와등'(조명)
옛날 집들에서 필수적이던 굴뚝은 흙이나 기와, 옹기로 만들어졌다. 굴뚝은 연기가 위로 빠져나가는 연통과 맨 위에 지붕처럼 덮은 연가(煙家)로 구성되는데, 전시작은 백제시대의 굴뚝을 옹기로 복원해 현대적인 야외 조명등으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연가에 현대적인 하트 모양의 구멍이 눈에 띄는데, 사실은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옹기 굴뚝에 원래 있는 모양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백제시대의 옹기 굴뚝이 21세기에 조명등으로도 훌륭하게 탈바꿈되는 윤회적 부활이 반가운 작품이다. 3년 전에 출범한 충남 부여군의 '백제기와문화관'에서 백제기와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인 이상용 도예가 외 여러 분들이 힘을 합쳐 만든 첫 작품이다.
▲ 이재경 - 꿈꾸는 정원이재경 - 꿈꾸는 정원 ⓒ 남철우
▲ 이재경 - 꿈꾸는 정원이재경 - 꿈꾸는 정원 ⓒ 남철우
이재경 '꿈꾸는 정원2'(유리)
유리로 예술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이재경 작가는 "선인장을 몸체의 기본적인 모티브로 한 후, 정원의 어떤 식물과 꽃들의 이미지를 상상의 그 어떤 형태로 결합했다"고 말한다.
유리는 연필처럼 말아서 늘려서 예술적인 선과 면을 먼저 몸체를 만든 후에 부속의 장식품을 윗쪽에 조립하는 순서로 만들어졌다. 몸체에서 구현된 긴 줄무늬는 이탈리아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의 유리 제품들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유리작품의 공예 작품이 여전히 드문 가운데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상상의 세계를 신선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 이정현 - 금속 기타이정현 - 금속 기타 ⓒ 남철우
▲ 이정현 - 금속 기타자개와 옻칠은 안소라 작가의 작업 ⓒ 남철우
이정현 '금속 기타'(악기)
이정현 작가는 '인디밴드와 협업해 공연에서 악기를 연주해보면 좋겠다'는 등의 관람객 반응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위별로 기능과 음질을 고려해 기타의 몸체는 호두나무, 넥(neck)은 단풍나무, 지판은 흑단나무로 제작했다. 원래 음악을 전공했던 덕분에 현재 금속공예가의 길을 걷는데 악기와 금속의 결합 차원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휘된 작품이다.
▲ 조명희 - LINE3 (말총가방)조명희 - LINE3 (말총가방) ⓒ 남철우
▲ 조명희 - LINE3 (말총가방)조명희 - LINE3 (말총가방) ⓒ 남철우
조명희 '라인3'(말총 가방)
잊혀진 전통 소재이자 기법인 제주의 말총으로 만들어진 핸드백으로 조명희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맡고, 탕건 분야 무형문화재 김혜정 장인과 김경희 이수자가 재료 제작을 담당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실보다 더 가느다란 말총을 한 올 한 올 두 코씩 바둑무늬 짜기 기법으로 직조해서 만들어진 입체적인 질감과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성이 재료의 근본적인 물성을 온전하면서도 정교하게 보여준다.
"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이 썼던 뫼 산(山) 모양의 '정자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했다"는 조명희 디자이너의 말처럼, 가방의 전체적인 모양과 패턴에서는 디자인적인 절제미와 제주 말총 소재의 생명성과 심연함이 느껴진다.
▲ 최은서 - 의식있는 주전자 4최은서 - 의식있는 주전자 4 ⓒ 남철우
▲ 최은서 - 의식있는 주전자4최은서 - 의식있는 주전자4 ⓒ 남철우
최은서 '의식이 있는 주전자4'(도자)
미니멀한 유리 주전자 속에 지구상의 생명과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을 구름과 사다리 등의 장치로 상징한 작품이다. 거미가 줄을 치듯이 유리를 섬세하게 직조하는 기법을 활용해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약한 존재이면서 꿈을 잊지 않고 마음 속에 품고 사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구름'의 상징을 통해 시리즈로 작품 활동중인 최은서 작가는 미국 유학 후에 현지에서 계속 활동중이다.
▲ 한선욱 - 실용적인 주전자한선욱 - 실용적인 주전자 ⓒ 남철우
▲ 한선욱 - 실용적인 주전자한선욱 - 실용적인 주전자 ⓒ 남철우
한선욱 '실용적인 주전자'(도자)
여섯 개의 주둥이를 가진 대형 도자 작품으로 수많은 나뭇잎들이 겹겹이 포개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한선욱 작가는 그것을 "초보자도 잠깐 배우면 누구나 쉽게 빚어서 붙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일명 수제비기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주전자로서 실용성과 독특한 장식적인 모양이 결합됐는데 어찌보면 실용과 예술의 중간지대에 있는 나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 비둘기와 장미가 그려진 벽지19세기 후반 예술공예운동 당시에 윌리엄 모리스가 만들었던 벽지 ⓒ 윌리엄 모리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되었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예술공예운동(Art & Crafts Movement)을 통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생활용품의 차원을 극복하고자 수공예를 통해 벽지, 도자, 가구, 건축 등에서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요즘 한국에서 불고있는 공방문화의 확산에서도 예술공예운동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보이는 동시에 예술적인 작품으로까지 도달하는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다.
▲ 청동 은입사 물가 풍경 무늬 정병 (고려시대, 국보 92호)한국 전통 공예의 훌륭한 예술적인 수준과 정신은 수많은 보물들과 유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외국의 운동(Movement)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은 5천 년의 전통문화와 공예품들에서 훌륭한 예술적인 장인 기술 수준과 철학을 DNA로서 갖추고 있다. 목기, 철기, 도자, 한지, 말총 등 여러 분야의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내공을 충분히 이어받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감수성 그리고 예술성을 겸비한 공예품들이 더욱 세상에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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