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없는 IT 강국은 허상이다.
[주장] KT 화재의 교훈... '초연결 사회'에서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경찰 경비 전화와 일반 전화가 작동하지 않아 신고 접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112 통신이 끊기면서 관내 경찰서 112상황실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업무를 처리했다. 병원에서는 응급실 전화와 의료진 전화가 문제가 생겨 혼란을 겪었다. 용산 국방부의 전화망이 끊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한마디로 통신 대란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24일 KT 아현지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전화선 16만 8000회선, 광케이블 220세트를 삼키면서 우리 앞에 나타난 실제 사건이다. 해당 지역 KT 이용자들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 유·무선 전화, 인터넷, IPTV, 카드결제시스템 앞에서 '잊힌 과거'를 다시 경험했다.
통신구 화재가 발생하고, 통신 두절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세계적 IT 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사고대비수준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속도와 효율로 무장한 편리성만을 강조한 통신서비스가 자칫 우리의 일상을 한순간 어둠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한 사건이었다. 우수한 정보통신기술로 구현될 초연결사회에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다양하게 지적됐다. 직접적으로 발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의 흐름과 인식 속에서 문제의 근본적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공공성을 무시한 조직 운영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기업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시설의 통신망을 취급하고, 안전, 보안과 직결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여전히 공공성을 조직의 주요 가치의 하나로 고려했어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만약의 사고 대비를 위한 설비 투자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민간에서 기업을 운영하던 경영진들은 KT를 장악하고 공공성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KT 새노조에 따르면, "분산했던 통신장비를 집중시켰고, 장비가 빠져나가 빈 전화국 건물은 통째로 매각하거나 오피스텔, 호텔 등 임대업으로 돌렸으며, 덕분에 경영진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으나 통신공공성을 위한 분산 배치는 완전히 무시됐다."고 한다. KT 경영진에게는 여느 기업처럼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 과제였던 셈이다. 조직이 추구할 가치를 매우 협소하게 생각했다.
두 번째, 위험의 외주화다. KT는 민영화 직전인 2001년 12월 기준 직원 수가 4만4094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만38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원 감축은 대부분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인원이 줄었으나 수익이 크지 않은 안전 업무는 외주업체가 담당하게 됐다. 그 결과 이번 화재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신케이블 등 시설을 복구할 인력은 KT 내부에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긴급 복구가 어렵게 된 배경이다. KT 외주업체 직원들이 대부분 일용직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이런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사고는 최근 발생한 오송역 KTX 단전 사고, 고양 저유소 화재,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 사고와 맥을 함께 한다.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원을 줄이고,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외주업체나 비정규직 직원에게 맡기는 상황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 번째,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원격의료, 드론 등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 사회는 대부분 장밋빛으로 그려진다. 빠르고, 편리한, 새로운 서비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면의 그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전을 담보해야 할 정부의 정책은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미래 기술로 발생할 문제들을 모두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 자율주행차의 보행자 사망사고, 5월 구글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의 교통사고는 이미 현실이다. 통신이 기반이 된 인공지능, 드론, 원격의료 등이 보편화 되고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사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초연결사회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한 백업망, 우회 라인 확보에 더욱 힘써야 한다.
미래의 안보는 무력을 갖춘 외부의 침입이 아니라 기술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내부의 혼란에서 비롯된다. 미래 사회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통신구 화재는 말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된 후에는 국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IT 강국에 어울리는 기술 활용과 안전망 구축, 높은 수준의 사고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24일 KT 아현지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전화선 16만 8000회선, 광케이블 220세트를 삼키면서 우리 앞에 나타난 실제 사건이다. 해당 지역 KT 이용자들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 유·무선 전화, 인터넷, IPTV, 카드결제시스템 앞에서 '잊힌 과거'를 다시 경험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다양하게 지적됐다. 직접적으로 발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의 흐름과 인식 속에서 문제의 근본적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공공성을 무시한 조직 운영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기업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시설의 통신망을 취급하고, 안전, 보안과 직결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여전히 공공성을 조직의 주요 가치의 하나로 고려했어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만약의 사고 대비를 위한 설비 투자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민간에서 기업을 운영하던 경영진들은 KT를 장악하고 공공성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KT 새노조에 따르면, "분산했던 통신장비를 집중시켰고, 장비가 빠져나가 빈 전화국 건물은 통째로 매각하거나 오피스텔, 호텔 등 임대업으로 돌렸으며, 덕분에 경영진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으나 통신공공성을 위한 분산 배치는 완전히 무시됐다."고 한다. KT 경영진에게는 여느 기업처럼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 과제였던 셈이다. 조직이 추구할 가치를 매우 협소하게 생각했다.
두 번째, 위험의 외주화다. KT는 민영화 직전인 2001년 12월 기준 직원 수가 4만4094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만38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원 감축은 대부분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인원이 줄었으나 수익이 크지 않은 안전 업무는 외주업체가 담당하게 됐다. 그 결과 이번 화재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신케이블 등 시설을 복구할 인력은 KT 내부에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긴급 복구가 어렵게 된 배경이다. KT 외주업체 직원들이 대부분 일용직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이런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사고는 최근 발생한 오송역 KTX 단전 사고, 고양 저유소 화재,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 사고와 맥을 함께 한다.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원을 줄이고,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외주업체나 비정규직 직원에게 맡기는 상황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 번째,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원격의료, 드론 등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 사회는 대부분 장밋빛으로 그려진다. 빠르고, 편리한, 새로운 서비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면의 그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전을 담보해야 할 정부의 정책은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미래 기술로 발생할 문제들을 모두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 자율주행차의 보행자 사망사고, 5월 구글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의 교통사고는 이미 현실이다. 통신이 기반이 된 인공지능, 드론, 원격의료 등이 보편화 되고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사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초연결사회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한 백업망, 우회 라인 확보에 더욱 힘써야 한다.
미래의 안보는 무력을 갖춘 외부의 침입이 아니라 기술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내부의 혼란에서 비롯된다. 미래 사회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통신구 화재는 말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된 후에는 국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IT 강국에 어울리는 기술 활용과 안전망 구축, 높은 수준의 사고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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