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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비건 식당은 처음이지?

비건 식품 대중화 나섰다... 편견 깨고 세상 바꾸는 가게들

등록|2018.12.03 08:42 수정|2018.12.03 08:58

▲ ‘더브레드블루’ 좌측 상단 감자 포카치아와 우측 하단 갈릭브레드 ⓒ 김연정, 공도영


'비건'이라고 하면 흔히 풀만 먹고 사는 채식주의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비건 인구만큼이나 비건 식품은 대중화되고 있다. 여기 비건이 빵을 먹을 수 없다는 편견을 깬 베이커리가 있다.

신촌에 위치한 '더 브레드 블루'는 평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식물성 버터, 분리 단백질, 비건 햄 등을 재료로 한 비건 빵과 우유 대신 두유가 들어가는 라떼는 비건에게 안성맞춤이다. 'No Egg! No Milk! No Butter!'를 내세운 비건 빵은 건강뿐만 아니라 대중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감자 포카치아'는 국산 감자와 비건 햄, 양파, 올리브를 토핑으로 올렸다. 비건 햄은 일반 햄과 동일한 식감에 짠맛은 덜한 점이 특징이었다. '갈릭 브레드'는 대중에게 익숙한 갈릭 바게트와 동일한 맛과 식감이었다.

소수 식품을 넘어 대중의 식탁으로
 

▲ ‘영미김밥’의 비건 김밥 ⓒ 김연정, 공도영

 
대학가의 김밥 전문점도 비건 식품 대중화에 앞장섰다. 이대역 부근에 위치한 '영미 김밥'은 올해 비건 김밥을 개발했다. 사장님은 "햄, 달걀 등을 빼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많았다. 기존의 재료를 빼기보다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이 좋겠다"며 비건 김밥 메뉴 개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비건 동아리 '솔찬'의 부탁도 한몫했다. 비건 김밥은 외식에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았던 비건들을 위한 김밥이다. 달걀을 빼고 우엉, 당근, 시금치, 당근만으로 맛을 냈지만, 재료의 식감과 풍미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또한, 식당 내에서 먹고 가는 사람들에는 제공되는 국물에는 멸치가 들어간다고 알린다. 어류를 먹지 않는 비건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단순히 하나의 메뉴를 더 추가한 것이 아닌 손님의 취향을 존중한 판매자의 고민이 드러난다.

그동안 비건 식당 메뉴로는 '샐러드'와 '두부' 등이 많았다. 최근 들어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하는 가게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건은 밀가루를 안 먹는다'는 잘못된 사고를 깨뜨린 비건 빵, '풀만 먹는다'는 편견을 극복한 비건 김밥이 그 예다. 이러한 시도가 지속되면 비건들의 식탁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비건 식품 인증기관 '한국 비건 인증원' 등장
 

▲ 비건 페스타의 포스터 ⓒ 인터파크

반가운 소식이 더 있다. 2019년 1월 25일 금요일부터 27일 일요일까지 비건 전문 전시회가 열린다.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비건 페스타'에서는 다양한 비건 식품, 비동물실험 화장품, 사찰음식, 비건 인증 생필품 등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는 환경과 동물을 해치지 않는 착한 소비의 장을 만들어 비건뿐만 아니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지난 9일에는 식품의약안전처가 인정한 비건 식품 인증기관 '한국 비건 인증원'이 등장했다. 한국 비건 인증원은 동물 유래 원재료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심사하고, 검증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기관이다. 미국이나 유럽 비건 인증기관의 검증 대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인구의 2%에 불과한 채식주의자를 위한 서비스가 실시된 것이다. 또한, 내년 1월에 남이섬 가는 경춘국도변 하나 휴게소에 '비건 플래그숍'이 오픈한다. 비건 제품을 눈으로 보고, 시식하고, 만들어 보며 쇼핑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비건에게 귀를 기울이고, 대외적으로 알릴 여러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프로그램 활성화에는 대중의 힘이 필요하다. 비건은 단순히 풀만 먹는 안쓰러운 사람이 아니다. 개개인의 목적에 따라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신념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부정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들의 삶과 직면해 보자. 대중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안중근청년기자단 공도영, 김연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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