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네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아미(좌)와 햇살(우) ⓒ 김화현
사실 내가 꿈틀리에 오게 된 것은 오빠가 1기 학생으로 이 학교에서 1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오빠가 꿈틀리에 다니는 게 행복해 보였고, 1년을 잘 마치며 졸업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계속 같은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을 하고 이제 내가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꿈틀리에 오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아서 찾고 싶었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꿈틀리를 다니면서 정말 즐거웠지만 힘든 순간도 많았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꿈틀리에 다니면서 힘들었을 때는 '열심히 하지 않을 때'였던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을 때, 나에게 오는 배움을 대충대충 할 때, 우리가 함께 정한 약속을 안 지키고 막 살 때. 그럴 때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진짜 무슨 이유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지?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다. 열심히 하지 않으니 나는 달라지는 게 없고, 배우는 것도 없었다. 나는 분명히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좋아하는 배움을 맘껏 하기 위해서 이 학교에 왔는데 정작 내가 하고 있는 건 없으니까.
특히 나를 드러내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 나는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것도 없고, 엄청나게 잘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꼭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지금 생활과 수업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니까 자연스럽게 생겼다. 억지로 그걸 그렇게 찾으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꿈틀리에서는 개인 프로젝트도 그렇고, 민주시민교육도 그렇고 여러 수업에서 우리가 직접 참여해 수업을 준비하고, 공부를 해보는 기회들이 정말 많다. 그러면서 내가 관심 있는 주제들을 공부하는 법, 그걸 사람들과 나누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걸 공부하는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고, 그리고 그만큼 좋아하는 것이 많이 생겼다. 물론 그걸 내가 계속하게 될지도 모르고 직업이 될지도 전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을 배우는 것과 내 것으로 가져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진짜 내가 원하는 배움을 이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도와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꿈틀리는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같이 살아간다. 24시간을 같이 자고 먹고 놀고 배우고. 그렇기에 너무 힘든 것이 많았다. 갈등도 너무 많았고 도대체 내가 이 애들이랑 뭘 해보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다들 바뀔 수나 있을지,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 솔직히 진짜 짜증 나고 싫을 때도 많았다. 같이 지내기 싫고 같이 배우기 싫고. 근데 다들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내가 고민하던 것처럼 다른 애들도 같이 잘 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로 같이 잘 지내고 싶다고 표현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게 어긋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의 마음은 같다.
▲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김화현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말로 선생님들께 혼나기도 하고, 잘못을 하면 다모임을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해결할지 같이 고민한다. 그 과정이 정말 엄청 힘들다. 어떤 일이 있던 어떤 문제가 생겼든 우리가 다 책임지고 이야기해서 풀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회의하며 엄청 싸우기도 하고 이해가 안 돼서 서로 마음이 상할 때도 많았다. 내 일도 아닌데 왜 그걸 다 같이 이야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배웠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쟤가 진짜 왜 저러나' 싶었는데 같이 모여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고 푸니까 그래도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다. 선생님들께 자주 혼나기도 하지만, 진짜로 우리를 생각해 주시는 게 느껴진다. 선생님들과 지내며 정말 한 명 한 명을 위하고 생각하고 관심 갖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가 그 마음을 전제로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깊이 느끼는 중이다.
▲ 꿈틀리인생학교 3기 단체사진 ⓒ 김화현
이제 곧 졸업이다. 앞으로 두 달 정도가 남았다. 벌써부터 아쉽고 눈물이 난다. 시간이 조금밖에 안 남은 만큼 친구들이랑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맘껏 놀고, 열심히 지냈으면 좋겠다. 정말 아쉽지만 꿈틀리에서 배웠던 것과 함께했던 것, 내가 관계 맺었던 것들, 그리고 사랑받았던 것들을 힘으로 삼아 잘 살아가고 싶다.
꿈틀리인생학교가 4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
*4기 신입생 모집: http://ggumtlefterskole.blog.me/221401448020 *원서접수 기간: 2018. 11. 26(월) ~ 12. 14(금)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