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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으로 손톱 반 만한 오이 2개, 아이들 '개'취급"

[단독] 교사들의 내부고발, 분노한 엄마들 "원장 해임 촉구"... 춘천시 "조사 중"

등록|2018.12.08 14:10 수정|2018.12.08 14:10
 

▲ 춘천의 한 시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춘천시에 제출한 탄원서. 어린이집 부실 급식 문제를 고발하며 해당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하라는 내용이다. ⓒ 김성욱


보육교사들의 '부실 급식' 내부 고발을 접한 학부모들이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즉각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춘천시 A 시립 어린이집 학부모 비상운영위원회는 지난 4일과 6일 이같은 내용의 민원과 탄원서를 춘천시에 각각 제출했다. 이 위원회에는 아동 16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현재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아동은 모두 20명이다.

춘천시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법적 절차에 맞게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15개월 된 아이를 해당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한 엄마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 급식이 정량대로 나가지 않았고 부모들이 받아본 식단표와 다르게 나간 적도 있었다. 소고기 떡국인데 소고기가 없고 반찬으로 손톱 반 만한 오이가 달랑 두개 나온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원장이 아이들을 '개'처럼 취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18개월 아이의 또다른 학부모도 "아이들 오전 간식으로 나오는 죽을 남은 반찬들을 이용해 값싼 중국산 들기름으로 만들었더라. 그러다 시에서 검사가 나오면 국산 들기름을 갖다 놨다는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라며 "원장은 애초에 어린이집 운영 계획을 설명하며 유기농 급식을 강조했었다. 정말 황당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시립 어린이집으로 새로 개원한 곳이라 믿고 맡겼는데 너무 화가 난다"라며 "소식을 접하고부턴 밤에 잠도 안 온다. 점심 시간마다 어린이집에 직접 찾아가 제대로 배식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4월 30일 신규 개원했다.
  

▲ 학부모들에 의해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춘천의 한 시립 어린이집에서 나온 떡국 사진. 부모들은 "아이들 급식이 정량대로 나가지 않았고 부모들이 받아본 식단표와 다르게 나간 적도 있었다. 소고기 떡국인데 소고기가 없었다"고 했다. ⓒ 김성욱


학부모 비상운영위원회는 ▲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급식 비리에 대한 조속한 조사 ▲ 해당 어린이집의 예산 세입·세출 내역 상세 감사 착수 ▲ 현 원장의 즉각 사퇴와 신임 원장 채용 전까지 대행 원장 체제 운영 등을 춘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비상운영위원회의 한 엄마는 "원장은 이미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원장을 아이들과 분리시키는 게 먼저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시는 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은 감자부터 먹어 치우라고..." 교사들도 내부고발 나서, 원장은 "사실 아냐"
    

▲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춘천의 한 시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가 보내온 원장의 메신저 내용. ⓒ 김성욱

  

▲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춘천의 한 시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가 보내온 원장의 메신저 내용. ⓒ 김성욱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도 "원장이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아이들 급식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말을 늘 해왔다"고 증언하며 내부 고발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이 부실 급식 문제를 처음 인지한 것 또한 교사들의 내부 고발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 이 시립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보육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늘 '요령껏 감자 남은 것들을 반찬에도 넣고 죽에도 넣어라. 감자 남은 것부터 먹어 치워야지'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면서 "급식이 부실하게 나오는 날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라면서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하루는 잔치국수가 나가야 하는 날이었는데 식재료가 부족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내일은 흉내만 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현직 교사도 "원장은 급식비를 줄이기 위해 육류 등 값비싼 식재료 주문을 줄이라고 강요했다"면서 "소고기 떡국에 소고기가 안 나가거나 오리 고기 정량이 식단표보다 훨씬 적게 배식되는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원장은 육류 등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급식이 이뤄지기 전에 자기가 먼저 먹을 걸 챙겨서 싸가기도 했다"고도 했다. 복수의 교사들에 따르면 원장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아이들 간식으로 제공될 빵과 음료를 영아용이 아닌 일반용으로 구매하는가 하면, 교사들에게 김치 등 집에서 먹지 않는 반찬이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실제 교사들이 보내온 메신저 내용을 보면 원장은 "다음주 급간식도 남은 재료 이용해서 구성. 황태라든지 감자 미역등 ㅋ" "남는 품목의 양 조절해서 주문서 작성하라고 하고 주문하삼. 오리양도 줄이기"라고 지시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원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며 "학부모님들과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장은 '식단표와 다르게 실제 급식이 이뤄졌나', '영유아용 간식 대신 일반용을 구매했나', '교사들에게 김치 등 반찬을 가져오라고 시켰나' 등 질문에 대해 모두 "사실과 다르며 현 상황에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즉각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어머님들을 만나 말씀드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부모들 "시도 짜고 친다"... 춘천시 "조사 진행 중, 확실한 증거 있어야..."
  

▲ 춘천의 한 시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지난 6일 춘천시에 어린이집 부실 급식 문제를 고발하며 어린이집 원장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 김성욱


어린이집 부모들은 원장뿐만 아니라 춘천시의 책임도 함께 묻고 있다. 시립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해야 할 춘천시의 부실 관리와 늑장 대응을 지적한 것이다.

한 엄마는 "시에다 민원을 넣으니 담당자가 엄마들에게 정확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더라. 직장이 있는 엄마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그런 정확한 증거를 모으고 조사하라고 공무원들이 있는 것 아닌가. 춘천시의 대응이 더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도 "시에선 지금까진 뭘 하다가 이 사달이 나니 조사를 하나"라며 "이미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직접 찾아가 항의한 다음에는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시에서 나와본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립 어린이집이면 당연히 더 투명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기들끼리 짜고 치거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다"라면서 "최근 춘천의 다른 시립 어린이집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설마 우리 어린이집에서까지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 춘천 시립이 다 문제인 것 아니냐"고도 했다(관련 기사 : 춘천시 시립어린이집 '내부고발' 유출 논란).

춘천시는 이에 대해 "시립 어린이집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해당 어린이집의 급식·재무·회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춘천시 보육아동과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사태가 발생하기 전 추가 점검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원장 즉시 교체 요구에 대해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법에 의해 처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11월 9일과 12월 3일, 12월 5일, 총 3번에 걸쳐 해당 어린이집의 급간식 비용이 1인당 기준 단가에 맞게 쓰였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제기가 시작된 11월 이전에는 왜 지도점검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4월 30일 개원해 어린이집 특성상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고 안정기를 찾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전반적인 문의가 오면 질의응답을 해주는 식으로 안내해왔다"고 해명했다.

'시와 시립 어린이집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부모들 주장에 대해서는 "저희가 관리를 하는데 민원이 들어와서 투명하게 조사했고, 관계법에 따라 다 처분 나갈 것"이라며 "짜고 치는 건 없다. 따로 봐 주는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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