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6 쿠데타 직후의 박정희(오른쪽 선글라스). ⓒ 위키백과
5ㆍ16 직후 한ㆍ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군사정권과 미국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며 긴장이 고조되어 있을 때 박정희 소장은 그의 사상이 의심받고 있음을 알고 그의 측근자들과 함께 자신들이 좌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마침내 가공할 만한 사건을 야기할 뻔하였다. 소위 용공분자 일제 검거가 그것이다.
나는 옆에서 이 말을 듣고 무슨 내용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 알아보니 김종필이 그 때 당시의 정보과장으로 치안본부에 가 있던 방(方) 모 대령에게 극비리에 지시하여 전국의 요시찰인 명부에 실려있는 사람을 일제히 검거했다는 것인데, 김종필의 아침 보고는 그 검거가 모두 끝나고 사후 대책까지 마련되었다는 일종의 결과보고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기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몇 번씩 물어 본 끝에 비로소 그 전상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한꺼번에 학살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비정상적인 정신병자라도 생각하기 어려운 만행이었다. 유태인을 집단 학살한 나치의 만행에 비견할 야수와도 같은 광란이다. (주석 1)
다행히 일부 인사들의 반대로 '집단학살극'은 취소되었다. 장일순도 하마터면 이때 거제도로 끌려가 처형될 뻔하였다.
주석
1> 유원식, <5ㆍ16비록 혁명은 어디로 갔나>, 296~297쪽, 인물연구소, 1987.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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