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배송료 2500원이 아까울까
배송료 아끼려 끼워 넣은 물건들... 배송 당사자의 업무를 생각해봤다
백화점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마음에 드는 신발을 하나 찾았다. 집으로 돌아와 낮에 본 신발 브랜드를 검색해 봤다. 최저가로 올라온 쇼핑몰을 클릭했는데 배송료 2500원이 추가되어 내가 지불할 돈이 더 많아진 상황. 3만 원 이상이면 무료로 배송을 해 준다는데, 6080원이 모자라다. 양말 두 개를 더 담아도 6000원. 80원은 채울 길이 없다.
그렇다고 세 켤레를 사자니 그동안 무료배송을 위해 끼워 산 양말로 가득 차 잘 닫히지 않는 서랍장이 생각났다. 이제 이 신발을 어쩌나. 다시 사러 백화점으로 가려니 다음 주 내내 일정이 꽉 차 있고, 그렇다고 주말에 아홉 살, 여섯 살 난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가려니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무료배송 금액에 맞추지 않고 배송료를 내고 사면 현명한 소비자가 아닌 것 같고, 배송료를 고려하여 다른 필요한 것과 같이 사는 게 이득이나 좁은 집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쟁이는 건 불편하다.
배송비가 아까워서 사람들을 모아 물건을 같이 사고 나누는 경우도 있다. 무료배송 기준에 맞추거나 배송료를 나눠 낸다. 그러면 마치 내가 몹시 절약하는 사람이라도 된 듯 흡족해져, 배송 받은 물건을 전하려 만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고 비싼 커피를 사 마신다.
소비욕구에 대한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배송료가 아까워 고민하는 상황이라니. 택배비가 왜 아까운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면 앞으로 택배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지불하지 않고 두세 시간 들여 다른 물건을 더 살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택배비, 아깝기만 한 걸까
나와 판매자 사이에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택배거래가 가능하다. 그 비용을 판매자가 내 몫으로 돌리는 게 불편해서일까? 내가 신발을 사러 이동하는 시간, 교통비와 비교해도 많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해도 선뜻 지불하기 꺼려진다. 우리나라에 팁 문화가 없어서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어색한 걸까?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반찬을 더 먹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고, TV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식당 사장님에게 팁을 주려는 장면이 어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미 내가 지불한 음식 값에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 맥락에서 배송료는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매년 김장철이면 친정엄마는 농사지은 배추를 직접 절여서 판매하신다. 지난달에 배추 3천 포기를 절이고 택배로 보내는데 포장 비용과 택배 발송 비용 모두 포함해서 5천원을 더 받았다. 택배비가 비싸다며 배추 값을 빼주거나 덤을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면 속이 상해 나도 같이 화를 냈다.
친정 엄마가 11월에 배추를 절이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씨를 뿌리고 밭에 옮겨 심고 9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그 과정을 너무 잘 알아서다.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찬물에 솜바지를 입고 솜장갑을 끼고도 벌겋게 꽁꽁 얼어붙는 손발을 봐서다.
신발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배송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생기는 걸까?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니 뭔가 찜찜하다. 배송업무 당사자인 택배기사의 이야기는 없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살펴봐서 그런가.
배송 당사자의 업무에 대해 고려해 보지 않았다. 배송료와 택배노동자의 노동을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판매자 측이나 자영업자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택배 기사 목소리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얼마 전 택배 총 파업이 있었다. 지난 두 해에 걸쳐 세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 했고 올해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와 옥천터미널에서 금년에만 석 달 사이에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택배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사건으로 택배 기사의 목소리를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 모임'이 택배 기사 307명을 조사한 결과, 약 75%가 주 7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택배 기사의 47.5%는 온종일 일하면서도 별도의 점심시간조차 가질 수 없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택배 건당 800원이 내 몫이다. 하루 200개 이상, 한 달 4500개를 배송해야 세금 내고 나면 220만 원이 남는데, 하루 200개 이상을 배달하려면 아침 6시에 나와 밤 11시까지는 배송을 해야 한다"는 어느 택배 기사의 인터뷰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니 배송료는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1달러짜리를 사도 한국까지 무료로 배송해 주는 세상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 여기면서 그 노동을 하는 택배 기사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결국, 왕복 교통비와 소요시간을 따져 봐도 2500원보다 더 드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택배비 아껴 부자 되는 것도 아닌데, 그 돈 정당하게 쓰고 택배기사님도 점심밥 좀 잘 챙겨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배송료 2500원이 낼 만해진다.
그렇다고 세 켤레를 사자니 그동안 무료배송을 위해 끼워 산 양말로 가득 차 잘 닫히지 않는 서랍장이 생각났다. 이제 이 신발을 어쩌나. 다시 사러 백화점으로 가려니 다음 주 내내 일정이 꽉 차 있고, 그렇다고 주말에 아홉 살, 여섯 살 난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가려니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배송비가 아까워서 사람들을 모아 물건을 같이 사고 나누는 경우도 있다. 무료배송 기준에 맞추거나 배송료를 나눠 낸다. 그러면 마치 내가 몹시 절약하는 사람이라도 된 듯 흡족해져, 배송 받은 물건을 전하려 만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고 비싼 커피를 사 마신다.
소비욕구에 대한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배송료가 아까워 고민하는 상황이라니. 택배비가 왜 아까운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면 앞으로 택배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지불하지 않고 두세 시간 들여 다른 물건을 더 살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택배비, 아깝기만 한 걸까
▲ 택배비가 왜 아까운지 한번 쯤 짚고 넘어가면 앞으로 택배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지불하지 않고 두세 시간 들여 다른 물건을 더 살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 Pixabay
나와 판매자 사이에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택배거래가 가능하다. 그 비용을 판매자가 내 몫으로 돌리는 게 불편해서일까? 내가 신발을 사러 이동하는 시간, 교통비와 비교해도 많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해도 선뜻 지불하기 꺼려진다. 우리나라에 팁 문화가 없어서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어색한 걸까?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반찬을 더 먹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고, TV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식당 사장님에게 팁을 주려는 장면이 어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미 내가 지불한 음식 값에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 맥락에서 배송료는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매년 김장철이면 친정엄마는 농사지은 배추를 직접 절여서 판매하신다. 지난달에 배추 3천 포기를 절이고 택배로 보내는데 포장 비용과 택배 발송 비용 모두 포함해서 5천원을 더 받았다. 택배비가 비싸다며 배추 값을 빼주거나 덤을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면 속이 상해 나도 같이 화를 냈다.
친정 엄마가 11월에 배추를 절이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씨를 뿌리고 밭에 옮겨 심고 9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그 과정을 너무 잘 알아서다.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찬물에 솜바지를 입고 솜장갑을 끼고도 벌겋게 꽁꽁 얼어붙는 손발을 봐서다.
신발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배송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생기는 걸까?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니 뭔가 찜찜하다. 배송업무 당사자인 택배기사의 이야기는 없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살펴봐서 그런가.
배송 당사자의 업무에 대해 고려해 보지 않았다. 배송료와 택배노동자의 노동을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판매자 측이나 자영업자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택배 기사 목소리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 '택배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경남지역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11월 23일 창원진해 풍호동에 있는 씨제이(CJ)대한통운 성산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 지지선언했다. ⓒ 윤성효
얼마 전 택배 총 파업이 있었다. 지난 두 해에 걸쳐 세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 했고 올해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와 옥천터미널에서 금년에만 석 달 사이에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택배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사건으로 택배 기사의 목소리를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 모임'이 택배 기사 307명을 조사한 결과, 약 75%가 주 7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택배 기사의 47.5%는 온종일 일하면서도 별도의 점심시간조차 가질 수 없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택배 건당 800원이 내 몫이다. 하루 200개 이상, 한 달 4500개를 배송해야 세금 내고 나면 220만 원이 남는데, 하루 200개 이상을 배달하려면 아침 6시에 나와 밤 11시까지는 배송을 해야 한다"는 어느 택배 기사의 인터뷰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니 배송료는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1달러짜리를 사도 한국까지 무료로 배송해 주는 세상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 여기면서 그 노동을 하는 택배 기사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결국, 왕복 교통비와 소요시간을 따져 봐도 2500원보다 더 드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택배비 아껴 부자 되는 것도 아닌데, 그 돈 정당하게 쓰고 택배기사님도 점심밥 좀 잘 챙겨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배송료 2500원이 낼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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