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권정생 선생님과 몽실언니의 추억을 따라가는 길
중앙선 안동 운산역에서
▲ ⓒ 손현희
중앙선 의성 단촌역을 지나면, 곧바로 안동 일직면으로 들어섭니다.
▲ ⓒ 손현희
안동 일직면 하면, 한평생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며 검소하게 살다 가신 권정생 선생님이 살던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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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5월에 자전거 타고 의성 나들이를 갔다가 선생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은 지났지만 가까운 곳에 일직면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민망한 잔차 옷차림으로 선생님 빈소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던 곳이기도 하지요.
그때 그 이야기를 <오마이뉴스>기사로 쓴 적이 있지요. [관련기사 : "권정생 선생님, 늦게 와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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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던 일인데, 선생님이 살던 그 마을에 또 이렇게 소박한 간이역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바로 중앙선 안동 운산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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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곁으로 일직면 행정복지센터(읍면동사무소가 언젠가 주민센터로 바뀌더니, 또 어느새 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네요.)
앞 담벼락에 큰 그림을 그려놨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바로 권정생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지금 어떤 화가 선생님이 그리고 있더군요.
▲ ⓒ 손현희
역시 이 마을의 큰 어른이시네요. 우리 권정생 선생님의 발자취가 남겨진 마을이다 보니, 이런 아름다운 분을 잊지 않고 기리는 모습은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 곁 가게 이름도 [몽실이네 식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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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를 조금 벗어나니, 너른 들판이 나오고 한 1970년대쯤 되어 보이는 마을 풍경이 보입니다. 허름한 빈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탓인지 스러져가고, 그 곁으로 난 좁은 골목을 지나는데, 무청 시래기를 밖에다가 내걸고 말리는 풍경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모퉁이를 꺾으니, 하하하! 곧바로 <운산역>과 마주합니다.
▲ ⓒ 손현희
운산역도 단촌역과 마찬가지로 지난 1940년에 보통역으로 시작해서 주로 화물을 취급하는 일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큰 역할을 했답니다.
차츰 그 이용객이 줄어들자 지난 2004년 4월에는 여객취급도 중단되었답니다. 지금은 열차가 통과하는 역으로만 쓰이고 있다고 하네요.
▲ ⓒ 손현희
그래서 그랬나요? 운산역 맞이방에 들어갔는데, 역무실도 있고 역무를 담당하는 분도 따로 계시더군요. 우리가 들어가니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하더군요.
▲ ⓒ 손현희
운산역에는 조금 남다른 게 있는데, 향나무가 두 그루 쌍으로 나란히 서 있답니다. 그 풍경을 보고 김용무 시인이 <운산역>이란 시를 쓴 것도 걸었더군요.
무엇보다 이곳 운산역은 바로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인 <몽실언니>속에 나오는 이야기 속 장소이기도 하답니다.
[살강 마을에 살던 밀양댁이 일곱 살 몽실이를 데리고 댓골로 개가하기 위해 이용한 역이고, 훗날, 난남이가 있는 일직면 망호리 노루실과 영득이, 영순이가 사는 청송군 현서면 댓골을 오가기 위해 소녀 가장 몽실이가 이용한 역이다.(몽실언니 230~238쪽), 그리고 아버지 정 씨의 치료를 위해 무료병원이 있는 부산으로 증기 기관차를 타고 간 곳이기도 하다.(몽실언니 241쪽)]
지금은 비록 사람은 탈 수 없는 역, 열차가 지나가는 역으로만 남아 있지만, 그래도 그 옛날 권정생 선생님의 발자취와 선생님의 <몽실언니>작품 속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운산역에서 나도 따라 아득한 그 옛날 풍경들을 떠올려봅니다.
※ 사진 속 잔차 옷 입고 찍은 사진은 지난 2007년 5월26일, 때마침, 자전거 여행 중에 이곳 일직면을 지나다가 권정생 선생님 빈소를 저 민망한 잔차 옷차림으로 찾아뵈었던 적이 있었네요. 빈소를 지키던 최윤환 선생님과 또 다른 선생님, 또 때마침 우리처럼 빈소를 찾아온 천사같은 아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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