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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사탕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마음 공부] 실수를 기록하며 성장하는 육아

등록|2019.01.01 12:12 수정|2019.01.01 12:12
유치원 부모 소모임에서 '반영적 경청'과 '나 전달법'으로 말한 사례를 기록하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1년여간 꾸준히 적고 있다.

객관적으로 아이에게 상황을 말해주고, 반영적 경청(공감)을 해주거나 나 전달법을 사용해서 내 감정을 말하는 방식을 취했다.

반영적 경청은 반영적 반응이라고도 하는데, 말하는 사람으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정, 목소리, 몸짓 등 여러 메시지에 내포된 중요한 의미에 대해 듣는 사람의 개인적인 평가나 판단을 첨가하지 않고, 마치 거울에 비추는 듯한 방식으로 응답해 주는 것을 말한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나 전달법(I-message)이란 예를 들면 아이가 잘못을 해서 화가 났을 때, 너 때문에 화가 난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이 잘못된 상황에 화가 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문제인 상황에서는 '반영적 경청'을 해주고, 부모의 입장에서 문제인 상황에서는 '나 전달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잘못된 방법을 쓴 경우에는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고치려고 노력했다. 내가 해결방법을 잘 모르거나, 궁금한 부분은 기록해뒀다가 육아종합지원센터 상담 선생님께 여쭤보고 주로 유치원선생님이나 유치원에 강의를 나와 주셨던 선생님께 질문했다.

이렇게 기록해두면 어떤 상황에서 아이와 갈등하게 되는지, 내가 잘못 훈육하는 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 초보엄마의 육아 오답 노트 >

6월 30일
-상황 :
공사장에 있는 안전제일 끈을 사달라고 고집을 피웠다.
-부모의 반응 : "저 끈을 갖고 싶은데 없어서 속상했구나"라고 공감해줬지만, 아이가 울면서 양팔을 휘둘러 "마음대로 안 돼서 화났구나"라고 다시 공감해줬다.
"이렇게 휘두르는 네 팔에 맞으면 엄마가 아파. 화난다고 때리는 건 옳지 않아."
-아이의 반응 : 아이는 안아달라면서 울다가 그쳤다.
-유치원 선생님의 조언 : 처음에만 공감해주고 너무 빠른 훈육에 들어갔다.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다. 아이의 마음이 다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훈육이 잘되지 않는다.

7월 5일
-상황 :
커다란 막대 사탕을 사달라고 울면서 계속 떼를 썼다.
-부모의 반응 : "사탕이 먹고 싶었구나. 그런데 엄마가 안 사줘서 화났구나."
내 감정도 말해주는 게 좋다고 해서 엄마의 감정도 표현했다.
"나는 네가 그렇게 울면서 말하면 속상해."
잠시 후 아이에게 훈육을 했다.
"그런데 지금 집에는 사탕이 많이 있고, 저건 너무 커서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해. 그럼 아깝고, 단걸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아."
-아이의 반응 : 타일러도 아이는 울어댔다. 결국 가게에서 데리고 나왔고, 아이가 지쳐 울다가 잤는데 이불에 오줌을 엄청 싸놓았다.
-육아종합지원센터 상담 선생님의 조언 : 여기서는 공감하기보다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는 게 맞다. 긴 설명은 아이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크게 혼내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소변을 보는 반응까지 보이게 된다.

   

아이 마음 공부 출산한 친구에게 선물한 아기 내복과 책 ⓒ 우리


누군가는 이 방법을 보고 나와 같은 실수를 조금은 적게라도, 가능하다면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산한 지 백일 된 친구에게 아기 내복과 함께 오답노트인 내 육아 책을 선물했다.

'나는 이런 실수를 했지만, 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혹시 아이를 키우다 실수하더라도 괜찮아. 나도 그랬어. 너만 그러는 게 아냐.'


앞으로 육아 전쟁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을 친구, 초보엄마에게 미리 위로와 안도를 선사해주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 오답 노트를 적듯이 기록해두지만 역시나 육아에서도 틀린 걸 또 틀리게 된다. 점점 두꺼워지는 노트를 보면 오히려 잘한 걸 적는 편이 낫겠다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아이와의 문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부모 소모임에서 만난 엄마들과 만든 SNS 단체방에 올리기도 하면서 정말 혼란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조언을 얻으며 내가 잘못 대처한 지점과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아이 마음 공부오마이뉴스에 썼던 육아일기와 육아하며 실수했던 일들을 모아 묶은 책 ⓒ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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