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타대와 농악 소리, 화려한 깃발과 행렬
[도쿄에서 닛코까지 조선시대통신사 길을 찾다 ⑬] 토진소로이 2
▲ 토진소로이 안내 팜플렛 ⓒ 이상기
"가와고에는 현재의 도쿄에서 북쪽으로 전철로 40분쯤 걸리는 도시로, 에도시대(1603-1867)부터 매우 번성했던 곳입니다. 또한 에도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인사동(人寺洞)과 같은 거리입니다.
현장에서 우리가 받은 안내 자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말로 된 작은 에도 가와고에시 안내도다. 다른 하나는 일본어로 된 4쪽짜리 가와고에 토진소로이 안내 팜플렛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받은 2쪽짜리의 확대판이다. 거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4쪽짜리 토진소로이 타임테이블을 하나 더 얻었다. 그리고 <믿음. 지금 되살아나는 토진소로이. 가와고에와 조선통신사>라는 소책자를 하나 구입했다. 가와고에와 조선통신사의 관계부터 부활된 토진소로이까지 자세히 설명한 책자로 2007년에 나왔다.
▲ 렌케이지 강당에서 관복으로 갈아입은 통신삼사 ⓒ 이상기
통신사 삼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조선여성동맹 신옥희(申玉姬)씨 등 3인으로, 관복 착용, 행사 동행, 관복 반납을 책임졌다. 개인적으로 아는 21세기 조선통신사 우정걷기회 가나이씨는 사진을 담당해 퍼레이드 내내 중요한 장면을 찍느라 바빴다. 그 중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실행위원회 사무국장인 오가와씨였다. 그는 오전 8시부터 나와 작업을 지시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12시 개회식이 진행될 수 있었다.
주오도리와 일번가를 따라 왕복하는 행렬
▲ 게치기 학원 취타대 ⓒ 이상기
개회식 행사가 끝나고 바로 토진소로이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토진소로이 행렬의 맨 앞에서는 게치기학원(けちぎ學園) 취타대가 한국식으로 취주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하며 나간다. 그 뒤를 어린이 조선통신사가 따른다. 이들은 미래세대로 한일관계 더 나가 국제 우호교류의 주역으로 성장할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가와고에번 행렬보존회가 따라간다. 네 번째가 야자에몬이고, 다섯 번째가 조선통신사 삼사다. 20명의 조선시대통신사 현창회원도 그 뒤를 따라간다.
▲ 통신삼사와 함께 한 사람들 ⓒ 이상기
통신사 삼사들 인기가 대단해 중간 중간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 같으면 글을 받으려고 했을 텐데, 세상이 바뀐 것이다. 행렬은 후다노츠지까지 이어진다. 그곳에 음료수와 다과가 마련되어 있다. 행렬에 참가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퍼레이드는 방향을 바꿔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다음 행선지는 교류행사가 열리는 가지마치 광장이다.
▲ 죠키인(長喜院) ⓒ 이상기
또 하나 전통가옥과는 다른 서양식 건물이 하나 보인다. 사이타마 리소나(埼玉りそな)은행 가와고에 지점으로 돔형 지붕을 얹은 4층 건물이다. 사이타마 리소나 은행의 전신은 1878년 가와고에의 부유한 상인들과 대장성이 반반씩 투자해 만든 제85국립은행이다. 이것이 1898년 민영화되어 제85은행이 되었고, 은행 건물이 화재로 불탄 이후 1918년 다시 지어졌다. 이 건물은 현재 사이타마현 유형문화재 제1호로 등록되어 있다.
교류광장에서 이루어진 국서 교환식
▲ 통신사가 전해 준 통(通)자 ⓒ 이상기
▲ 어린이 조선통신사의 평화(平和) ⓒ 이상기
행렬은 나카초를 지나 주오도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중간에서 우회전해 처음 출발지인 렌케이지로 들어간다. 다시 렌케이지 광장이 행사 인파로 가득해진다. 잠시 후 통신사 삼사가 자리에 앉고 장내가 정리된다. 오후 2시부터 축하공연 및 교류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행사의 사회는 오야마씨가 보고, 진행은 오가와씨가 맡는다. 이들이 이번 행사의 실무책임자들이다.
오후 3시까지 진행된 축하공연 그리고 아쉬운 작별
▲ 아리랑 춤 ⓒ 이상기
일본식 복장을 한 젊은이와 색동 한복을 입은 한국의 젊은이가 함께 어울려 아리랑 가락에 맞춰, 일본 가요에 맞춰 현대적인 율동으로 춤사위를 만들어간다. 전통음악을 춤사위에 맞게 현대적으로 편곡해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과거 평화롭게 교류하고 화합하던 역사를 현대의 젊은이들이 재현하는 것 같았다. 화합과 갈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면 화합이 되고 부정적으로 보면 갈등이 된다.
▲ '하나 코리아의 시'를 낭송하는 젊은이 ⓒ 이상기
"당신의 눈물은 강이 되고 나의 목소리는 바람이 된다.
우리들의 춤은 물결이 되고 이윽고 꽃이 된다.
우리의 생각은 바다를 넘고 저 멀리 당신의 생각과 이어진다.
우리들의 춤은 국경을 넘어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비록 나라와 나라가 갈라져 있어도 당신과 나를 가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축하공연 사회를 보는 오야마씨와 오가와씨 ⓒ 이상기
공연과 인사는 그렇게 끝나고 다함께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마지막으로 토진소로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종루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조선통신사, 다문화 공생, 국제교류라는 세 단어가 눈에 띈다. 그리고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 등록이라는 플래카드도 보인다. 일본 사람들은 기록유산이라는 용어 대신 기억유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영어로는 Memory of the World다.
▲ 토진소로이 행사 후 종로통을 걸어가는 사람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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