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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만 100번... 절대 잃어버려선 안 되는 이것

[남미 여행기4] 페루여행

등록|2018.12.24 15:40 수정|2018.12.24 15:40

▲ 와카치나 오아시스 모습. 빙둘러쳐진 모래산아래 분지에는 물이 고여있었고 선인장과 야자수들이 자라고 있었다. ⓒ 오문수


페루여행을 떠나기 전 페루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이라곤 잉카제국과 마추픽추가 전부였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페루는 가기 힘들지만 찬란한 잉카문명을 간직했던, 신비에 싸인 상상속 나라였다.

그러나 페루수도인 리마시가지를 돌아보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비록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도시지만 유럽 못지않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역사가 존재했다. 어디를 가나 수천년 동안 현지인들이 갈고 닦으며 세운 우주가 존재했다. 그들이 세운 우주는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새벽에 리마를 떠나 파라카스로 가는 도중 길가에서 본 풍경. 벽돌공장으로 보이는 모래산 위에 주민들의 집이 보인다. 식수공급도 쉽지않을 그들의 삶이 엿보였다. ⓒ 오문수

     

▲ 페루에서 생산한다는 작은차. 국산소형차인 '모닝'보다 작은차지만 값이싸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 오문수


남미여행 3일차는 물개섬 파라카스 방문과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바예스타 섬(Isla Ballestas) 방문을 마친 후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에서 버기카와 샌드보딩 체험이다. 새벽 5시, 리마를 떠난 차량이 파라카스로 향해 달리는 도로주변은 어두컴컴했다.

벽돌을 만들기 위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모래언덕 위에서 불빛이 깜빡거린다. 주민들이 사는 집이다. 보아하니 식수 공급도 쉽지 않을 텐데… 고단한 이들의 삶이 짐작됐다. 신도심 지구의 화려한 아파트, 다리를 절며 기념품을 팔러 다니는 원주민 할머니 얼굴이 대비되어 머릿속에 떠오른다.

바다새들의 천국 파라카스의 섬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파라카스. 보트에 탄 일행이 섬에 가까워질수록 온갖 새들이 날아다닌다. 멋진 동굴이 뚫린 절벽 위에는 작은 펭귄도 보였다. 관광객들의 모습에 익숙해졌는지 놀라지 않는 물개들의 사랑싸움하는 모습도 보였다.
  

▲ 물개섬을 방문하기 위해 보트에 탄 관광객들 ⓒ 오문수

   

▲ 배를 타고 파라카스 섬을 돌아보는 관광객들 ⓒ 오문수


섬이 가까워질수록 새똥냄새가 진동했다. 한곳을 보니 섬 여전체가 아예 까맣다. 가이드는 저 섬에 새똥인 구아노가 많이 쌓여있다고 한다. 조류의 배설물 구아노는 한때 페루경제에 크게 도움이 됐다.

구아노는 수천 년 동안 페루 해안에 쌓인 조류의 배설물로 1840년 경부터 비료의 주원료로 이용됐다. 페루가 어려움을 겪던 1842년부터 1870년까지 페루는 약 900만톤의 구아노를 유럽과 북미시장에 팔았다.
   

▲ 파라카스 섬에는 여러마리의 물개와 수많은 바다새가 살고 있었다. ⓒ 오문수

 

▲ 파라카스에서는 온통 새똥에 덮혀 새까매진 무인도를 볼 수 있었다. 바다새들의 똥이 쌓인 것을 구아노라고 한다. 구아노 수출은 한때 어려운 페루경제를 살린 자원이 되기도 했다 ⓒ 오문수


페루 국고수입의 약 80%를 구아노로부터 획득했다고 하니 구아노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아노 수출에 따른 수입이 당시 페루의 막대한 외채상환에 쓰였기 때문에 경제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막이 이곳에

파라카스 섬 구경을 마친 일행이 오아시스 구경을 위해 이카로 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소형차인 '모닝'보다 더 작은 소형차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속된 말로 손바닥만큼 작은 차로 페루에서 생산하는 귀여운 차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려는 그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파라카스 섬 구경을 마친 일행의 다음 일정은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에서 버기카를 타고 샌드보딩을 즐기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 사막은 중동과 몽골일부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와카치나 오아시스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
  

▲ 와카치나 오아시스에 도착한 일행은 버기카를 타고 사막질주 체험을 했다. 샌드보딩을 준비하는 일행을 볼 수 있다. ⓒ 오문수


모래산으로 빙 둘러쳐진 낮은 분지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거대한 야자수 옆 인근에는 리조트들이 형성돼 있었다. 일행은 버기카를 타고 밀가루같이 고운 모래가 덮인 사막여행을 떠났다. 바람에 밀려와 높이 쌓인 곳 아래에는 그만큼 깊은 웅덩이가 있었다. 운전사들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높이면 여성들은 무서워 괴성을 질렀다.

모래가 가장 높이 쌓인 곳에서 샌드보딩을 타고 내려오는 일행들은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모래사막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일행이 발속에 쌓인 모래를 털고 나스카 유적지를 향해 출발하려던 찰나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가이드가 수시로 여권과 핸드폰 분실을 조심해 달라고 했지만 일행 중 한 분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옆 사람 핸드폰을 빌려 전화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동으로 전환해놨으니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 길가에서 기념품을 파는 원주민 여성과 아이들. 선물을 건네자 밝게 웃어주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 오문수


33일 남미여행하는 동안 여권검사는 100번도 넘었다. 여권을 분실하면 정말 낭패다. 본인 혼자 남아서 해결하든지 아니면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있는 곳을 찾아가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행들을 혼자서 추적해 뒤따라와 재결합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귀국해야 한다. 국내에 있을 때 핸드폰 고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필자는 고리를 달고 구두끈을 묶어 벨트에 묶고 다녔다.
  

▲ 핸드폰고리에 줄을 달아 벨트에 묶었던 필자의 핸드폰과 여권 및 귀중한 서류를 안전하게 보관해준 여권보관용 주머니. 여권보관용 주머니도 목에 걸어 품안에 넣어보관했다. ⓒ 오문수


내 벨트에 묶인 핸드폰은 높은 절벽이나 뱃머리에서도 나를 따라다녔다. 나이든 분들이 해외 여행할 때 지켜야할 사항은 웬만한 귀중품은 몸에 묶어둬 귀중품들이 저절로 따라다니도록 해야 한다.

줄을 달아 목에 걸어 품안에 뒀던 여권과 중요한 서류. 구두끈으로 벨트에 묶어놓은 핸드폰은 여행 끝날 때까지 나를 따라다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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