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강릉펜션 '적합' 판정 가스안전공사 "보일러 설치 여부 몰라"

경찰, 가스안전공사·LPG공급자·보일러시공자 줄소환 조사

등록|2018.12.22 19:57 수정|2018.12.23 10:47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이재현 기자 = 수능을 마친 고3생 10명이 참변을 당한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사고 닷새째인 22일 경찰은 펜션 가스보일러 부실시공과 부실 점검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펜션 보일러의 어긋난 연통이 무자격자의 부실시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부실 점검 여부도 이번 수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부실시공된 보일러에 대한 가스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큰 아쉬움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건이 난 201호 펜션 보일러는 2014년 설치됐다. 당시 펜션 건물주가 인터넷에서 직접 보일러를 구매해 무자격 업자인 시공업자에게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자 명칭이나 상호, 시공자 등록번호, 시공 일시 등의 시공 정보를 표기해야 하는 '시공표지판' 조차 없어 무자격자 시공 가능성이 강하게의심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고가 난 보일러는 2014년 4월 14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적합' 판정을 받았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상 가스보일러 등 가스 설비를 시공할 때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완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완성검사 때는 '용기-배관-연소기(보일러)'를 모두 확인한 뒤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건 펜션의 가스 시설을 점검한 가스안전공사 측은 용기와 배관까지만 점검하고 보일러 설치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를 아예 보지 않고 외관만 점검했거나, 보일러는 아예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적합 판정을 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부실 점검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경찰은 가스안전공사 관련자 등을 상대로 위반 사항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이에 가스안전공사 측은 '연소기(보일러)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에는 배관 설치가 완료된 상태에서 연소기를 제외한 시설에 대해 완성검사를 한다'는 관련법 상세 기준을 내세우며 책임을 면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60만∼80만원, 많게는 100만원에 달하는 보일러 설치비용 절감을 위해 무자격 보일러 시공이 전국적으로 난무하는 상황에서 제2의 강릉 펜션 참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설비 점검을 강화하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또 사건이 발생한 펜션에 가스를 공급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자의 부실 점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LP가스 공급업체가 연 1회 실시하도록 한 정기안전검사를 제대로 시행했는지, 점검 과정에서 사고 펜션의 보일러와 연통 등에 이상 유무는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연 1회 정기 안전검사 결과를 해당 지자체인 강릉시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지도 살피고 있다.

경찰은 "펜션 참사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광범위한 수사를 여러모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 펜션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학생 3명의 영결식은 지난 21일 엄수됐다.

부상 학생 7명 중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학생 1명은 지난 21일 퇴원했고, 나머지 학생 2명은 일반 병실로 옮겨서 치료 중이며 중환자실의 학생 2명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된 학생 2명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손상된 부분이 회복되고 있다고 펜션사고 수습대책본부는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