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쏘고 깜짝 통화까지... 문 대통령 "충성만 요구하지 않을 것"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 격려 방문... 쌍둥이 훈련병, 어머니와 화상 연결도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식판을 들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훈련병들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군 병력이 줄면 우리 안보가 약해진다, 맞나요?"
훈련병들 "아닙니다."
훈련병들 "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11시 45분께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 청와대 마크가 붙어 있는 야전 상의를 입은 문 대통령은 이날 훈련병을 포함해 200여 명의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점심 메뉴는 순두부 찌개와 무나물, 계란프라이 등이었다. 문 대통령이 선물로 준비한 치킨 200마리, 피자 200판도 함께였다. 기온은 -10도를 훌쩍 넘었다.
"단절감도 많지만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점심을 시작하기 전 문 대통령은 "저는 한창 더울 때 신병훈련을 받았는데 매일 옷이 흠뻑 땀에 젖고 온몸에 땀띠가 나서 고생했다"라며 "요즘 혹한기에는 기온이 낮아지면 바깥훈련을 안하는 걸로 규정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잘 지켜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기후가 아니더라도 신병 훈련 자체가 여러분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다"라며 "자신이 속했던 사회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고 한번도 겪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가 다 해낼 수 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이겨낸다"라며 "신병교육을 무사히 잘 마치는 것이 앞으로 자대생활을 할 때 아주 든든한 기초가 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새로운 상황을 겪을 때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라고 격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마도 단절감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지난 1975년 8월부터 1978년 2월까지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근무했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 제가 원하지 않았을 때에 마음의 준비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입대하게 돼 입대 자체가 막막했다"라며 "그래서 가족, 친구를 다 떠나서 혼자가 됐다는 단절감이나 고립감 같은 게 제일 어려웠다"라고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모바일이 사회의 일부가 돼 있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는 세대라 모바일로부터 차단됐다는 게 가져오는 단절감도 많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 아들이 입대했을 때 아내는 길거리에서 군복 입은 군인만 봐도 아들 같아서 그냥 눈물을 흘렸다"라며 "군복 입은 군인만 봐도 아들 같고, 형제 같고,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이 그리워하듯 여러분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여러분이 아주 귀한 존재라고 느껴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계들이 단절된 가운데 새롭게 동료들하고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게 참 중요한 것 같다"라며 "군대의 모든 훈련이 함께 해야 해낼 수 있으니까 군대 동료가 주는 유대, 전우애, 동료애, 우정이 힘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군대생활을 마친 지 40년도 지났지만 제가 공수부대 출신인데 제 동기들, 후배들, 선배들이 대선 과정에서 참 많이 도와줬다"라며 "유세할 때마다 다니면서 지지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안보자문단 활동도 같이 해주고, 경호에도 참여해줬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군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앞으로 그 어떤 관계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굳건해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관계들이다"라며 "자기 자신도 아끼고 동료들도 아껴주면서 남은 신병훈련 잘 마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만나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훈련병들과의 점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취사장을 방문해 급양관으로부터 취사장 현황을 청취했다. 특히 급양관이 쌀을 씻는 기계를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거기에 관심을 보이며 "전군에 보급됐나"라고 물었고, 급양관은 "전방부대에 보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취사병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취사병이나 급양관 경력이 사회생활로 이어지거나 경력으로도 인정받나?"라고 묻자 급양관은 "그렇다, 이론과 자격증 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여기서 제공하는 음식을 호텔 수준으로 해주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과의 대화를 위해 신병교육장으로 이동했다. 대통령이 들어서자 일부 훈련병들은 의자 위로 올라가 박수를 쳤고,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환영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훈련병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군대생활이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인데 그 시간에 국가의 안보를 위해, 우리 국민과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국가방위에 청춘을 바친다는 게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5사단은 우리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다"라며 "그 위치는 지금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최일선에 서야 하고 여러분이 굳건하게 안보를 지켜줄 때 남북관계도 더 발전할 수 없다"라며 "강력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화라든가 평화라든가 이런 게 아주 허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적의 침략을 막아서 우리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을 지키는 차원의 안보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도모하며 우리가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키워가고 그 평화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로 이어지게 하는, 이렇게 달라지는 안보의 최일선에 5사단이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 고지에서 (남북이) 서로 유해발굴를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남북한 군인이 서로 악수하고, 좀 있으면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들어간다"라며 "이것은 정말로 남북간의 평화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여러분에게 그냥 국가에 무조건 충성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라며 "여러분의 군생활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워지고 좋아질 수 있도록 사병 급여도 대폭 인상하고, 군복무기간도 단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외박도 위수지역을 벗어나 할 수 있게 됐고, 평일에도 외출을 허용해서 친구들, 동료들, 전우들간 회식도 PX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 피자집에서 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한꺼번에 다 허용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점차 업무 외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훈련병들과 함께 가수 홍진영과 영상통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이벤트'를 훈련병들에게 선물했다. 화상통화로 쌍둥이 훈련병과 어머니를, 한 훈련병과 여자친구를, 또다른 훈련병과 가수 홍진영씨를 연결해준 것이다.
사회를 맡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김태호·태훈 훈련병을 호명하면서 "두 분이 쌍둥이다, 가족들 중에 한명만 없어도 허전한데 동시에 둘 다 군대에 와서 어머니 마음이 많이 아프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훈련병 "어머니가 한 명 보내기도 벅찬데 두 명을 한꺼번에 보내느라 슬퍼 보였다."
고민정 부대변인 "따로 들어가는 방법은 없었나?"
김태호 훈련병 "따로 들어가는 거를 생각해봤는데 면회 올 때 한번에 오는 게 편할 것 같았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쌍둥이 훈련병과 어머니가 전화 연결됐다.
어머니 "아들은 잘 지내?"
김태훈 훈련병 "밥도 맛있고, 동기들도 다 착하고, 조교들도 다 좋아서 잘 지내. 우리가 보낸 편지 잘 받았어? 우리 둘 다 군대 보내느라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울먹임)"
중간에 쌍둥이 훈련병 어머니과의 통화에 나선 문 대통령은 "아들을 한 명만 보내도 어머니 맘이 아플텐데 금쪽같은 쌍둥이 두 명을 군대에 보냈으니 어머니 맘이 얼마나 애가 탈까 싶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시 쌍둥이 훈련병들과 어머니의 통화가 이어졌다.
김태훈 훈련병 "엄마, 우리 잘 있으니 걱정 말고 수료식 얼마 안남았으니까 그때 보자. 엄마 사랑해."
어머니 "아들 사랑해. 장병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세요."
한 훈련병도 화상통화로 여자친구와 연결됐고, 여자친구는 "사랑해, 빨리 보자"라고 애틋한 인사말을 건네 박수를 받았다. 이 훈련병은 "기다려줘서 고맙고, 아직 많이 남았지만 더 기다려줘"라고 부탁했다.
또다른 훈련병은 가수 홍진영씨와 10여 초 동안 통화하는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홍진영씨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국군 장병 여러분들 추위에 몸 상하지 않게 건강 챙기면서 나라 지켜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 안보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맞나? 군복무기간이 단축되고 군 병력이 줄면 우리 안보가 약해진다고 하는데 맞나?"라고 물었고, 훈련병들은 일제히 "아닙니다"라고 외쳤다.
최현숙 상사 "내년부터는 동계 패딩형 점퍼가 보급된다"
훈련병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으로 이동해 전투화와 전투용 장갑, 운동복 등 보급품을 직접 살펴봤다. 안내를 맡은 최현숙 상사는 "내년부터는 동계 패딩형 점퍼가 보급된다"라며 "보온성도 향상되고 경량화됐다"라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예산에 반영돼서 내년에 지급할 예정이다"라며 "원래는 저희가 (패당 1개당) 6만 원 정도로 산정했는데 품질이 좀 떨어져서 '제대로 된 걸 하자'고 해서 예산이 두 배 정도 소요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일단 내년 예산에는 70억 원 정도 반영돼 전방지역 등 격오지, 추운지방 위주로 지급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 예산 협의를 잘 해서 높은 품질의 패딩을 보급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병교육대 격려 방문이 모두 끝난 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 GP도 시찰했다. 이곳에서는 곧 본격적인 남북 유해발굴이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이행의 현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항구적 한반도 평화 정착 의지를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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