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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에도 새해가 밝았다

[NGO 인턴 체험기 2] 전북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를 다녀와서

등록|2019.01.03 18:28 수정|2019.01.03 18:28
경희대-씨티은행 NGO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이하 참여자치연대)에서 약 1달 반간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인턴 생활에서 느낀 점을 기록하고자 한다. - 기자 말
 

2019년 전북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전북시민사회단체는 오전 10시 한국전통문화의 전당 4층에서 2019기해년 신년하례회를 열었다. ⓒ 이재윤


하례회 준비를 맡은 참여자치연대는 신년사를 작성하고 참여 단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참여 단체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렸다. 관련 자료를 참가 인원 수대로 출력하여 철하고, 각종 공간, 식사, 행사 떡, 플랜카드 등을 주문했다.

1월 3일 오전 10시 민노총, 전국농민회, YMCA, 전북여성단체연합, 참여자치연대, 전북 민언련 등 전라북도 시민단체 34개의 단체가 한국 전통 문화의 전당에서 2019년 새해를 맞아 신년하례회를 열었다. 신년 하례회는 전북 단체들이 함께 모여 새해의 알찬 활동과 굳건한 연대를 다짐하는 자리로 매년 초에 열려왔다. 필자가 소속한 참여자치연대 역시 공간대여와 준비, 접수 등 전 과정에 두 발 벗고 참여했다.

한국 전통 문화의 전당 4층 교육관은 전북 곳곳에서 온 100여명의 시민활동가 및 고문들로 가득 붐볐다. 환경운동연합 이정현 간사의 능숙한 사회로 진행된 하례회는 고(故) 김용균 청년과 노동자들, 목숨을 잃은 다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행사의 운을 띄웠다. 이어 전라북도 시민사회 신년하례회 참가자 이름으로 '신년사'가 낭독되었다.

"연대를 굳건히 하여 삶에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길"

신년사에는 작년 활동 평가와 함께 올해의 활동 방향을 아울러 담는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가 서두에 붙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촛불 정신이 실현되기에 아직 먼 길을 앞두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위험의 외주화'와 고 김용균 청년의 죽음,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의 사고를 이어 언급했다. 이는 아직 노동자가 벼랑을 몰리는 사회를 지탄하고 '노동존중 사회'란 슬로건 실천과 김용균 법의 제대로 된 시행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다. 중소 상인들의 어려움, 미투 운동의 성과가 뒤를 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개혁 의지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요구가 차별받지 않고, 유권자의 표심이 그대로 국회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개혁'에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좀 더 깊고 넓은 연대를 호소하며 끝맺음했다.

축하 떡 자르기에 이어 각 단체 소개가 진행되었다. 각 단체 및 연합이 돌아가며 함께 신년 메시지와 덕담을 나눴다. 전국농민회는 통일농업교류 전라북도운동본부를 1월 9일자로 출범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 중 유독 눈에 띤 소개는 전북여성단체연합이었다.

조선희 공동대표는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최영미 시인의 '두려움을 넘어'를 낭송했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내가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그래야, 이 삐뚤어진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머뭇거리던 목소리들이 밖으로 나와/하나의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로 이어지고,/함성이 되어 벽을 무너뜨린다..." 잔잔한 음악에 맞춘 낭송이 끝나자 응원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소개를 마친 후 전체 기념촬영을 하고 장소를 옮겼다. 한국 전통 문화의 전당 공연장 1층에 입점한 '부뷤온'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가졌다. 메뉴는 새해를 맺은 기념으로 떡국이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노총전북본부, 전국농민회전북도연맹,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5.18구속부상자회 전북지부 이상 5곳이다. 신년사 전문도 함께 옮긴다.
 

단체 소개 중인 전북여성단체연합전북여성단체연합이 신년하례회에서 단체를 소개하고 있다. ⓒ 이재윤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아보면 2018년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민족의 평화와 번영의 길이 새롭게 열린 해입니다. 남과 북의 정상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 세계에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에 맞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킨 국민 촛불이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그 열망과 정신을 온전히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아있음을 또한 2018년 한해가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노동존중의 사회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산업현장에서는 가진 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위험의 외주화'로 죽음의 비극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점검을 하던 비정규직 24살 꽃다운 청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지역 중소상인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어려움은 날로 심각해지면서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벼락 갑질, 직원 폭행 등 재벌가의 엽기적인 갑질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미투운동'은 학교와 공공기관, 문화 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뿌리깊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면서 그동안 숨겨져 왔던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는 2019년을 희망의 해로 만들기 위해 먼저 정치가 시민들의 삶을 보둠을 수 있도록 선거제도개혁에 나설 것입니다. 특히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대어 우리지역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지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아 거대 기득권 정당들의 정치독접의 원인이 되어왔던 현행 선거제도를 여성, 청년, 노동자,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요구가 차별받지 않고, 유권자의 표심이 그대로 국회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개혁해 나갈 것입니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중소상인, 노동자, 농민 등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온당한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차별을 철폐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어 왔던 불공정과 부조리를 걷어내기 위해 함께 나설 것입니다.

우리는 올해가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어 통일의 실질적인 기반이 만들어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 안에서도 더 많은 소통과 연대로 차별과 소외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서로를 경청하며, 서로의 어깨가 서로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연대를 확장하고 더욱 굳건히 하여 일상의 삶에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이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도민 여러분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19년 1월 3일
전라북도 시민사회 신년하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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