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쓴데 대중가요는 달기만
힘겨운 세상 부디 살아남자고 하는 노래 많아지길
2018년 말 가슴 아픈 소식들이 이어졌다. 파인텍 노동자들의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이 12월 25일로 409일째를 맞으며 세계 최장기간 고공농성 기록을 돌파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또 어떤가.
세상은 살만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이들은 너무 서두르지 말라 한다. 하지만 누가 사람의 목숨과 밥줄 앞에서 기다리라 말할 자격이 있을까. 그 기다림은 누구를 위한 기다림일까.
'인부1'이 되는 삶, 사라져도 모르는 삶
서럽고 안타깝고 분한 죽음 소식이 이어질 때 몇 곡의 노래에 겨우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슬픔을 위로하는 노래는 많지만 채 다하지 못한 삶을 위로하는 노래는 적은 나라에서 그나마 몇 곡의 노래가 기억났다. 지난 1년 동안 싱어송라이터 유하의 노래 <인부 1>을 가끔 듣곤 했는데, 노동자들의 죽음과 목숨을 건 투쟁 앞에서 노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감해졌다.
인부가 너무 많아 '인부 1'이 되는 삶.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삶. 사라져도 모르는 삶. 그저 평범한 삶이 되고 싶은 삶. 뜨거워지는 눈이 언제쯤 식을지 모르는 삶. '혹시라도 혹시라도' 하는 가는 희망을 겨우 붙잡고서야 잠드는 삶. 이제 세상에 없고, 지금 굴뚝에 있는 삶. 굴뚝 아래 있어도 다르지 않은 삶이 너무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가게를 열든, 노동자가 되든 일을 해야만 먹고 산다. 누구나 아등바등 살지 않고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평범한 소원 하나 이루기가 이리도 어렵다. 공부하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렵고, 가게를 열기 어렵다. 계속 일하기 어렵고, 결혼하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모두 어렵다. 사람답게 사는 일부터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렵다
너무 어려워서 오히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굳이 고통을 꺼내서 곱씹고 싶지 않은 것일까. 일하는 고통, 살아가는 고통은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말한다.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는 민중가요, 노동가요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가 더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래를 부르는 이는 드물다. 노동자로 살기보다 소비자로 살고 싶은 나라, 시민으로 살고 싶은 나라에서 일하는 고통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쓰는 이야기일 뿐, 좀처럼 노래가 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노동과 노래의 거리는 노동자와 행복의 거리보다 멀다. 노래는 낭만과 아름다움과 환상을 보여주어야 하고, 위로나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고통과 어려움을 드러내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가 쉽지 않다. 물론 현실의 고통이 너무 크고 막막해서 감히 노래하거나 들을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사회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를 노래하면 국가권력의 탄압을 받은 역사가 길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노래가 되지 못한다. 삶이 노래가 되어 되새기거나 곱씹어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디어클라우드의 노래 <사라지지 말아요>는 세상 온통 혼자인 것 같은 마음을 아릿하게 감싼다.이 힘겨운 세상 부디 살아남자고 노래한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렵다. 이제는 우리가 힘든 이유가 자신 때문만은 아니라고, 이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숲이 되어 나무인 서로를 지키자는 노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의 손을 맞잡는 배려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용기를 담은 노래가 늘어나기를.
세상은 살만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이들은 너무 서두르지 말라 한다. 하지만 누가 사람의 목숨과 밥줄 앞에서 기다리라 말할 자격이 있을까. 그 기다림은 누구를 위한 기다림일까.
서럽고 안타깝고 분한 죽음 소식이 이어질 때 몇 곡의 노래에 겨우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슬픔을 위로하는 노래는 많지만 채 다하지 못한 삶을 위로하는 노래는 적은 나라에서 그나마 몇 곡의 노래가 기억났다. 지난 1년 동안 싱어송라이터 유하의 노래 <인부 1>을 가끔 듣곤 했는데, 노동자들의 죽음과 목숨을 건 투쟁 앞에서 노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감해졌다.
▲ 유하 [젊은이] 2017 ⓒ 참여사회
나는 인부 1이에요 / 소금밭, 공사장 /
길거리 어디에든 쉽게 있어요 사라져도
모를 일이죠 / 다리들과 제법 친하구요 심연으로 가라앉더라도 /
오르는 것에 익숙하지요 / 오르는 것에 익숙하지요
올라갈 수는 있지만요 / 머무를 수는
없었어요 누군가 노래하던 것처럼 / 평범한 사람이고 싶어요 오늘도 뜨거워지는 /
나의 눈은 언제쯤 식을까 아무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다 / 지쳐 잠들겠지
몇 시간 후면 / 다시 일어나 씻어야 하는
나인 걸 그래도 눈을 감자 감아보자 /
혹시라도 혹시라도
- 유하 <인부 1> 중에서
인부가 너무 많아 '인부 1'이 되는 삶.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삶. 사라져도 모르는 삶. 그저 평범한 삶이 되고 싶은 삶. 뜨거워지는 눈이 언제쯤 식을지 모르는 삶. '혹시라도 혹시라도' 하는 가는 희망을 겨우 붙잡고서야 잠드는 삶. 이제 세상에 없고, 지금 굴뚝에 있는 삶. 굴뚝 아래 있어도 다르지 않은 삶이 너무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가게를 열든, 노동자가 되든 일을 해야만 먹고 산다. 누구나 아등바등 살지 않고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평범한 소원 하나 이루기가 이리도 어렵다. 공부하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렵고, 가게를 열기 어렵다. 계속 일하기 어렵고, 결혼하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모두 어렵다. 사람답게 사는 일부터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렵다
너무 어려워서 오히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굳이 고통을 꺼내서 곱씹고 싶지 않은 것일까. 일하는 고통, 살아가는 고통은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말한다.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는 민중가요, 노동가요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가 더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래를 부르는 이는 드물다. 노동자로 살기보다 소비자로 살고 싶은 나라, 시민으로 살고 싶은 나라에서 일하는 고통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쓰는 이야기일 뿐, 좀처럼 노래가 되지 않는다.
▲ 디어클라우드 [Take The Air] 2010 ⓒ 참여사회
무엇이 그댈 아프게 하고 무엇이 그댈
괴롭게 해서 아름다운 마음이 캄캄한
어둠이 되어 앞을 가리게 해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 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 디어클라우드 <사라지지 말아요> 중에서
이 나라에서 노동과 노래의 거리는 노동자와 행복의 거리보다 멀다. 노래는 낭만과 아름다움과 환상을 보여주어야 하고, 위로나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고통과 어려움을 드러내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가 쉽지 않다. 물론 현실의 고통이 너무 크고 막막해서 감히 노래하거나 들을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사회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를 노래하면 국가권력의 탄압을 받은 역사가 길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노래가 되지 못한다. 삶이 노래가 되어 되새기거나 곱씹어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디어클라우드의 노래 <사라지지 말아요>는 세상 온통 혼자인 것 같은 마음을 아릿하게 감싼다.이 힘겨운 세상 부디 살아남자고 노래한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렵다. 이제는 우리가 힘든 이유가 자신 때문만은 아니라고, 이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숲이 되어 나무인 서로를 지키자는 노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의 손을 맞잡는 배려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용기를 담은 노래가 늘어나기를.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서정민갑님은 대중음악의견가입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고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2월 합본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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