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양승태, 검찰 포토라인 무시하고 대법원으로
11일 검찰 출석 전 대법원에서 입장 발표 추진... 대법원 "논의된 바 없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 소환조사에 앞서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사실상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이 여전히 특권의식을 가졌으며, 법원 조직을 향해 '조직 보호'의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에 앞서 오전 9시경 대법원에서 검찰 조사 관련 소회와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소를 대법원으로 선정한 이유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단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좋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거물급 인사가 검찰에 소환되는 경우, 상당수의 경호인력이 배치되고 경비가 강화된다. 시위대와 충돌을 고려했다면 서울중앙지검 내부만큼 안전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전에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결국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문'을 읽었다.
이러한 양 전 대법원장의 행보는 결국 검찰 수사를 향한 노골적 불만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출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여전한 특권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대법원을 택한 건 법원 내부의 조직 보호 논리를 자극해서 검찰과 대립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실제로 '대법원 입장발표'를 강행할 경우 당일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인근에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검찰청 안팎에서 피의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경호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법원이 따로 나서서 경호와 경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법조출입기자는 이와 관련해 "검찰 포토라인은 피의자들이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언론이 마련하는 것인데 굳이 따로 대법원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과거 전두환의 '골목성명'처럼 뭔가 의도하는 게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입장발표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대법원과 진행된 협의는 없다"라며 "청사 안에서 진행하려면 대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상태에서는 대법원 밖에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