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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홈런 100타점 타자가 FA 미아? MLB에서는 무슨 일이...

[MLB] 같은 듯 다른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FA 시장, 거물급 FA 줄줄이 미계약

등록|2019.01.22 09:18 수정|2019.01.22 09:18
KBO리그에서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22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고 그 중 15명이 FA를 신청했다(신규10, 재자격4, 자격유지1). 작년 시즌 활약은 저마다 다르지만 프로 입단 후 최소 8년의 시간을 1군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내심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따뜻한 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거물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FA 선수들이 맞은 현실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양의지(NC 다이노스)가 4년 125억, 최정이 6년 106억, 이재원(이상 SK 와이번스)이 4년 69억 원으로 대박을 터트렸을 뿐,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직 올 시즌 활약할 소속팀이 정해지지 않았다. 작년 11월 일찌감치 3년 2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NC의 모창민과 LG 트윈스의 2년 계약(25억) 제안을 받아들인 박용택이 상대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하지만 FA 선수들의 늦은 계약은 비단 KBO리그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시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가 다가올 수록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이 대형 FA들만 대형 계약을 따내고 노장 선수들이 홀대 받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졌다면 메이저리그는 오히려 대형 FA들이 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슈퍼스타지만… 리스크가 너무 큰 하퍼와 마차도
 

▲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오른쪽)가 2018년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제89회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홈런더비 결승에서 19번째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 지으며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수년 전부터 거포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가 FA자격을 얻기만을 기다렸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한 하퍼는 지난 2015 시즌 홈런(42개), 득점(118점), 출루율(.460), 장타율(.649) 1위에 오르며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MVP에 등극했다. 당시 하퍼의 나이는 고작 만22세였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과 함께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강타자로 군림할 거라는 야구팬들의 예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MVP에 선정된 이듬 해 타율이 .243로 추락한 하퍼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기복을 끝내 줄이지 못했다. 하퍼는 FA를 앞둔 작년 시즌에도 34홈런 100타점을 기록하고도 타율이 .249에 그치며 'FA로이드'를 맞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퍼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하퍼에게 계약기간 10년에 총액 3억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이상을 베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하퍼가 30홈런 100타점을 보장하는 20대 중반의 젊은 외야수라 하더라도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현재 FA시장의 '큰 손'을 자처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하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라이언 하워드에게 크게 데였던 필라델피아가 또 한 번 하퍼에게 모험을 던질지는 미지수다.

작년 시즌 중반 LA다저스로 이적해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매니 마차도 역시 내야수 중 단연 최대어로 꼽힌다. 올스타 4회 출전과 골드 글러브 2회 수상에 빛나는 마차도는 4년 연속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던 공수를 겸비한 내야수다. 2017년까진 주로 3루수로 활약했지만 작년 시즌엔 유격수로 변신해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게다가 하퍼와 같은 만 25세의 젊은 선수라 미래 가치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마차도는 빅리그 데뷔 후 한 번도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고 통산 출루율도 .335에 불과하다. 3번의 가을야구에서 타율 .213로 약했던 것도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 '악의 제국' 재건을 선언한 뉴욕 양키스와 협상을 벌였지만 양키스는 또 다른 FA 내야수 DJ 르메이유를 영입하며 발을 뺐다. 마차도가 대형 스타인 것은 분명하지만 팀의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최연소 300세이브 킴브럴, 원소속팀 보스턴에 백기투항?

메이저리그의 대형 FA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투수 쪽도 마찬가지다. 2015년 20승을 따내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좌완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은 이번 FA시장에서 최고의 선발 자원으로 꼽힌다. 2017년 저스틴 벌렌더, 작년 게릿 콜이 차례로 입단하면서 팀 내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 5년 동안 67승을 따낸 좌완 투수는 결코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에서 선발 보강을 원하는 팀들은 대부분 투수 영입을 마쳤다. 워싱턴은 패트릭 코빈을 6년 1억4000만 달러에 영입했고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는 '가을야구의 영웅' 네이선 이볼디를 4년 6750만 달러에 붙잡았다. 여기에 시애틀 매리너스마저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를 영입하면서 FA 시장에서 카이클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었다. 일각에서는 카이클이 단년 계약으로 'FA 재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작년 시즌 정규리그 42세이브, 가을야구 6세이브를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마무리 크렉 킴브럴도 보스턴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다. 만 29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300세이브를 기록한 킴브럴은 데뷔 시즌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30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부상만 없다면 마리아노 리베라의 652세이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4+1년 최대 5500만 달러의 노예계약(?)을 맺었던 킴브럴은 이번 만큼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이닝 마무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킴브럴에게 선뜻 장기계약을 제시하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CBS 스포츠 등 현지 언론에서는 킴브럴이 보스턴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작년 11월 다저스에서 제시한 1790만 달러의 1년 짜리 계약을 수락했다. 당시 일부 야구 팬들은 작년 시즌 멋지게 부활한 류현진이 FA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빅리그를 좌지우지하던 대형 FA들조차 쉽게 FA 계약을 따내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200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류현진의 선택은 꽤나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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