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핵 순례자들의 서명하는 천1월 21일 참가자 서명에 강우일 제주교구장도 참가했다. ⓒ 김광철
1월 21일까지 345일 간 6233.5km에 이르는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길'이 이어졌다. 강원대 성원기 교수가 중심이 되어 2013년 6월부터 1년에 두 차례씩 6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이어져 왔다. 이번 탈핵 순례길은 예년과 달리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걷고 있다.
지난해 남북미 정상 회담을 지켜보면서 크게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하여 4.3평화공원을 들르고, 제주의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아 12일 간의 제주 일정을 마치고 영광핵발전소로 향한다. 그 후 전주, 천안, 광화문 등을 거쳐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탈핵 순례길이다.
▲ 애월리를 순례하는 탈핵 순례단애월성당에서 서로 소개를 마치고 순례길에 나선 탈핵 순례단 ⓒ 김광철
이들 탈핵 순례단이 제주시 애월에 도착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탈핵 순례길에 동참했다. 강우일 제주 교구장이 탈핵 순례에 합류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에 제주교구 소속의 사제, 신자 등 더 많은 천주교 관계자들이 순례길에 나섰다.
▲ 탈핵 순례길에는어린이들도 참가했다엄마와 함께 참가한 한림성당 소속의 어린이 ⓒ 김광철
탈핵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성원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삼척 핵발전소 추진 계획에 맞서 싸워왔다. 성원기 교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당시 삼척성당의 박홍표 신부와 시민들과 함께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위원회를 꾸리고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이끌어 왔다.
이런 노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양호 반핵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켜 삼척의 탈핵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성원기 교수는 탈핵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2013년 6월부터 탈핵 순례길 위에 나섰다.
2013년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강우일 주교는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를 내어 정부 당국을 향하여 "개인들의 성찰과 결단을 토대로 적극적인 탈핵 정책을 수립하여,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라고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의 탈핵 운동에 앞장섰던 강주교가 탈핵 순례길에 나선 천주교 신자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 강우일 제주 교구장과의 면담1월 10일 오후 교구장 칩무실에서 만나 탈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탈핵희망국도도보순례단의 성원기 단장 등 ⓒ 김광철
성원기 교수는 "지금까지 6년 동안 탈핵 순례를 다니면서 그 많은 성당에서 잠자리를 구하고, 많은 신부와 수녀님들이 함께 나서 주셨지만 주교님이 직접 나서주신 것은 처음이다"라면서 반겼다.
▲ 탈핵 순례길에 나선 강우일 천주교 제주 교구장사진의 가운데 서서 걷고 있는 털모자를 쓴 사람 ⓒ 김광철
이날 제주 지역 탈핵 순례길에 나섰던 강우일 주교와 탈핵 관련하여 몇 가지 현안들에 대하여 들어 보았다.
- 연세도 높고, 교구 일 등으로 바쁘고 힘드실 텐데, 어떻게 탈핵 순례길에 나오게 되셨습니까?
"탈핵의 문제에 대한 주교회의의 의견은 '지역 사람들의 문제이면서 국민들의 문제이다. 방사능은 국경도 상관 없이 모든 나라를 힘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것이 당연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많은 생각을 하고, 논의를 하면서 탈핵을 위한 책자도 펴 내는 등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성원기 교수가 이렇게 탈핵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걷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연대를 하기 위하여 나선 것이다."
- 오늘 아침 한림성당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니 "생태 영성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는 교구장님께서 2019 사목교서로 내리신 것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주제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까?
"제주교구에서는 3년째 생태 운동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3관왕 제주가 자연이 잘 보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근래에 들어 이 아름다운 자연이 개발과 광관 등으로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이 자연을 망가뜨리는 정책에 대하여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해서 이런 운동을 하게 되었다."
- 지난해에는 남북미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지만 요즘 좀 삐걱거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그리고 이번 탈핵 순례길에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핵무기와 핵발전의 폐기 문제를 외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전 세계의 탈핵은 강대국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잘 풀릴 것으로 본다. 미국의 역할과 인식이 중요한데, 미국은 선민의식, 세계 경찰국으로서의 신념 등은 보수든 진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옛날처럼 냉전적 사고의 틀을 갖고 보면 안 된다. 미국도 대중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수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지만 미국 전체 흐름으로 보아서는 계속 국가주의적 편협한 국가관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 지금 우리 인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하여 많은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 국민들이나 인류의 삶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실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한없는 소비주의 풍조는 100년도 안 되는 역사 속에서 만연되어 왔다. 이런 습성을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과감하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지구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면 이런 것을 계기로 하여 더욱 깨달아야 한다.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풀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갈수록 지속가능성은 악화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면 풍선효과와 같이 어는 한 쪽은 또 망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과소비 지향적이고 안락한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정말 우리의 미래는 없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런 풍조를 바꿔내기 위하여 큰 각성이 있어야 한다."
▲ 애월성당에서의 참가자 소개 몯임점심 시간 직적 강우일 주교가 참석하고 생명 평화 춤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서로 소개하고 있다. ⓒ 김광철
탈핵 순례를 마치면 늘 해 오던 방식대로 이날도 '순례 나눔'을 통하여 탈핵 순례 참가자들이 순례길에서 느낀 소감이나, 순례 방식의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순례 참가자들 각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강우일 주교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오늘 순례길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서 핵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도 여러 차례 찾았다. 국적을 떠나서 후쿠시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주류 신문, 방송 등이 현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반대하는 기사화를 하고, 꼬투리를 잡아 탈핵을 재고하게 하려는데, 이는 대자본인 기업들이 부추기고 있다. 그 세력들이 엄청나서 이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다. 그렇지만 탈핵에 헌신하는 마음들이 크고 전국적으로 연대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하느님께서는 이 분들의 정성을 돌봐주실 것이라 믿는다."
이 순례 나눔 시간, 광양에서 참가한 박보영 전 초등학교 교장은 강우일 주교의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순례 참가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은 개개인의 이득을 따지며 대안과 시기를 가늠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를 위해 당장 결단해야 합니다.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당장의 풍요로움과 만족하는 성경 속 어리석은 부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됩니다."
▲ 환영 나온 정난주성당 소속 신자들이들은 보리빵과 차를 준비하고 탈핵 순례단의 방문을 박수로 맞이했다. ⓒ 김광철
이날 탈핵 순례길에는 강우일 주교 외에 문창우 주교, 한림성당을 중심으로 제주교구의 성직자와 신도들, 환영 나온 정난주성당의 신자, 삼척, 서울, 대전, 김해, 전주, 광양 등에서 온 순례자 등 70여 명이 순례길을 이었다. 이날은 제주 지역 한림성당과 정난주성당에서 잠자리와 식사, 간식 등을 제공하여 탈핵 순례자들을 응원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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