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23일 법원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4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갔다. 지난 검찰 출석 때도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쳤던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과 그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마이크를 가져다대는 기자를 손으로 밀쳐내기도 했다.

-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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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어떤 부분을 다툴 예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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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 수사와 마찬가지로 전직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법원이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곧바로 수감된다. 헌정 사상 최초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 사례가 되는 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23일 늦은 밤 혹은 24일 이른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새롭게 임명된 인물이다(이후 임민성 부장판사까지 추가).

영장전담 판사를 추가할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재판부의 업무과중"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기존 세 명(박범석·이언학·허경호)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장전담 판사를 늘린 후 법원행정처, 김앤장 등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선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박주성·단성한 특수1부부장과 조상원 특3부부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박 부부장과 조 부부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도 진행했다.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수사팀은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 법관 사찰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 헌법재판소 비밀 누설 ▲ 법원행정처 비자금 등 개별 혐의만 40여 개를 적용했다.

수사팀이 확보한 핵심 증거는 ▲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 물의 야기 법관 문건(판사 블랙리스트) ▲ 이규진 수첩(헌법재판소 비밀누설) ▲ 행정처 문건 '대법원장 격려금' 적시(법원행정처 비자금) 등 크게 네 가지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핵심 혐의에 있어 단순히 아랫선에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걸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나 자정을 넘겨 24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법원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 전 대법관이 대기할 장소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서울구치소나 서울동부구치소 등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고, 서울중앙지검이나 법원이 지정한 특정 장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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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 전 대법원장에 앞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앞서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 전 처장을 상대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박 전 처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박 전 처장의 영장실질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허 부장판사가 박 전 처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 부장판사는 박 전 처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여러 차례 적시된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배석판사(2011~2012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