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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바뀌는 영화 결말이라니... 입이 떡 벌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혁신적인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등록|2019.01.25 15:18 수정|2020.10.21 17:07

▲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포스터. ⓒ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는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등과 함께 넷플릭스 전성시대를 열어젖히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작품이다. 시즌 4까지 나온 지금, 시즌 1, 2는 영국 channel 4를 통해 방영됐으며 시즌 3, 4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됐다.

이 작품은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SF 옴니버니 드라마 시리즈다. 시즌 3의 네 번째와 시즌 4의 첫 번째가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에미상 TV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2011년 처음 공개된 <블랙 미러>는 지난 2017년 시즌4를 공개했으며 빠르면 올해 혹은 내년 시즌5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 사이 길었던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일까. 시즌 2, 3 사이였던 2014년 말 크리스마스 스페셜 편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화를 공개했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그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드라마 <블랙 미러>를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블랙 미러> 시리즈가 애초에 옴니버스식으로 서로 연관 없는 단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드라마 <블랙 미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린 프로그래머의 게임화 작업
 

▲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때는 1984년 6월 미국.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사는 어린 프로그래머 스테판 버틀러는 제롬 F. 데이비스라는 작가가 쓴 인터랙티브 판타지 게임 소설 <밴더스내치>를 게임화하고자 한다. 그는 잘 나가는 신흥 게임회사 터커 소프트를 찾아간다.

사장 모함 터커와 현존 최고의 프로그래머이자 터커 소프트 수석 프로그래머 콜린 리트먼을 만나 자신의 뜻을 전하는 스테판. 그들은 이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게임에 관심을 갖고 그 자리에서 게임화를 수락한다.

스테판은 "이 방대하고 촘촘한 스토리가 모조리 머릿속에 있다"며 혼자서 작업을 완료해 납기일에 맞추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도 어린 시절 엄마와 관련된 충격적 기억으로 상담을 받기도 한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던 어느날, 스테판은 길에서 콜린을 만나 그의 집으로 함께 간다. 콜린은 스테판에게 "작업이 더 잘 될 것"이라며 마약을 권한다. 그리고 콜린은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음식에 약을 넣고 사람들을 감시한다' 등.

이후 스테판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다고 믿게 되며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담사가 주는 약, 아버지가 잠가놓은 문. 그런가 하면 작업 도중 자신도 모르게 컴퓨터를 부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혁신적 '인터랙티브' 콘텐츠
 

▲ 시청자가 영화의 주요 길목에서 직접 선택한다는 '인터랙티브' 방식, 정녕 신선하고 혁신적이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뉠 게 분명하다. 우선 영화 내적으론 볼 만한 것도 생각할 만한 것도 없다. 스토리, 사건, 캐릭터 그 어느 면에서도 봐줄 만한 게 없다. 완전히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지극히 실험적인 이벤트성 영화다. 이 사실을 반드시 숙지하고 영화를 봐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넷플릭스'를 통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영화가 초점을 맞춘 건 '인터랙티브'다. 영화의 외적 방식과 내적 주제 모두와 관련이 있다. 영화 속 주요 소재인 게임북 '밴더스 내치'의 게임화와 일맥상통하는데, 제공자인 넷플릭스와 사용자인 시청자들의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다. 즉, 사용자의 직접적인 참여 선택에 따라 영화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바뀌며 자연스레 결말까지 바뀐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어릴 때 종종 했던 인터랙티브 게임북이나 "그래, 결심했어"로 유명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TV인생극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용자가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창작자와 제작자의 전유물이었던, '신'이 되는 경험을 사용자도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들
 

▲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이 영화를 스토리나 연출이 아닌, 외적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면 일찍이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우린 영화 콘텐츠 방식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콜린의 말 중에서,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는 제안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상당한 철학을 함유하고 있는 명제이기도 하다.

이 모든 철학, 과학, 정치적 질문을 현대로 옮기면 드라마 <블랙 미러>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인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삶은 미디어에 의해 지배 당하고 정보기술은 수많은 선택지를 우리에게 주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반석 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험적이지만, 이벤트성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 영화는 명확한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평균 러닝타임은 90여 분이고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될 수도 있고 두 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제공된 총 러닝타임은 다섯 시간이 넘는다. 공식적인 엔딩만 다섯 가지로 알려져 있으며, 비공식적 엔딩은 열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필자는 외적 방식에 한껏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았고 60% 정도 만족을 했다. 최초의 엔딩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보았는데, 중간의 중요 분기점으로부터 다양하게 퍼지는 내용과 결말을 몇 개 더 보는 데도 몇 십 분 정도 걸렸을 뿐이다. 짧고 굵게 신선한 경험을 해보았는데 전혀 후회는 없고 앞으로 보다 괜찮은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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