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시대, 유튜브만 잘못인가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 "언론인들 각성 필요... 이 정도면 가짜뉴스 규제해야"
▲ 23일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한국 언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MBC
"가짜뉴스가 대중에게 먹혀들어 가는 걸 보면 심각합니다. 진짜뉴스가 '솔직'하지만 가짜뉴스만큼 '솔깃'하지는 않거든요.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론장을 파괴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합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학계에서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다시 하자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리는 있지만 한국 언론학계에 너무 자유주의자가 많은 것 같아요."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23일 MBC 표준FM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한국 언론의 신뢰가 추락한 원인과 최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는 가짜뉴스의 문제 등을 짚어봤다. 그는 특정 사안을 보도할 때 언론사마다 논조가 정반대인 현상을 두고 "정권에 따라 언론들이 공수교대가 이뤄지면서 진영논리가 작동하는 건데 이는 우리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보도하는 잘못된 관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져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게 된 데는 기성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성언론 중에도 가짜뉴스의 생산자인 동시에 전파자인 곳도 많고 사이비 매체처럼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짜뉴스를 막을 대안으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접하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원장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전적 미디어 이론에 얽매여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악의적 왜곡보도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돈 안 들이고도 쉽게 1인 매체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그것이 오히려 여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여론의 양극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중도 언론의 입지가 매우 좁습니다. 내용이 극단적이어야 충성도 높은 독자와 시청자를 모을 수 있으니까 잘 나가는 유튜버들은 거의 다 양 극단에 포진해 있습니다. 객관주의와 중립은 언론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데 그것을 우습게 아는 매체일수록 팬덤이 생기고 돈이 되니까 사이비 언론이 창궐하는 겁니다."
이 원장은 언론이 망가진 이유로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자체비평을 하고 있지만 위원들이 언론사와 똑같은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돼 자화자찬을 하거나 지엽적인 걸 지적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의 <가디언>은 매주 미디어 섹션을 만들어 사이비 보수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과 달리 우리 기성언론들은 동업자의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언론이라는 공룡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공룡인 언론밖에 없다"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비영리 대안매체인 <단비뉴스>가 '한국 언론을 망친 사람들'을 연재하는 등 기성언론이 못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끊임없는 유혹과 압박 속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언론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되고 개개인의 각성과 노력을 바탕으로 집단의지를 표출하고 집단행동도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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