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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CJ대한통운 노조 기획 탄압"

노조 인정 요구하며 139일째 농성... CJ대한통운 "우리가 관여할 사안 아니야"

등록|2019.01.26 21:07 수정|2019.01.26 21:07
 

▲ 26일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기획 탄압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 정대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139일째(26일 기준)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노조를 기획 탄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택배노조는 서울 중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노동조합 기획 탄압 CJ대한통운 규탄대회'를 열고 "CJ대한통운은 그동안 블랙리스트 작성과 노조탈퇴 종용, 공격적 직장폐쇄 등 온갖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로 노조를 탄압했다"라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창원지역 대리점장을 모아 놓고 (택배)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등 노조 탄압을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노조원과 대리점장 대화가 기획탄압의 증거"

택배노조가 기획노조 탄압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노조 조합원들과 대리점장이 나눈 대화.

노조원: "이OO (CJ대한통운 동부지원팀장)지시한 걸 알고 있다...(중략)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게 뭐냐."
대리점장: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게 조금 전에 이야기 했잖아. (택배 물량)남기는 거 없이 다 해결해라. 지점에서도 지원할 테니까. 지점에서 지원한다는 게 이OO자기가 지원해주겠다 이야기다."
노조원: "그럼, 끝까지 가보자 이기네. 이OO도 끝까지 간다면 우리도 끝까지 간다. 우리는 해결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이제 와서 물건 하차 낮 12시 30분에 하라. 뭐뭐 물건 끝까지 받고 나가라. 이런 말 아닌가 지점에서 하는 말은."
대리점장 : "노조는 활동이라면서 다하고 있는데, 도대체 대리점 뭐하고 있냐. 노조가 노리고 있는 게 뭡니까. 뭔데요. 대리점 없애자는 겁니다. 이 이야기에요."

노조원: "누가?"
대리점장: "이OO가. 그러니까 우짜라는. 그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난 잘 몰라. 근데 누군가는 활로를 모색하고 끝을 맺어져야 하잖아요."
노조원: "김해처럼 그런 것도 나오겠네."
대리점장: "김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OO가 김해를 예를 들었어"


택배노조는 이아무개 동부지원팀장이 제시한 김해사례가 노조활동에 따른 부당해고라고 보고 있다. 이 팀장이 이 사례를 들어 '강경대응'을 지시한 것이 결국 노조기획탄압이라는 주장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8년 1월 22일 경상남도 김해지역 택배연대노조 소속 김아무개 조합원은 김해터미널 관동대리점장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고용노동청의 중재로 같은 해 2월 13일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1년간 일을 한다는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택배노조는 계약이 안 지켜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12월 김아무개 조합원은 다시 관동대리점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것. 김아무개 조합원은 대리점주에게 계약해지를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이때도 계약해지 통보에 CJ대한통운 이아무개 동부지원팀이 개입했고, 노조활동을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황성웅 경남지부장은 "기획 탄압에 가담한 지원팀장이 다른 지역까지 방문해 똑같이 (택배노조) 조합원을 해고하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CJ대한통운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개인적 일탈이면, 지원팀장을 징계해야 하는데, 왜 (징계하지 않고) 엄호하고 숨기냐"고 반박했다.

두 번 해고통지를 받은 당사자인 김아무개 조합원은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을 해왔는데, (녹취 내용을 확인하고) 이OO 팀장이 앞에선 웃으면서, 뒤에선 어떻게 노조를 깰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유령단체를 만들어 노-노갈등을 일으키고 노조 탄압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CJ(대한통운)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당사는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계약 관계 관여할 수 없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주장에 반박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해당 녹취록은 일부 고객상품 배송지연 관련 배송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는 대리점과 택배 기사 간 계약관계에 관여할 수 없으며, 해당 계약만료 건은 택배 기사에 의한 폭행사건이 발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택배노조는 5차례 설립신고서 보완 끝에 지난 2017년 노조설립필증을 받았다. 택배노조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장시간 노동문제를 해결하자며 국내 1위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노조인정과 함께 분류작업 개선, 다회전배송 철회, 위탁대리점 관리 개선, 표준 계약서 도입, 수수료 가이드 마련 등을 내세우고 있다.
 

▲ 26일, 서울 중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가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집회를 열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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