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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하다고 없어질 장소가 아닙니다"

[인터뷰] 서울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으로 쫓겨나는 세입자

등록|2019.01.29 07:58 수정|2019.01.29 07:58

▲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세운재개발 3구역 ⓒ 경실련


딱 10년 전 용산참사 현장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1월 11일 인터뷰를 위해 청계천 관수교 앞 농성장을 찾아갔을 때 P사장이 보여주신 세운재개발 3구역 현장을 보는 순간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올해가 용산참사 10주기입니다. 재개발 문제로 인해 소중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도 또 다시 대책 없이 재개발로 수많은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으로 청계천에서 60년 넘게 장사하던 상인들이 터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청계천에서 25년간 장사하다 쫓겨나신 P사장과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강문원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다 물 건너 간 거 같아요"

-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P사장: "3구역을 기준으로 2006년도에 시행사가 집주인들과 계약을 했어요. 원래는 여기에 관광객들 대상으로 호텔을 지으려고 했대요. 그런데 중국인들 한국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투자자가 안 나타나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에요. 작년 3월 투자자가 나타났고 그때부터 상인들 나가라고 압박을 시작한 거죠.

시행사가 2006년 계약금 주고, 작년 4월에 중도금 60% 주고, 나머지 30%는 세입자 다 내보내면 주겠다고 나온거에요. 재개발지역에서 영업보상비를 4개월치 주게 돼 있어요. 원래는 2개월이었는데 용산참사 나고 4개월로 됐지요.

시행사에서는 땅갑 많이 쳐줄 테니까 지주들에게 세입자는 알아서 내보내라고 했는데, 안 나가니까 시행사가 재촉하다가 당신들이 못하겠으면 우리가 하겠다하고 나선 거에요. 이 사람들은 이런 거 전문이거든요. 5억 5천까지 소송을 걸어요. 마지막에는 월세를 100% 올리더라고요. 심지어는 10월달에 월세를 올리면서 지나간 달 7, 8, 9월까지도 100% 올려가지고 달라고 하고 그래요. 엄청난 압박과 심리적 부담이죠. 그래서 싸우다 싸우다 안 되니까 보상 받고 다 쫓겨난거죠."

- 대체부지는 있나요? 이주하신 분들은 주로 어디로 가셨나요?
P사장: "대체부지는 없고, 일부는 아예 폐업하신 분들이 있고, 일부는 저처럼 청계천을 떠난 사람, 나머지 분들은 작년 4월 2구역 빈 가게들로 들어갔어요. 2구역은 바로 앞에 종묘공원이 있어서 제일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고도가 16층밖에 안되거든요.

그런데 또 그 와중에 2구역들이 원래 경기가 어렵다보니 빈 가게가 많았는데 2구역으로 서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권리금이 생기는 상황이에요. 저도 25년 여기서 기계판매업으로 장사했는데, 당분간 다른 가게 창고에 있다가 2월 중순쯤 경기도로 떠날거에요."

- 세입자 대책이나 이주비, 보상 등은 어떻게 된 건가요?
P사장: "영업보상비 4개월치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원래 3구역 전체 개발을 하면 3-2구역에 대체건물을 주기로 했었어요. 그게 시행사의 세입자 대책안이었어요. 구청에서 인허가를 받으려면 세입자 대책안을 세워야 인허가를 받을 수 있거든요.

도로 15m를 기부체납하고 그 안에 대체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 임시 컨테이너 설치해서 장사해주게끔 한다고 했는데 시행사에서 꼼수를 부려 3-1, 4, 5만 부분개발 먼저하는 식으로 하면서 전체 개발이 아니라 부분 개발이라 대체건물 지어줄 필요가 없다고 나오고 있어요. 부분개발은 대체부지를 안 해줘도 된대요. 전체 개발 할 거면서 단지 시간차인데 전체 개발이 아니라 부분개발이라 안 해줘도 된다는 거에요. 우선분양권도 해준다고 했는데, 컨테이너도 그렇고 다 물 건너 간 거 같아요."

"그냥 암울하고 무섭죠"
 

▲ 현재 소송이 3억 걸려있어서 얼굴과 실명이 나가면 안 된다고 하신 P사장 ⓒ 경실련


- 지금 심정이 어떠신지요?
P사장: "심정이라는 건 말로 표현 못하지만 그냥 암울하고 무섭죠. 제가 지금 나이가 53세인데, 53세에 지방으로 가서 뭔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해서 먹고는 살아야 되는데 무서운 거죠. 앞이 깜깜하잖아요. 여기서 25년 생활했고, 저는 전국에서 오는 손님들 상대로 물건을 구색을 다 갖춰놓고 장사했는데, 지방으로 가면 지금 물건 4/5는 지방에서는 못 팔아요.

청계천 영업생태계는 도매, 소매 다 톱니바퀴 굴러가듯 박자가 맞춰져 있어요. 협업이 잘 된다는 게 청계천의 특성인데, 이쪽에 와서 깎기도 하고, 기계 고장 나면 공구사다 고치기도 하며 서로 상생하고 있는데 극히 일부라도 더 이상 빠져나간다면 청계천은 유지하기 힘들어요."

- 용산참사 10주기 인데, 재개발 세입자 대책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P사장: "변한 거는 보상금을 조금 더 준다는 거 밖에는 변한 게 없구요. 엄청난 대규모 단지잖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여기 있는 세입자들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하고 협의를 하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가지고 해결해야 재개발의 의미가 있는 거죠. 세입자도 공청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대요. 그런데 2006년부터 그런 공청회가 한 번도 없었어요.

남대문 불 지른 사람이 괜히 불 지른 게 아니에요. 자기 땅 강제로 수용당하니까 억울해서 그걸 알리려고 불을 지른 거에요. 용산사태도 그렇고요. 그런 식으로 제2의 용산 참사같은 사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서울시, 구청, 정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만나서 서로 잘 해결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 지금 세운재개발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강문원: "리모델링이나 수정해서 고쳐서 쓸 수 있는 건 재생산이지만 다 때려 부셔서 건물 새로 짓는 건 재생사업이 아니에요. 재개발이에요. 지저분한 거는 고쳐가며 쓰는 거죠. 사람이 지저분하다고 죽여 버립니까? 여기 아파트 지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맨날 민원 들어와서 여기 더럽네, 저기 더럽네 하면 결국 여기 다 무너지는 거예요. 아파트 지으면 절대 안돼요. 상업지역에 무슨 아파트입니까?

청계천은 옆 가게 있는 거 이 사람이 상담해서 물건 팔고, 이런 유기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디 따로 떨어져 나가서 장사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에요. 공구가 무너지면 보석상, 시계, 과학기자재, 인쇄, 정밀가공 싸그리 다 무너집니다. 요것만 생각해서 다른 데 가서 장사하면 되지 않냐 그러는데 대다수는 나가서 아무 것도 못해요.

지금 서울시에서 다시세운 도시재상사업으로 젊은 청년창업자들이 입주했는데 그 사람들이 여기 들어온 이유가 배후단지가 너무 잘 돼있기 때문이에요. 최첨단 3D 프린터 생산하는 사장님이 스타트업 하기에 여기가 너무 좋다는 거에요. 다른 데 가면 샘플 생산할 때 1~2천만 원 들어가는데 여기 오면 2~3백만 원이면 다 만들 수 있으니까 여기에 창업을 한건데 양 옆의 인프라를 다 때려 부수니까 여기 온 목적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청년들도 지금 하나 둘씩 저희를 찾아오고 있어요. 문제가 심각한거죠."

"그게 무슨 재생이고 상생입니까"
 

▲ 청계천 관수교 앞에 천막 치고 농성 중인 강문원 위원장 ⓒ 경실련


- 비대위 주장은 무엇입니까?
강문원: "무조건 보존! 입니다.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의 가치가 무궁무진한 지역이에요. 외국에서 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장인들이 많아요. 이것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딱 떼어서 다른 데 가면 도태돼요. 죽어야 돼요. 적응을 못해요. 다른 데 가서는 일을 못해요. 지저분하다, 오로지 오래 됐다, 눈에 보기 싫다, 박정희 시대 때도 이렇게 안했어요."

P사장: "재개발 무조건 중지!입니다. 재개발하고 싶으면 여기서 터전을 일구어온 세입자들한테 협의해서 같이 상생할 수 있게 협의를 해야죠. 협의 없이 무조건 땅 샀다고 나가라고 구청에서 시청에서 허가해주고 그게 무슨 재생이고, 상생입니까.
서울시 찾아가면 인허가는 중구청에 있다고 하고, 중구청 찾아가면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서로 미뤄요. 탁구 치는 것도 아니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네요."

- 경실련이나 또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P사장: "여기 있는 비록 장사하고 물건 제조하시는 분들이 다지만 여기 있는 분들도 국가 발전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기업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그런 사람들도 그런 곳도 전부다 여기서 물건 납품받고 구매해가서 그렇게 큰 겁니다.

이 청계천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초석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곳이 남아 있어야만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이 청계천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저희들한테 힘이 될 수 있는 말씀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문원: "지저분하다고 없어질 장소가 아닙니다. 여기가 반드시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출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 경실련


심정을 여쭤보는 질문은 입이 안 떨어졌습니다. 하면서도 참 죄송했습니다. 저 같아도 몰라서 묻냐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요. 무섭고 두렵다는 사장님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돈 벌어서 국가에 세금 내고 정당하게 가족들 먹여 살리고 애들 가르치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길거리로 내 앉게 되는 막막한 이 분들의 심정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알까 싶었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존권을 박탈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세입자를 대책도 없이 사지로 내모든 비극을 중단하고 누구나 상생할 수 있게 재개발•재건축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홍보팀 윤은주 간사이며 월간경실련 1-2월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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