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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받기 위해 500병상 공공종합병원은 포기했나"

예타면제 사업으로 '300병상 산재병원' 발표에 시민사회 "약속 어겨"

등록|2019.01.30 17:56 수정|2019.01.30 18:10
 

▲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가 1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울산에 500병상 공공종합병원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9일 300병상 산재병원으로 발표하자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울산지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은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울산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 등 2건이다. 지역의 시민사회가 이중 울산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는 "울산시가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외곽순환도로 전체 구간을 받기 위해 시민이 원하고 울산시민에게 꼭 필요한 500병상 공공종합병원을 포기하면서 결국 울산시민의 건강권을 포기 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마치 공약을 이룬 것처럼, 큰일을 해낸 것처럼 울산시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반발이다.

미리 푼 선물 보따리 두고 반발한 시민사회, 결국 예타 확정되자...

앞서 지난 17일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해 선물보따리로 300병상 규모의 '산재전문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선물보따리를 풀자 시민사회는 "약속을 어겼다"며 국회와 청와대 등으로 가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관련기사 : '공공병원 설립' 공약 이행 두고 울산시민사회 들썩)

이같은 반발에도 결국 문 대통령이 미리 예고한 예타면제가 확정되자 시민사회로 구성된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

추진위는 20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0병상 산재병원으로서는 시민건강을 책임질 수 없어 반대한다"면서 "500병상 공공종합병원을 설립할 것"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일각에서 "공공병원이 하나도 없는 울산에서 없는 것 보다는 산재병원이라도 있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하는 데 대해 "올바른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낫다"면서 "산재병원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공공병원 설립이 요원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울산시민이 원하는 의료기능을 갖추지 못한 산재병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가 줄고, 의료 인력도 줄고 결국 애물단지가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추진위는 기자회견 후 전날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에 기자회견을 통해 환영의 뜻을 나타낸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300병상 산재전문병원 설립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추진위는 서한에서 "정치적인 거래의 산물인 산재병원을 반대하며 '500병상 공공종합병원 설립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향후 울산시 공공의료 계획을 제시할 것'과 '시민건강을 무시한 무책임하고 무능한 울산시 보건의료 정책라인을 교체할 것'을 아울러 요구했다.

"울산시민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500병상 공공종합병원 설립 요구 무시"

추진위는 정부가 예타 면제 사업에 울산의 300병상 규모 '산재전문공공병원'을 포함한 것을 두고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여 산재전문공공병원이라 이름 붙였지만 한마디로 산재병원"이라며 "정부와 울산시는 울산시민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500병상 공공종합병원 설립 요구를 무시하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울산시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300병상 산재병원으로는 울산시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없다"면서 "산재병원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으로서 주로 장기요양 환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7년 8월 대한공공의학회지에 실린 근로복지공단 연구원의 논문을 제시하며 "산재병원 이용자의 78.5%가 1년 이상 장기요양 환자며 2017년 6월 기준 전국에 있는 산재병원 10개의 총 의사 수는 188명이라 결국 한 병원 당 평균 19명 정도의 의사가 근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울산의 300병상 규모의 A병원에 30명이 넘는 의사가 근무하는 것과 비교 해봐도 산재병원의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산재 관련 과목 위주의 진료과로 이루어져 있고, 의사수도 많지 않은 산재병원에서 울산시민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암을 치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사스, 메르스 같은 공포스러운 전염병을 관리할 수 없으며, 장애어린이재활센터, 중증장애인구강진료센터, 화상전문센터 등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안 된다"면서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해주는 공공병원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추진위는 "노동자들을 위한 산재전문병원과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공공종합병원이 다 있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다 갖출 수 없다면 보건의료정책과 울산의료체계를 면밀하게 따져본 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300 병상 산재병원 유치는 시민들이 요구하지도 않았고 지역에서 제대로 공론화 된 적이 없는 거짓 실적 쌓기일 뿐"이라며 "정부는 공공병원을 짓는 데 돈을 쓰지 않으려고 근로복지공단 병원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울산국립병원 설립 추진위원회는 울산에 제대로 된 공공종합병원이 만들어질 때 까지 계속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민중당 울산시당 "지금이라도 국립종합병원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편 민중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공종합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해왔고 많은 시민들이 힘을 보태주셨다"면서 "또 국립병원추진위원회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울산시, 관계부처 등과 소통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재병원으로만 결론을 발표한 문재인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하루속히 울산시는 정부에 울산시민들의 강력한 뜻을 전달해 지금이라도 국립종합병원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29일 울산 예타면제 사업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과 2천억원 규모의 울산 공공병원을 발표했다.

울산 공공병원은 약 300병상에 2333억 규모 노동부 소관(근로복지공단)으로 16개 진료과와 연구소를 설치하는 산재전문 공공병원 형태로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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